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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 Apr 18. 2020

또 시작이야

2020.4.17.

삼일째 책방을 돌면서 책을 입고하고 있다. 저녁마다 곯아떨어지긴 하지만 전혀 힘들지 않다. 입고하는 것도, 운영하는 분들과 대화하는 것도 즐겁다. 입고 문의를 넣은 거의 모든 곳에서 책을 받아 주셨다. 초반 반응만 놓고 보면 텀블벅 펀딩에 유료 광고까지 동원했던 저번보다도 낫다. ‘사누별’을 잘 봤다며, 이번 책도 보고 싶다고 연락 주시는 분들까지 계신다. 사실 요즘 좀 많이 기쁘다.


기대는 감사하지만 또 무거운 것이기도 하다. 정작 알맹이는 그에 못 미치면 어쩌나. 오늘 마지막 책방에서 대표님과 한참 수다 잘 떨고 집에 돌아와 놓곤, 갑자기 두려워졌다. 내가 또 포장만 반지르르하게 해놓은 건 아닐까.


얼른 책을 펼쳐 봤는데 글들이 전혀 연결되지 않고 뚝뚝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당황스러운 동시에 기시감이 들었다. 저번 책을 막 냈을 때도 이랬다. 너무 똑같은 증상이라 멘붕보다 의심이 먼저 왔다.


혹시 나, 지금 제대로 판단 못 하고 있나?


최근 ‘사누별’의 일부를 녹음했다. 녹음하면서 조금 놀랐다. 읽어보니 내 기억만큼 이상한 글이 아니라서. 걸리는 데 없이 잘 읽히는 글이라서. 개정판을 만들면서 최우선 순위로 둔 게 텍스트였으니까,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데 나는 만들자마자 나에 대한 신뢰는 던져버리고 또다시 부끄러워했지.


어쩌면 이건 새로운 것을 내놓을 때마다 내 성격상 당연히 거쳐가야 하는 증상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좀 진정됐다. 지금 나는 내 것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상태가 아닌지도 모른다.


판단하지 말 것. 나에게 한 달간 ‘기자포기’ 오픈 금지령을 내린다. 땅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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