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07.
오늘도 퇴근 뒤에 요가 수업을 들으러 갔다. 그런데 수업이 끝난 뒤에 요가 선생님이 내게 다가오셨다.
“혹시 목이 불편해요?”
“어… 네? 네….”
“그럼 잠깐 남아 봐요. 목 좀 풀어 줄게요.”
왜 또 나머지 공부죠…???
여긴 원래 이렇게 후한가?
재결제 하게 하려고 이렇게까지 관리하시는 거예요???
하지만 뭉친 데 풀어 준다는데 당연히 받아야지. 테라피실에 들어가 누웠다. 선생님이 목을 꾹꾹 눌러서 풀어주시는데 엄청 아팠다. 비명도 지를 수 없을 정도로. 선생님은 내게 드문드문 질문을 던지셨다.
“무슨 운동 해봤어요? 운동 제일 길게 해 본 게 언제예요?”
“요가, 필라테스, 헬스 했고… 맨날 몇 개월쯤 하다 그만뒀어요. 그래도 지난번에 헬스는 육 개월쯤 한 것 같아요.”
목 풀기가 끝났는데 뭐가 또 있었다.
상담실로 들어와 앉으란다.
아니 왜 또…???
선생님은 내게 요즘 몸 상태가 어떤지 묻더니 갑자기 본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제가 운동 처음 할 때 얘기해 줬어요? 운동을 하면 몸상태가 점점 좋아지긴 하는데요, 계속 올라가기만 하는 건 아니에요. 괜찮아지다가 뚝 떨어지고, 거기서 계속하면 훅 올라갔다가 또 어느 순간 뚝 떨어지고, 또 계속하면 훅 올라가는 식이거든요.
저는 몸상태가 떨어지는 순간마다 운동을 몇 개월씩 멈췄어요. 처음에는 헬스를 가면 막 두 시간씩 해야지 하면서 했거든요. 몸상태가 안 좋을 때 두 시간까지 할 수 없으니까 매번 끊긴 거죠.
그런데 어느 날, 몸상태가 뚝 떨어졌을 때, 그냥 헬스장에 가서 십오 분만 걷다 와 보자 싶었어요. 일주일 동안 십오 분씩만 걸었다니 몸상태가 바로 더 올라가더라고요.
그다음부터는 지금까지 십팔 년간 항상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운동하면서 살았어요. 어느 날 그렇게 결심한 다음부터는 멈추지 않고 쭉 운동하고 있어요.
석경 씨는 되게 진중해요. 일단 한다 하면 엄청 집중해서 열심히 하는 에너지가 있더라고. 엄청난 장점이에요. 그런데 그걸 삼 개월, 이런 식으로 정해둔 선까지만 하고 딱 끝내 버리는 것 같아.
운동뿐 아니라 다른 데서도 왠지 그랬을 것 같아요. 일이든 인간관계든. 뭐든 하면 제대로 하지만, 정해둔 정도 이상을 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한번 더 먼 곳을 목표로 바라보고, 그 그만두던 지점을 넘어 봤으면 좋겠어요. 운동이든 다른 거든. 요가가 아닌 다른 운동이라도 좋아요.
저는 헬스 하다가 이종격투기도 하고, 필라테스도 하고, 이것저것 다 해보다가 요가로 왔거든요. 운동 하나를 제대로 해 보면 그다음에 다른 운동을 해도 금방금방 포인트를 알고 즐길 수 있어요. 하나 쭉 하고, 그다음에 다른 거 여러 가지 하면서 즐겼으면 좋겠어요. 젊잖아.”
이쯤 되니까 여기 선생님들이 자꾸 나를 따로 불러내서 나머지 공부시키는 이유가 뭔지 알 것 같았다. 교수님에게 눈도장 찍힌 학부생 같은 거였구나… 오늘 들은 말에는 영업도 쪼끔 섞여 있겠지만 은근 정확해서 찔리는 데가 있었다.
사람이든, 일이든, 취미든 뭔가가 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질까 봐 무서워했다. 잘못 엮였다가 평생 떨쳐내지 못할까 봐 무서웠다. 헤어 나오지 못할 정도로 빠져들기 전에 발을 뺐다. 그래서 항상 뭘 하다 마는 식이었다. 근데 운동하는 모습만으로도 티가 났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