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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 Mar 10. 2020

퇴사한 지 일주일째

2020.3.9.

분명 어제 일찍 잤는데도 점심 즈음에 눈을 떴다. 이쯤 되면 그냥 습관성인가. 기상 시간에 신경 좀 써야 하나. 근데 몸이 유난히 무거운 걸로 봐서는 그냥 오랜만에 해 보는 운동에 몸이 버거워하는지도 모른다.


러닝 초보자 플랜대로라면 오늘은 3키로 러닝과 보강운동을 하는 날. 보강운동만 하고 말까? 너무 하기 싫은걸? 이불에 부비적거리며 달콤한 상상을 했지만 백수 주제에 이런 것마저 어길 수는 없다. 결국 조금 모자란 2.7키로 러닝과 조금 가벼운 저녁 스트레칭으로 대체.



내일은 10키로를 뛰라는데 과연??? 그나마 일주일 플랜을 착실히 지켜나가고 있다는 게 위안이다.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몸을 맘껏 움직이는 것도 좋다. 내적 댄스 따위 필요 없어, 난 달린다.


느지막이 동네 스벅으로 출근해 북토크 준비를 마무리했다. 손을 댈수록 피피티가 늘어난다. 스무 장 이내로 끝내려 했는데 어느새 쉰 장이 넘어버렸다. 당장 리허설 하기로는 한 시간 이내인데, 현장에선 늘 말이 늘어나니까 한 시간 이십 분 정도 분량이라고 생각하면 될까. 제발 적당히 알맞춤하게 토크 시간을 맞출 수 있길. 한 시간 반이 꽤 길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한 시간 이상 되는 발표를 할 일이 있긴 했나?


마감시간까지 죽치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다섯 시까지 피피티를 붙들었다. 근성이 약해진 것 같아 근심걱정이었는데 이런 데에 탈탈 털어내서 없는가 보다. 내일 피피티와 원고를 다시 한번 살펴보고 자의식 충만한 내용이 눈에 띄면 망설임 없이 쳐내리라.


그러고 보니 오늘이 퇴사한 지 딱 일주일 되는 날이었다. 아직까지 러닝도, 일기도, 북토크 준비도, 멘탈도 모두 무사하다. 어지러운 세상에 홀로 이렇게 무사해도 되는 걸까. 정말 귀한 시간이다.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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