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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 Jul 27. 2019

7월 27일

새벽 일기

인센스 홀더의 재를 닦아내고 새 인센스를 꽂는다. 처음에는 돌라이터를 켜는 게 무서웠는데 이젠 한 번에 잘만 켠다. 이 인센스 홀더는 아는 분을 통해 듣게 된 원데이 도자기 클래스에서 만들었는데, 요즘 거의 매일 쓰고 바라보는 물건이다. 내가 만든 물건을 아끼고 애정하게 된다는 건 멋진 일이다. 샤워하고 인센스를 켜면 열대야도 거뜬하다.


요즘 더워서 헤롱대긴 했지만, 학생 때나 취준생 때 여름이 얼마나 힘들었고 그래서 얼마나 자주 밤을 샜는지 생각해 보면 이 정도는 정말 양반이다. 생각해 보니 회사 와서 보내는 세 번째 여름이다.


요즘 가장 몰두해 있는 일은 몽골 여행기 개정판 만들기. 일년 넘게 몽골에만 있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면 종종 민망하다. 얼른 끝내고 싶다가도, 아니야 천천히 만들어야지 싶고. 한 편 한 편 업로드해 반응을 보는 일이 너무 재밌어서 끊임없이 인스타그램에 들어간다. 따로 검사해 보지 않아도 안다. 지금 나는 SNS 중독이다.


내일은 아는 분께 표를 얻어 서울일러스트페어에 간다. 그리곤 본가로 갈 예정이다. 오늘 가제본 주문을 넣어버리고 주말엔 좀 쉴 생각이었는데, 사진을 CMYK 모드로 변환하다가 죄다 뒤집어지는 바람에 주말에 할 일이 또 생겼다. 다른 일을 해서 머리를 환기하고 싶은데 도무지 다른 일로 주의를 돌릴 수가 없다. 책을 읽다가도 갑자기 조급한 마음이 들어 인디자인이나 라이트룸을 켠다. 그냥 9월 페어까지는 마음이 시키는 대로 책이나 미친듯이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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