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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영 Jan 28. 2021

굿 윌 헌팅

셋넷 영화이야기 45 : 상처


니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뭐니?


내가 구체적으로 욕망한다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게 바로 나다.’라는 것이라고 철학자 강신주가 얘기한다. 나답게 산다는 건 치열한 자기 사랑이지만 어쩌면 이기적으로 사는 거다. 그러니 자기의 감정을 잘 살피고 생생하게 살려내야겠지만, 삶의 굴곡들로 상처 받은 일상의 감정들을 매번 부활시키고 싶은 것은 아닐 것이다. 셋넷에서 만난 아이들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어린 시절 멍든 감정들로 힘들어했다.      


주인공 윌은 사랑 앞에서 주저하고 멈칫거리고 먼저 돌아선다. 윌은 하루살이 인생처럼 사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는 천재적인 재능을 품고 있으면서도 현실과 마주하지 않는다. 자신을 거짓으로 포장하고 분노와 폭력 속에 집요하게 숨어든다. 그가 완강하게 피하려 했던 과거는 어린 시절 의붓아버지의 반복된 폭력 때문에 일그러진 마음의 상처다. 윌은 자신이 지닌 비범한 능력으로 상처를 준 세상 아버지들을 마음껏 비웃고 조롱한다.  

    

수재들만 다닌다는 대학 청소부로 들어가 그들이 풀지 못한 난해한 수학 문제를 몰래 해결한다. 이를 발견한 수학교수에게 발탁되어 함께 일하지만 중독된 그의 폭력성이 천재를 사랑하는 이들을 괴롭힌다. 마지막 상담가로 등장한 교수의 동창생이 과거에서 비롯된 윌의 아픔과 현재의 상처들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한다. 윌이 천재성을 통해 습득한 지식의 허구성을 단호하게 파헤친다. 추상적이고 비정한 윌의 지식이 닿지 못한 ‘소통을 위한 감성’을 돌아보게 한다. '니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뭐니?' 윌의 상처에게 묻는다.    

    

윌은 자신에게 사랑의 손길을 건네는 여자를 차갑게 외면한다. 자신이 버림받았던 기억 때문에 먼저 상대방을 떠나보낸다. 오래전 상처 받아 피폐해진 자기 안의 초라한 감정들을 마주하기 힘든 것이다. 윌을 내면의 상처와 만나게 해 주었던 상담가는 삶에서 자꾸만 도망치려 하는 윌에게 묻는다. ‘니가 구체적으로 욕망하는 게 뭐니? 니 감정을 한 번이라도 되살펴봤어? 이기적 이리만치 자기답게 살아봤니?’     


더 이상 회피하지 않고 쓸쓸했던 자신과 마주한 윌은 성공이 보장된 직장을 뒤로하고 그녀를 찾아간다. 자신을 돌보는 삶을 용기 있게 시작한다. 아직 사랑할 것이 있다면 살만한 거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시대를 살아내는 직업을 뒷받침하는 역량도 달라졌다.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이 도달해야 할 지점의 감성을 읽어내는 센스를 요구한다. 주어진 시간과 공간의 최대치 효율을 내세우기에 앞서 시간과 공간을 이어 줄 소통의 공감능력이 필요하다. 적당히 적응하고 끝없이 인내하는 게 아니다.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존감으로 한 땀 한 땀 채워가는 창조적인 에너지가 오늘을 행복으로 이끈다.

    

착하기만 한 당신에게 묻는다. 그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가. 가슴 사무치도록 욕망하는 게 대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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