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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영 Feb 19. 2021

더티 프리티 씽

셋넷 영화이야기 48 : 이방인 2


근사한 나라와 보이지 않는 사람들


사람의 장기(臟器)를 활발하게 사고파는 나라 영국의 수도 런던에, 사자의 나라에서 쫓겨 온 나이지리아 불법 체류 남자와 처녀를 확실하게 지키는 나라 터키에서 온 불법 이주 노동자 여자가 어쩌다 한 집에서 살고 있다. 남자는 불법 체류자들의 장기와 합법적인 여권을 은밀하게 거래하는 불순한 호텔 심야 프런트를 지키고, 여자는 악마의 거래가 남긴 흔적을 청소하며 교대로 작은 숙소로 숨어든다.   

   

남자는 잠을 줄이기 위해 이상한 풀을 지속적으로 먹으며 낮에는 삐끼 택시를 몬다. 처지가 비슷한 이방 사람들이 겪는 잡다한 보건문제를 해결해주며 고향에 맡겨둔 딸에게 갈 돈을 마련한다.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아서 집을 떠난 여자는 런던의 위선과 더러움을 청소하고 빨래하면서, 불안하고 고단한 여정의 종착역이 될 꿈의 나라 미국 뉴욕에 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관 뚜껑을 미는 정신으로 버텨야 하는 사자의 삶과 존버 정신으로 지탱하는 처녀 노동자의 꿈은 풍요로운 도시에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불멸의 사자들과 천상의 처녀들이 엮는 우정과 사랑은 근사한 나라가 선사한 우아한 선물이다.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 사장의 물건(?)을 빨아야 하고, 꿈을 꾸기 위해 몸의 일부를 팔아야 한다. 근사한 나라에서 생존해야 하는 이들은 보이지 않고, 불법 체류하며 차를 몰고 청소하는 이들은 보여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손쉽게 소모되고 별 다른 저항과 갈등 없이 교체될 뿐이다.     


먼 나라 영국 런던의 이야기는 셋넷에 낯설지 않다. 사자의 나라 대신에 장군님의 나라 북조선 회령을 대입시키고 생존의 나라 중국 변방 연길을 떠올리면 된다. 근사한 나라 영국 런던 자리에는 열등감과 차별의 땅 대한민국 서울이 잘 어울리지 않을까. 셋넷 아이들에게 터키의 여자와 불법 체류자들이 장기를 팔아 가고자 했던 꿈의 나라 뉴욕은, 다시 영국 런던이 된다. 삶은 아이러니다.     


가난으로 굶주리고 감시와 통제로 숨 막히는 집을 떠난 불법의 존재들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되어 기나긴 여정을 거쳐 마침내 근사한 나라 대한민국에 도달했다. 하지만 동포의 나라이자 풍요로운 나라가 종착역이 되지 못하고 또다시 고달픈 길을 바삐 떠나야 했던 이유를 그땐 헤아리지 못했다. 자유롭고 안전하고 잘 사는 민족의 나라를 외면하는 까닭을 몰라 서운하기만 했다. 셋넷 이방인들의 보이지 않았던 설움과 애환이 어렴풋하게 보이는데... 늦어버린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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