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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찌네형 Nov 08. 2019

시작

이 나이에 시작이라니, 맘에 있는 소리긴 한 건가......

4일간을 푹 쉬고 아침에 뜬 눈으로는, 아직 아침의 햇살이 들어오기 한참 전이다.

떠도 떠도 떠지지 않는 눈과 허리반쯤 올려 앉으려고 노력하는 내 의지는, 좀처럼 실력 발휘를 하지 않는다.


여름이면, 아침에도 해가 중천에 뜬 듯, 내 눈꺼풀을 지속적을 때려주며 일어나라 깨우는데,

이제 겨울을 향해 가는 건지, 아침이 되어도 주변이 고요하기만 하다.


월요일 아침. 그리고 비까지 내린다.

내 몸은 천근만근에 지금은 당장 뭐든 때려치우고, 그냥 죽은 송장처럼 아무 생각 없이 누워있고 싶다.


아이가 자신의 베프인 찰떡이를 껴안고 달려온다.

[너가 나보다 낫다]라고 말하며, 아이를 껴안아본다. 언제 이렇게 컸는지, 내 한품에 아이가 들어오지 않아,

어정쩡한 자세로 아이를 안아 본다.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 이 정도 컸는데, 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또 얼마나 커 있을까를 생각하니,

문득, 나의 시간 감에 대해 너무 잊고 살아가는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제 40대 초입.

나의 30대는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순식간으로 흘러갔다. 결혼이라는 인생의 대업을 완성했으면서도

항상 한 귀퉁이 빈 구석을 계속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이 공허함이 남아 있다.


남들은 40대를 [낀 세대]라고 하지만, 나는 항상 [내 인생의 가장 절정]인 시간으로 만드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시작을 언제 해야 하는지에 대해, 항상 고민이다.

그건 단순한 게으름일 수도 있지만,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인생의 무상함이 항상 자리하고 있지 않나 생각되기도 한다. 이러는 게,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


그렇게 복잡한 마음을 추스르고 회사에 왔다.

어찌나 사람을 많고 복잡한지, 날씨는 이미 가을 초입을 지나, 어느덧 밤낮의 기온차가 크고, 밤에는 서늘한 기운마저 감도는 이 시점에, 내 얼굴에서는 계속해서 땀이 흐른다. 전철의 에어컨은 야속하게도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우산의 축축함과 내 얼굴을 타고 내리는 땀조차 맘 편히 닦을 수 없는 전철의 쪼임이, 나의 인생을 논하고,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인문학적인 발상 따위는 금세 사라지게 해 준다.


세상의 인류발전에 긍정적인 신호 따위는 아무것도 없는, 그래서 무의미하다고 까지 여겨지는 회사 업무를 하고 있자니, 계속해서 [나는 무엇을 위해 여기에 있는가]라고 쓸데없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포털에 나오는 수많은 직업들의 성공기와 부자들의 투자 성공기를 읽어보며, 나 자신은 그동안 뭐 하면서 살았나 하는 자책이 들기도 한다.


부끄럽지 않았지만, 잘 살아온 인생인데도 말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뭔가 나도 좀 더 멋진 것을 시작해보면 좋지 않을까... 를 생각해본다.

몸짱이 되어볼까? 새로운 취미를 가져볼까? 아님, 노후를 위해 뭔가를 배워볼까.. 하고 말이다.

책을 많이 읽어볼까?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볼까.... 마라톤을 해볼까.. 도 있다.


그렇게 시작해 볼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하나 해볼까.... 한다.

이제 내 아이도 언제나처럼 나에게 안기진 않을 거 같다는 생각과, 나도 더 늦기 전에 내 몸으로 할 수 있는 뭔가를 해 놔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


적어도 50이 되면, 지금보다는 더 힘들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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