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상영 May 13. 2021

스피벳, 천재 발명가의 기묘한 여행

셋넷영화이야기60 : 여행과 성장


자신만의 소나무를 찾아 떠나는 아름다운 여행길


아이는 언제 어른이 될까? 더 이상 성탄절이 설레지 않을 때, 독서용 안경을 목에 걸고도 찾을 때, 열을 올리며 세금을 잘 못 쓰는 정부를 탓할 때, 아이들 머릿속엔 뭐가 들었을까 궁금해할 때라고 답하는 10살 된 소년의 이름은 스피벳이다.  

    

달리는 차 창문으로 흩어지는 빗방울을 관찰하며 물방울은 최소한의 저항으로 길을 만드는데 인간은 정확하게 반대라고 떠올리는 스피벳은 얼마 전 쌍둥이 형과 놀다가 총기사고로 형을 잃고 죄책감에 젖어있다. 죽은 형은 어릴 적부터 카우보이 놀이에 열중하며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았지만, 연구하고 분석하고 증명에 열중하는 동생 스피벳은 존재감 없이 그저 괴팍하고 엉뚱한 아이로 취급받았다.     


가짜 웃음은 광대 근육을 쓰지만 진짜 웃음은 눈 주위를 감싸는 눈둘레근(일명 얼굴 표정 근육)이 움직인다고 과학적인 논리로 확신하는 소년의 엄마는 멸종 딱정벌레를 연구하는 박사고 아빠는 철조망에 걸린 염소를 보살피는 목장주인이자 카우보이다. 유일한 누나는 미인대회를 통해 시골 목장 탈출을 호시탐탐 노리는 공주병 증상이 짙은 사춘기 소녀다.      


어딘가 기묘하고 천재의 재능을 잔뜩 품고 있던 스피벳이 고안한 발명품이 그 해 미국 최고의 발명품으로 선정되지만, 가족들에게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몰래 떠난다. 깊은 밤 잠시 멈춘 화물수송 기차역에서 만난 무위도식 노인은, 추위를 피하려던 참새가 숲의 나무들에게 거절당하고 마지막으로 소나무에게 도움을 받아 시련을 이겨냈다는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며 소년을 위로한다.    

   

‘뭘 찾는지 모르지만 자신감을 잃지 마. 가려고 하는 길을 가. 행운을 빈다. 너만의 소나무를 찾게 될 거야.’ 

  

천재 발명 소년 스피벳은 미국 대륙의 절반을 가로지르는 혼자만의 여행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확인한다. 자기 일과 관심사에만 열중하고, 자신의 방식으로만 소통하고, 자기 성향을 닮은 사랑에만 관심과 응답을 주던 가족들이 막내의 기묘한 여행을 통해 가족의 존재 이유와 소통방식을 다시금 성찰하게 된다. 


여행은 한 사람을 성장시킨다. 스스로를 낯설게 관찰하도록 돕기 때문일 것이다. 여행은 한 사람의 영혼을 풍요롭게 한다. 일방적인 관계를 성찰하게 하고, 습관적으로 길들여진 세상을 새롭게 해석하도록 돕기 때문일 것이다. 셋넷 아이들과 계절이 변하고 바람의 방향이 바뀔 때면 여행을 떠났다. 내 땅과 우리 하늘을 몸으로 느끼고, 뒤척거리는 꿈과 움직일 때마다 반짝이는 내 사랑이 닿는 곳을 찾아 무작정 세상 밖으로 향했다.  

    

‘세계는 한 권의 책이고 여행하지 않는 자는 단지 그 책의 한 페이지만 읽을 뿐(성 아우구스티누스)’이라 했다.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젊은이들도 다행히 여행을 떠난다. 오랜 사연이 담긴 맥주가 있거나 허물어져가는 옛사랑의 흔적들이 있다면, 거기에 길이 있고 모진 비바람을 잠시 피할 수 있는 소나무가 있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떠날 것이다. 자신만의 소나무를 찾아 망설임 없이 떠나는 셋넷들과 세상 모든 이에게 행운이 있기를... 



* 제목 사진 : 셋넷학교 6회 졸업식 '집으로 가는 길.. 도라산역' (2010.2.20) 

* 셋넷 영화이야기는 다음 호로 마칩니다. 아무도 묻지 않았고 궁금해하지도 않았지만, 이렇게 셋넷이야기의 두 번째 시즌을 마무리합니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고 재촉하지도 않았지만, 세 번째 시즌 이야기는 셋넷과 함께 떠났던 여행 이야기를 담아보려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히말라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