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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 Jun 27. 2024

냅다 던지고 보는 AI 챗봇 제작기

(1) 글쟁이의 AI 챗봇 제작기

채널톡에 온 이유가 참 여러 가지 있지만, 왜 그랬을까 곰곰이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다. 바로 웬디(지금 나의 동료인 그녀)가 AI 챗봇 제작 미션을 받았다던 순간.


나보다 1년 먼저 채널톡으로 이직한 웬디는 재직 반 년쯤 되던 시점인가, 레드(우리 회사의 대표)로부터 'AI 챗봇을 만들어 봐라'라는 미션을 받았다. AI 콘텐츠를 많이 써야 하는데 솔직히 잘 모른다? 백문이 불여일견, 만들어 보면서 부딪치는 게 가장 좋은 학습 방법이라는 논리. 웬디가 3개월간 업무를 (일부) 셧다운하고 AI 챗봇을 만들게 됐다는 일화는 지금 채널톡 사내에서도 꽤 유명한 전설(?)이다. (그리고 그녀는 성공했다!)


아웃스탠딩에서 한창 재밌게 일하던 시기였음에도 웬디가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아웃스탠딩에 온 이후로 좀 더 공부하고 경험해 보고 싶은 분야 중에는 개발과 AI도 있었으니까. (물론 스마트 스토어를 운영해 본다든가, 스타트업에서 단기 근무를 해 본다든가, 회계 자격증을 딴다든가, 심사역 수업을 들어 본다든가... 하고 싶은 거야 많았다. 직접 해 볼 때 좋은 콘텐츠가 나온다는 것쯤이야 너무 당연한 얘기니까.)


해야 한다는 생각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다만 어지간한 의지로는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뭘 냅다 시작하는 거, 쉽지 않다. 최소한 나는 그렇다. 그래서 어떻게든 나를 '하게 되는 환경'으로 밀어넣는 편이다. 내 의지력을 믿는 편이 아니므로. 그래서 채널톡까지 왔나? 아웃스탠딩에 있을 때 다른 누군가의 환경이나 일이 탐났던 적은 손에 꼽는다.(나는 내 일을 꽤 많이 좋아했다) 그런데도 부러웠다라. 나는 질투야말로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알려준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리고 정말로 채널톡에 와버린 나... (간단하게 썼지만 전혀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예상대로(?) 나도 레드로부터 AI 챗봇을 만들어 보라는 주문을 받았다. 웬디는 파인 튜닝으로 만들었으니 나는 RAG로 해보라면서.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 사람을 위해서 링크


뭐야 결국 진짜 브런치에 쓰게 됐잖아


근데... 근데 딱히 타이밍을 못 잡고 흐지부지 업무의 물살에 휩쓸려가다 보니 벌써 세 달이 흘렀다. (으악) (벌써 세 달이라고?????????)


아니 그런데... 근데 말이죠. 어떻게 하던 업무를 놓지? 이미 업무는 돌아가고 있는데? 나는 모르겠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보고 있나요 레드?) 어찌됐든 레드와의 대화 이후 세 달이나 흐른 지금. 나는 아주 뜬금없는 시점에 제멋대로 레드가 주문했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갑자기 왜냐고? AI 콘텐츠를 쓰려고 자료를 들여다보다 보니, 진짜로 안 해 보고는 못 쓸 것 같았으니까. (그렇다 지금 다른 AI 콘텐츠도 쓰고 있다) (그거 쓰다가 갑자기 시동 걸려서 이 짓거리 하는 중)


업무를 셧다운하고 AI 챗봇을 만들 성격은 못 되는 것 같고. 대신 '연재'라는 방식으로 나의 환경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매주 AI 챗봇 프로젝트에 대한 글을 쓰다 보면 뭐라도 하겠지. 지켜보는 사람이 있으면 뭐라도 하겠지. 보는 사람들도 내가 몰라서 헤매는 게 웃기고 답답하면 자료 링크라도 하나 던져 주겠지.


아, 그리고 일반적인 개발 도전기처럼 쓸 생각은 없는데... 구체적으로 설명은 못하겠고 아웃스탠딩에서 썼던 바디프로필 기사의 AI 챗봇 버전 같은 걸 생각하고 있다. 그게 뭐냐고 물어보지 마라. 그냥 읽어조.




아무리 단순한 방식으로 AI 챗봇을 만들더라도 개발을 고양이 눈곱만큼은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갑자기 아나콘다비주얼 스튜디오니 하는 것들을 깔고 강의를 듣는 중. 개발 분야에는 양질의 독학 자료가 정말 많은데, 일단은 네이버 부스트코스의 '모두를 위한 파이썬' 강의부터 듣고 있다.


솔직히 무료 강의라고 하면 재미없고 되게 마지못해 하는 강의겠거니 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학생들 흥미 잃지 말라고 모자 쓰고 나와서 '나는 여러분에게 파이썬(python, 그리스 신화 속의 뱀 괴수) 가르치는 슬리데린임'이라고 드립 치는 교수님이라니. 네이버 좋은 일 하는구나. (저는 네이버와 아무 이해관계가 없습니다)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랑 지독하게 엮여볼래 네이버? ㅇ_<)


근데 슬리데린 매력 있음


일단 이걸 다 듣고 나서야 어떤 AI 챗봇 튜토리얼이라도 따라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파이썬을 어떻게 시작하고 종료하는지조차 자료를 보지 않으면 못하는 수준. (시작할 때에는 python 입력하고 종료할 때에는 exit() 입력하는... 거였던가? 가물가물) 그냥 당분간은 퇴근하면 강의 듣는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목표는 9월까지 공시 정보를 읽어 주는 챗봇 아니면 레드 챗봇(!)을 만드는 건데, 공부해 가면서 둘 중에서 좀 더 실현 가능하고 RAG에 잘 어울리는 쪽으로 해볼 생각이다. (실시간으로 공시 정보를 반영하는 챗봇을 만들고 싶다고 하니까 제임스(우리 회사 AI 리드)가 말렸다...) 지금 정말로 프로젝트 진척이 딱 요만큼인 상태에서 글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이다음에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른다. (와들와들) 그런데 이렇게 거한 글을 질러 놨으니 뭐든 하겠지. 할 거다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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