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라떼로 가면 곤란한데......
젊은 사람들이 듣기 싫은 말 중에 군대 얘기가 있다. 말도 안 되는 온갖 설화를 바탕으로 예전 군대생활을 표현하는 어르신들의 그 말들 하나하나가 웃기지도 않으면서 공감도 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특히, 군대를 경험하지 못한 여성의 경우에는 더욱더 그런 얘기들이 먼 남의 나라 얘기처럼 들리지 않을까 한다.
내가 연평해전이 있었던 그 밤, 부모님께 보내는 편지에 머리카락을 잘라 넣었다고 한다면, 다들 웃겠지...... 뭐 그런 거다.
다만, 그런 식상한 군대 레퍼토리에 대해서보단, 내 또래 사람들을 만나면, [요즘 회사는 말이지..]하고, 자신들의 신입사원 시절들과 요즘의 젊은 세대들의 회사생활을 비교해가면 얘기하곤 한다. 이러한 문화가 딱 언제부터 생겨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또 모든 회사가 전부 이러한가?.라고도 얘기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경험하는, 그리고 들어온 굴지의 대기업을 포함, 몇몇 개의 회사들에서 실제 있었던 일들을 토대로, 기억에 남는 얘기들을 정리하고자 한다.
지금 Z세대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뭐지? 당연한 거 아닌가?]하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저보고 살을 빼래요
사내 고충위원회에 3년 차 대리가 상소문을 제출했다. 이유는 이렇다. 부서의 상급자가 자신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했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무 일 없이 끝났다. 물론, 그 상급자는 마음의 상처를 받았겠지만 말이다.
사내 고충위원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주말을 지나 월요일 아침 회의 시작 전에, 사무실에 있던 차장이 주말에 자전거를 탄 모양이다.
"주말에 가평에 갔다 왔는데, 자전거 길이 정말 잘 되어 있더라. 사람들도 엄청 많아."라고 말을 시작했고, 얘기 중반에, "아참, 이대리가 가평에 산다고 했지? 좋겠네. 자전거 타봐, 건강에도 좋아".라고 했다. 딱 여기까지가 그 차장의 발언이었다고 전해진다.
듣고 있던 대리는 그 후, 사내 고충위원회에 신고한 거다. 이유는 이랬다. 자신이 뚱뚱하다고 자신에게 자전거를 타라 강요했다는 것이다.
저는 그 일을 못하겠습니다.
인사과로 찾아온 차장은, 인사총괄 상무에게 정식으로 항의했다. 상무는 회사의 방침 및 지침을 설명하며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그 차장은 회사를 상대로 법률적으로 대응했고, 결국 일은 무마되었다.
이유는 이랬다. 차장 입장에서는 자신이 5년을 넘게 진행해 온 일을 하루아침에 뺏긴다 생각했나 보다. 해서 이러한 인사이동은 불공정하며, 자신에게 불이익이 온다는 식으로 회사에 항의했다. 회사는 처음에는 원칙 <?>을 고수했으나, 법률적으로 대응하는 그 차장과의 마찰을 우려해, 그냥 원상복귀시켰다.
그 때문에, 다른 인사발령도 취소되었다. 꼬이고 꼬인 것이다. 뭐, 그 차장은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 회사를 다니고 있다.
자리 앉는 위치를 지정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그리고 1주일 뒤, 신입사원 환영회를 했는데, 그다음 날, 신입사원은 팀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일로 자리를 지정시킨 선배사원은 징계를 받았다. 회사는 아무리 신입사원이라도 불필요한 싸움은 하기 싫었을 것이다.
회사가 그렇듯,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잘 대해주려고 노력한다. 뭐 모르는 게 있으면 도와주려고 하고, 좋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환영회도 그런 절차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다 잘 지내보자고 하는 것이며, 그날의 주인공은 당연히 그 신입사원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선배사원은 신입사원을 회식자리 중앙에 앉혔다. 그게 끝이었다.
제게 왜 업무를 강요하시죠?
말 표현이 다소 과격하지만, 이런 식의 경우는 참 많다. 일을 못 시키겠다.
거래처와 회의를 다녀온 직원이 내용을 보고하지 않는다. 해서, 어떻게 됐냐고 물어보니, 이래 됐다 저래 됐다 말은 했다. 근데, 그 내용을 같은 팀원들에게 공유를 안 하는 거다. 해서, 팀장은 그 직원에게 회의록을 작성하라고 했는데, 안 한다.
이런 일이 잦아지자, 팀장은 잘 타이르며 업무를 지시한다. 그러자 그 직원이 그러는 거다. 자신에게 업무를 강요한다고. 흠... 어디까지가 팀장의 역할일까 생각해본다.
이걸 왜 제가 해야 하죠?
위의 업무 강요와 그 맥을 같이 한다. 그래. 그럼... 누가 할까. 내가.... 해야 하나? 이젠 일을 시키기도 겁난다.
H자동차의 부문장이 된 그는, 퇴근이 제일 늦다. Z세대의 칼퇴근은, 오히려 그가 부러워할 정도다.
저에게 욕했어요
A와 B가 말하는 것을, C가 우연히 옆에서 듣는데, 마치 그 얘기가 자신을 욕한다고 생각했나 보다. 해서, C가 회사에 신고했다. A와 B가 자기를 욕했다고. A와 B는 황당 그 자체. C랑은 전혀 상관없는 얘기라고 했고 싸움은 일단락 됐지만, 이 일을 계기로 그 회사에서는 뒷담화 문화가 사라졌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뒷담화도 처벌된다. 꼭 당사자 앞에서 말하지 않더라고, 그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당사자를 욕한 후, 참석자 중 한 명이 신고하면 처벌된다. 이건 법적으로도 그렇다(명예훼손 혹은 모욕). 그러니 예전처럼 저녁 술자리에 단골처럼 등장하던 상사에 대한 불만도 조심해서 말해야 한다. 혹시 아나? 그 믿었던 동료가 나를 찌를지........ 단톡방은 이용은 절대 안 된다. '저 팀장 미친거 같아...와~ 완전 X똘아이아냐?'라고 했던 한 직원은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사실 여기 글 이외에도 많지만, 말하면 말할수록 뭔가 젊은 직원들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 그렇지 않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분명 회사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예전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던 상사들도, 이젠 그저 회사의 일원으로서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 사람이 된 것이라고 본다. 회사로부터 주어진 지위를 등에 업고 부하직원에게 있는 욕 없는 욕하면서 서류 집어던지던 쌍팔년도 시대는 먼 얘기가 되었고, 어떻게 하면 민주적이며 인격적으로 사람들을 대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분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다만 과도기를 제대로 거치지 못한 급박한 변화는 아직 어르신들에게는 낯선 풍경이 될 수도 있고, 신입사원들에게 ~님, ~씨라고 부르는 것조차도 어색해 할 수 있는 것에는 공감한다. 어색해도 어쩔 것인가? 오히려 자기 힘들었던 시기를 생각하며 뭔가 보상심리를 바라는 것 자체가 사실은 문제였던 것을. 그런 생각들이 불필요한 오해를 낳으며, 사람들 간의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고, 서로의 신뢰 형성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없어져야 하는 회사 문화"가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좀 더 합리적인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고, 결과적으로 살기 좋은 세상으로 나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