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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찌네형 Aug 16. 2021

[회사생활백서 #25]때를 기다리자

섣부른 판단은 오히려 손해다

누가 그랬다. 회사의 꽃은 임원이라고. 


대기업 임원의 경우, 상무를 달면 일단 [계약직]이 되긴 하지만, 정직원이었던 부장을 기준으로 받았던 연봉의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3~4배까지도 받을 수 있다. 통상 초년도에는 2년을 계약하고, 그다음에 특별한 일이 없다면 1년 계약으로 갱신되는 하루살이지만, 짧은 시간이 바짝 당겨 경제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으니,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닐 수 있다. 


이 임원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남들과는 다른 엄청난 실적을 내면 되는 것인가? 어느 정도 맞다. 하지만, 회사 내에서 남들과 다른 엄청난 실적을 낸다는 것은 실제로 쉬운 일이 아니다. 운빨도 엄청나게 작용한다. 지난 한일 양국 간의 강제노동의 대한 배상 판결문제로 인한 무역갈등이 발생했었을 때, 삼성이나 LG는 빠르게 움직여 일본의 수출품에 대한 국산품 대응에 박차를 가했다. 내가 아는 모 반도체 재료업체는, 그동안 라인에서 평가조차 해주지 않던 국내 대기업이 갑자기 요청하는 샘플 요청과 양산 일정에 정신없이 대응하게 되었었다. 그리고 그해, 그 영업담당부장을 포함, 관련자 3명이 실적을 인정받아 임원이 됐다. 그 부장들의 능력도 그렇지만, 주변 상황이 회사에 물을 들어오게 했고, 이미 만들어 놓은 노로 열심히 노질을 한 결과이다. 


코로나로 인해 집안에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디스플레이 업계가 호황을 지속했다. 중국으로 설비 이전이나 기존 라인을 폐쇄하고자 했던 굴지의 대기업들은 모든 일정을 적게는 1~2년 미루고 생산에 집중했다. 그 결과는 보나 마나 이다. 매년 적자에 허덕이던 한 기업은 연간 영업이익이 1조를 넘었다. 그와 관련된 사람들은 줄줄이 진급했다. 


코로나로 인해 코로나 검사 키트 업체들이 돈방석에 앉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임원이 되는 것은 상당한 운빨일 수 있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 임원은 내가 잘하는 것도 있지만, 때가 있다. 때를 잘 타야 하는데, 그게 나에게 언제 올지 모른다는 거다. 그러니,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나만 진급이 안 되는 이유는 뭐지? 저 옆 부서의 저 사람은 나보다 실적도 좋지 않고, 항상 그 자리에 머물기만 하다가, 어쩌다 한방 잘 걸려서, 회사에서 내준 그랜저를 타고 다는다니....]하고 배알이 꼬일 수도 있다. 


모든 회사원들에게 그때가 온다고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그때가 왔는지 안 왔는지, 왔을 때 잡아야 하는 동아줄인지 썩은 줄인지 아는 것도 실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별은 아무나 다는 게 아니다. 


그래서, 말한다. 임원은 자기도 잘해야 하지만,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우리 회사는 힘든 시기를 성공적으로 이겨낸 일본의 대표적인 회사로 유명세를 떨쳤다. 그중에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해 준 제품 하나가 있었는데, 내가 대리 시절에, 한국에 출장을 자주 나오던 연구원이 만들었다는 거다. 그 말이 흠찟 놀랐다. 그는 이제 40살이 된 평사원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회사를 살릴제품을 만들었음에도, 평사원(*)이다. 그는 일본 최고의 대학, 대학원을 나왔으며, 연구소에서 오랜 시간 제조와 공정분야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사실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상사였던 연구소장과의 마찰이 문제였다. 자신의 주장이 강했던 이 평사원 <?>은 연구소장의 불합리한 지시에 강하게 어필을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니, 잘 보였을 리 만무하다. (*더 나중에 들은 얘기로, 연구소장이 자기보다 많이 알고 있는 이 평사원을 시기 질투했었다고 알려졌다)


그러고 2년이 지나 새로운 연구소장이 왔다. 이 연구소장은 그 평사원과 궁합이 너무 잘 맞는 것이다. 회의 중에도 연구소장의 말을 끊으며 자신의 주장을 펴도, 연구소장이 잘못된 부분은 인정하기도 하고,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기도 하면서, 겉으로 보면 싸우는 것 같으면서도 서로 너무 잘 맞았다. 


그러다, 이 평사원은 43살에 주임으로 진급했다. 입사한 지 약 20년이 되었을 무렵이다. 그리고, 46살에 책임 주임(부장급)이 되었고, 48살에 연구소장이 됐다. 그 궁합이 잘 맞던 연구소장은 본사 임원으로 발령 나가면서, [이 사람이 적격자다]라고 회사 인사과에 강하게 어필했다고 한다. 그리고 직원 400명의 연구소에서 그 어느 하나 토를 달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연구소장이 되고, 54살에 별을 달아 지금까지 오고 있다 (*2). 그와 같이 입사했던 사람들은 보통 30대 후반에 주임이 되었었다. 그는 주임진급에 그들보다도 4~5년은 족히 차이가 났지만, 지금은 아니다. 때를 기다렸던 것일까, 만약 그가 자신의 대우에 부당함을 느끼고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면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생각해본다. 실제로 그를 영입하고자 하는 회사는 널리고 널렸었다. 국내 최고 회사에서 임원 자리를 내세우며 영입하려고 한다는 소문도 들려, 내가 실제로 확인한 적도 있었다. 




회사에서 나에 대한 대우가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회사원들이 아마도 대부분일 것이다. 좀 더 높은 연봉에 풍족한 복지를 원할 수도 있다. 다만, 그런 것들을 바랄 때, 너무 섣불리 판단해서 불만을 토로한다던지,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면, 본인에게 아직 때가 오지 않은 것일 수 있다. 모두가 임원이 되고, 높은 연봉을 받을 수는 없겠지만, 기다리다 보면, 한두 번쯤, 본인에게도 좋은 동아줄이 내려와 주지 않을까. 그런 희망을 가지고 회사 생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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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해가 있을지 몰라 첨언하지만, 한국과 직급체계가 달라, 입사 15년 정도에 주임이 되는 회사이긴 하다. 그리고 그 위인 책임매니저(혹은 부장)로 진급하지 못하고 주임으로 퇴직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2) 우리 회사는 별 달기가 정말 하늘에 별따기다. 회사 역사상 최연소 별이 53세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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