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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 Mar 11. 2020

반짝인다는 것은 흔들린다는 것

2020.3.10.

저녁이 되어서야 집 밖으로 나섰다. 낮에 비가 내렸는지 땅이 젖어 있었다. 하늘은 더없이 맑았다. 별을 보게 된 뒤로는 밤하늘에도 맑다는 말을 쓸 줄 알게 됐다. 아파트 사이로 반짝, 일렁이는 빛, 금성이 보였다.


별이 반짝이는 이유는 공기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때 ‘반짝인다’는 빛이 흔들린다는 의미다. 내가 지어낸 해석이 아니다. ‘별이 반짝이는 이유’를 인터넷에 치면 굴절률이 다른 여러 공기층을 통과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한가득 나온다. 그러니까 여기서 ‘반짝이다’는 명백하게 ‘빛이 흔들리고 일렁거리는 현상’을 이르기 위해 쓰인 말이다. 그렇다면 ‘빛난다’와 ‘반짝인다’를 구분해서 써야 하는 것 아닐까.


‘빛나다’와 ‘반짝이다’를 구분해서 사용할 수 있는 건 언제일까. ‘눈빛’에는 ‘반짝이다’가 더 어울려 보인다. 사람의 몸은 절대로 아주 고요히 있을 수 없고, 가만히 있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심장 박동만큼만의 떨림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의 눈을 가만 응시하다 보면 벅찬 떨림을 감지하게 되지. 보는 사람의 마음도 함께 떨려 온다.


미동 없이 빛나는 달을 보다 반짝이는 별들을 보면 어쩐지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몽골에서 별이 총총히 박힌 밤하늘을 볼 때가 생각난다. 초롱초롱 흔들리는 별빛들이 자꾸 내게 말을 거는 그 기분.


반짝인다는 건 흔들린다는 뜻이다. 반짝이는 것이 늘 사람을 잡아끄는 이유는, 사람들이 그 흔들림에서 생명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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