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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 Jul 06. 2020

인간관계의 보조바퀴들

20.7.6.

종종 ‘돈을 내고 모임에 드는 것’에 관해 생각한다. 회비는 분명 모임 구성원들의 참여도를 높여주고 모임 운영자에게도 동기를 부여해 주지만, 참가할 때마다 돈을 내야 하는 모임은 수명이 짧기 마련이다. 최소한 구성원이 조금씩 교체될 것이다.


구성원들이 모임을 ‘내가 구입한 상품’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과의 공동체’라고 받아들여야 모임이 오래갈 수 있다. 돈으로 만남의 기회를 살 순 있지만, 유대감까지 살 수는 없다. 그러니까 돈은 모임이 굴러가기 위한 보조바퀴라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처음 모임을 굴려 나갈 때는 큰 도움이 되지만 계속 나아가기 위해 언젠가는 없애야 하는 것.


그렇게 생각하니 관계를 시작하는 데에 보조바퀴로 쓰이는 요소가 돈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자주 속물적인 욕망으로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어 한다. 저 사람의 외모가 뛰어나서, 혹은 저 사람의 성취가 너무 멋져서 등등. 김원영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8장이 생각난다.


타인의 신체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든, 거기서 느끼는 감동이나 숭고함이든 중요한 것은 신체에서 출발한 그 관심이 어디로 향하는가가 아닐까?

김원영,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사계절, 2018, 263쪽


김원영은 한 인간의 몸에 대한 욕망이든 그의 영혼에서 느끼는 숭고미든, 둘 중 하나만으로는 온전한 사랑이 되지 못한다고 썼다. 둘 중 무엇에서 시작하냐보다는, 개별적 존재에 대한 사랑으로 발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썼다. 그렇다면 몸에 대한 욕망과 영혼에 대한 욕망 둘 다 일종의 보조바퀴라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처음에는 필요하지만 나중에는 없어도 괜찮은 것.

돈이나 몸이나 영혼 말고도 인간관계의 보조바퀴라고 할 만한 것들은 꽤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보조바퀴를 영원히 달고 다니려 하지도, 보조바퀴의 역할을 무시하지도 않는 것. 그게 바로 균형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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