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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찌네형 Oct 06. 2021

5km 달리기가 나한테 가져다 주는 것들

40대에 들어왔다고 하면서, 들어온지 얼마 안된것 마냥 앞날에 대한 불안함을 적은 글이 대부분이였는데, 훅하고 돌아보니, 이미 40대 중반에 와있다. 매일매일이 끊임없는 반복의 연속인지라,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대부분의 일상이 정해진 장소에서만 맴도는 일들이 되다보니, 시간이 흐르는 개념이 무지할 정도로 없어지는게 아닌가 한다.


움직임 또한 예전같지 않다. 출근이라도 하면 그나마 출근을 위한 몸부림이라도 있어 칼로리가 소모될텐데, 재택의 굴레에서 못 벗어나는 요즘, 겨울이 다가오는 것인지, 먹는것에 비례해 내 몸은 영양분을 계속 쌓고 배출하질 않는다. 그렇다고 안먹고 있자니, 노망까지는 아니지만, 나이들어 뭐하고 있나...싶기도 하다. 라면하나 먹는다고 내 수명이 줄어들진 않을텐데 말이다.


그러다 친구가 뛰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다가 언젠가 부터 40대 중반의 아저씨가 뛰는 모습은 나름 멋져<?> 보였다. 그리고, 지금이 아니면 이제 더더욱 뛸 일이 없지 않을까,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른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드는 시점에, 나도 그를 따라 한번 뛰어봤다.




처음으로 삼은 목표는 5km였다. 딱히 이유는 없었지만, 친구가 그렇게 5km를 뛰고 있었기에, 나도 손쉽게 뛸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보기좋게 실패했다. 처음 1km를 뛰자, 내 몸은 지독히도 나의 뜀박질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솟아오르는 숨은 옆에서 걷는 사람들 민망하게 헐떡거렸고, 배와 옆구리, 가슴은 통증이 가득했다. 뿐만 아니라, 90kg에 육박하는 내 몸을 견디기에, 내 무릅과 발목은 예전같지 않았다.



약 한달간을 일주일 2~3일을 뛰었는데, 항상 2~3km를 넘지 못했다. 몰려오는 여러장기의 통증들을 참기가 쉽지 않았으며, 혹시라도 무리해서 달리다가 몸이 상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합리적인 판단이였다 자신하지만, 그냥 힘들었다.


사실 저렇게 20분동안 쉬지 않고 달리는것도 쉽지 않다. 내가 1km, 2km를 너무 쉽게 봤다. 그러나 뛰는건 쉬운일은 아니지만, 우리몸은 뛰는 나 자신에게 놀랍게도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느낀건 이렇다.


1. 통상 자기가 뛰는 거리의 1/3지점(예를들어, 3km 뛴다면, 1km지점)부터 몸에 통증이 왔다. 옆구리에  수도, 가슴쪽, 배쪽, 아니면 이런 통증이 복합적으로  수도 있다. 참기 쉽지 않다. 하지만,   뛰면, 이런 통증이 사라진다. 마법처럼 말이다.

상기표를 보면, 분명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지는게 상식적인데, km당 속력은 빨라지고 심박수가 늘고 있다. 킬로미터 3에서 속력이 줄었는데, 저때가 옆구리나 가슴이 아플때다. 저 부분을 넘어서면 통증이 사라진다.


2. 상기 1/3지점에 들어서면, 호흡이 다소 가파진다. 당연하게도 평균 심박수가 160~170을 왔다갔다 한다. 호흡이 다소 거칠어지며 숨과 숨사이가 계속 좁아지지만, 이것도 어느 시점을 지나면, 다시 호흡이 돌아온다. 마법처럼 말이다.


3. 일단 통증과 호흡이 정리되면,  다음부터는 지구력이다.  다리가 견뎌줘야 한다. 누구들처럼 엄청난 허벅지의 근육은 필요하지 않겠지만, 어느정도의 허벅지 근육은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무릎에 손상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해서, 본인이 과체중인 상태에서 허벅지 근육이 부족하다면, 뛰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도 그런 부류에 속하지만,  허벅지 근육은 그래도 나름........... 근데, 무릅이 아프긴 하다. 참고로 무릎근육을 강화하는데, 계단이 최고다. TV보면서 스쿼드도 했는데, 이건  안하게 되더라. 무릅과 함께 발목도 아프다. 일단 발목이 아프면 무리하지 않았다. 발이 갑자기 풀려 넘어졌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4. 매일 뛰지 않으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막연한 걱정이 있을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일주일에 3번, 혹은 2번만 뛰어도 실력은 크게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5. 마스크 벗고 뛰고 싶다. 그러면  많이   있을거 같다. 이건 그냥 희망사항. 주변에 코까지는 내려서 뛰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냥....괜히....  그렇다.





그리고, 이글을 쓰는 어제, 나는 목표했던 5km를 넘어 뛰었다. 별것 아닌거 같아도...대략 40분을 쉬지않고 뛰는건 정말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조금 지루하기도 하고, 몸이 조금 편해진 것인지 의외로 잡생각도 많이 났다. 사실 어제는 몇달을 참고 안먹던 라면을 먹은 날이였다. 딱 그정도의 칼로리만 빼야지 하는 생각으로 달렸는데, 의외로 상태가 괜찮아, 뜻하지 않는 대어를 낚은 느낌이었다. 내가...5km라니......





사실 몸무게가 드라마틱하게 움직이지는 않는다. 저녁굶고 달리면, 다음날 아침 화장실 다녀온 이후, 500g~1kg가 왔다갔다 한다. 그렇게나...하고 놀랄지 모르지만, 난 90kg다. 90kg에게 저정도 움직임은 낫설지 않다. 저렇게 한달여를 뛰고, 대충 2kg정도의 감량은 보인듯 하다.


하지만, 뭔가 내 몸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는 사실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본래 살을 빼고 건강해진다라는 것은, 나의 행동 전반에 나타나는 긍정적인 신호의 반응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보고, 그러한 마음가짐에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뛴다는 것에 대한 의미보다는 뭔가 나를 위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귀찮아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드려고 노력중이다.


30대에 수많은 다이어트를 경험하고, 많은 성과를 올렸음에도 어김없이  자리로 돌아와버리고 마는 망할 몸에, 다시금 뜀박질이라는 처방책을 주입했다. 쉽지 않겠지만, 지속적으로 뛰어 다음글에는 10km 달성이라는 글을   있도록 노력하겠다.


달리기는 정말 좋다. 아직까지 좋다.

다만 5km 뛰었다고 설레발 치는 것 같아 다소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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