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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 May 12. 2020

프로페셔널

20.5.12.

두 달쯤 되면 서로가 그리워질 때인가 보다. 전 회사 사람들과 안부를 주고받는 일이 부쩍 늘었다. 회사는 결국 프로페셔널의 세계라 내 소중한 예전 동료들은 독립출판이 무엇이고 왜 하는지를 자주 몰라준다.


“쓰레기 같은 거 많더라”

“난 잘 모르겠어”


움찔, 웃어넘기거나 애매한 말로 넘기곤 집에 와서 자꾸 생각에 잠겼다. 며칠 전 내가 써서 보낸 글을 특히 다시 생각했다. 글의 주제는 자유였고 분량만 느슨하게 정해져 있었다. 이미 있던 글을 보내드리자니 뭘 보내도 어색했다. 새로 써 보내기로 하고, 독립출판을 하며 느낀 것을 썼다.


왜 나는 내 책이 자꾸 부끄럽고 더 잘 쓰고 싶어 질까, 나는 그저 사회적 기준을 내면화했을 뿐인가, 내 안의 잣대로부터 내 글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묵혀 두었던 답답함을 털어놓다 뻔뻔하고 조금 덜 윤리적인 결론을 내 버렸다. 어, 나 그런 기준 무시할 수 없고, 그 기준에 나는 아직 모자라다고 생각하는데, 그만둘 수가 없다고.

다만 모든 처음은 무조건 소중하다는 얘기를 넣을까 고민하다 분량이 넘친다는 핑계로 빼버렸다. 혹시 절대로 빠뜨리면 안 되는 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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