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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 Apr 29. 2019

직선으로 돌진할 수 있는 힘의 근원

나를 증언해 주는 존재

나도 내가 누군지 모른다고 외치는 주인공. 그런 그가 믿을 수 있는 단 한 사람은 오랜 친구였다는 점이 제일 좋았다. 너는 불을 뿜는 주먹 따위 없어도 원래 강한 사람이라고, 너는 캐롤 댄버스라고 말해주는, 내가 나를 모를 때에도 나를 기억하고 증언하고 존재하게 해주는 친구.

자신을 깎아내리며 어떻게든 이겨보려던 욘-로그를 한방에 퇴치하는 장면도 사이다지만, 마리아가 캐롤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던 장면이야말로 영화 최고의 명장면이라고 본다.

캐롤을 억압하는 자가 상사이자 스승인 욘-로그였다면, 진정한 자신을 깨우치게 돕는 동료는 마리아다. 억압하는 자의 존재보다는 돕는 자의 존재에 더 주목하게 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다. 현실에서는 억압하는 자는 많아도 돕고 연대하는 자는 정말 희귀하니까. 그 믿음에 힘입어 캡틴 마블은 날아오른다, 직선으로.


캡틴 마블의 상징은 직선이다. 그녀는 언제나 똑바로 직선을 그리며 난다. 중간에 있는 것들은 그대로뚫고 간다. 스스로의 돌파력에 대한 믿음과 이를 실제로 뒷받침하는 힘. 소프트 파워나 부드러운 카리스마 같은 말은 꺼지라는 듯 빛나는 단단한 직선.

페미니즘은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는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 그 자체다. 캡틴 마블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문제의식에서 한치도 떨어져 있지 않다. 에두르지 않고 모든 것에 직구로 맞선다. 그 모든 강력함의 시초에 연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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