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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 Mar 08. 2020

고쳐 쓸 때를 놓친 일기

2020.3.7.

세 가지 잡다한 이야기를 써서 오늘의 일기로 올리려다가 말았다. 아직은 내 글에 좀 더 책임을 지고 싶다. 적어도 오늘까지는 그럴 만한 여유가 있다. 뭔가를 한 편의 글이라 부르려면 하고픈 말이 하나로 정리돼야 한다고 믿는다. 예전에 기록해둔 것들을 글로 발전시키려 다시 들여다봤으나 그것도 쉽지 않다. 너무 최근의 일이어서, 혹은 너무 예전의 일이어서.


과거의 일기를 어떻게 에세이로 만들 수 있을까. 한 달 전, 일 년 전의 내가 쓴 일기는 그대로 공개하기에는 거칠지만 선뜻 다듬기도 힘들다. 지금의 내가 손을 대면 그때 기록한 마음과 시선을 훼손하는 게 아닐까.


일기를 글로 엮어내는 데에도 기한이 있는 것 같다. 시간이 너무 지나면 말을 자연스럽게 덧붙일 수 없게 된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달라서 글의 시점이 연동 되질 않는다. 잘해봐야 그때의 내가 설명하지 않은 것들을 기계적으로 보충하는 게 전부. 고쳐 쓸 때를 놓친 일기는 오롯이 과거의 내게만 속한 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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