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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찌네형 Oct 22. 2021

[회사생활백서 #26]요즘 회사가 다소 낯선 40대

자칫 라떼로 가면 곤란한데......

젊은 사람들이 듣기 싫은 말 중에 군대 얘기가 있다. 말도 안 되는 온갖 설화를 바탕으로 예전 군대생활을 표현하는 어르신들의 그 말들 하나하나가 웃기지도 않으면서 공감도 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특히, 군대를 경험하지 못한 여성의 경우에는 더욱더 그런 얘기들이 먼 남의 나라 얘기처럼 들리지 않을까 한다.


내가 연평해전이 있었던 그 밤, 부모님께 보내는 편지에 머리카락을 잘라 넣었다고 한다면, 다들 웃겠지...... 뭐 그런 거다.


다만, 그런 식상한 군대 레퍼토리에 대해서보단, 내 또래 사람들을 만나면, [요즘 회사는 말이지..]하고, 자신들의 신입사원 시절들과 요즘의 젊은 세대들의 회사생활을 비교해가면 얘기하곤 한다. 이러한 문화가 딱 언제부터 생겨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또 모든 회사가 전부 이러한가?.라고도 얘기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경험하는, 그리고 들어온 굴지의 대기업을 포함, 몇몇 개의 회사들에서 실제 있었던 일들을 토대로, 기억에 남는 얘기들을 정리하고자 한다.


지금 Z세대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뭐지? 당연한 거 아닌가?]하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저보고 살을 빼래요


사내 고충위원회에 3년 차 대리가 상소문을 제출했다. 이유는 이렇다. 부서의 상급자가 자신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했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무 일 없이 끝났다. 물론, 그 상급자는 마음의 상처를 받았겠지만 말이다.

사내 고충위원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주말을 지나 월요일 아침 회의 시작 전에, 사무실에 있던 차장이 주말에 자전거를 탄 모양이다.

"주말에 가평에 갔다 왔는데, 자전거 길이 정말 잘 되어 있더라. 사람들도 엄청 많아."라고 말을 시작했고, 얘기 중반에, "아참, 이대리가 가평에 산다고 했지? 좋겠네. 자전거 타봐, 건강에도 좋아".라고 했다. 딱 여기까지가 그 차장의 발언이었다고 전해진다.


듣고 있던 대리는 그 후, 사내 고충위원회에 신고한 거다. 이유는 이랬다. 자신이 뚱뚱하다고 자신에게 자전거를 타라 강요했다는 것이다.


저는 그 일을 못하겠습니다.


인사과로 찾아온 차장은, 인사총괄 상무에게 정식으로 항의했다. 상무는 회사의 방침 및 지침을 설명하며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그 차장은 회사를 상대로 법률적으로 대응했고, 결국 일은 무마되었다.


이유는 이랬다. 차장 입장에서는 자신이 5년을 넘게 진행해 온 일을 하루아침에 뺏긴다 생각했나 보다. 해서 이러한 인사이동은 불공정하며, 자신에게 불이익이 온다는 식으로 회사에 항의했다. 회사는 처음에는 원칙 <?>을 고수했으나, 법률적으로 대응하는 그 차장과의 마찰을 우려해, 그냥 원상복귀시켰다.


그 때문에, 다른 인사발령도 취소되었다. 꼬이고 꼬인 것이다. 뭐, 그 차장은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 회사를 다니고 있다.


자리 앉는 위치를 지정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그리고 1주일 뒤, 신입사원 환영회를 했는데, 그다음 날, 신입사원은 팀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일로 자리를 지정시킨 선배사원은 징계를 받았다. 회사는 아무리 신입사원이라도 불필요한 싸움은 하기 싫었을 것이다.


회사가 그렇듯,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잘 대해주려고 노력한다. 뭐 모르는 게 있으면 도와주려고 하고, 좋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환영회도 그런 절차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다 잘 지내보자고 하는 것이며, 그날의 주인공은 당연히 그 신입사원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선배사원은 신입사원을 회식자리 중앙에 앉혔다. 그게 끝이었다.


제게 왜 업무를 강요하시죠?


말 표현이 다소 과격하지만, 이런 식의 경우는 참 많다. 일을 못 시키겠다.


거래처와 회의를 다녀온 직원이 내용을 보고하지 않는다. 해서, 어떻게 됐냐고 물어보니, 이래 됐다 저래 됐다 말은 했다. 근데, 그 내용을 같은 팀원들에게 공유를 안 하는 거다. 해서, 팀장은 그 직원에게 회의록을 작성하라고 했는데, 안 한다.


이런 일이 잦아지자, 팀장은 잘 타이르며 업무를 지시한다. 그러자 그 직원이 그러는 거다. 자신에게 업무를 강요한다고. 흠... 어디까지가 팀장의 역할일까 생각해본다.



이걸 왜 제가 해야 하죠?


위의 업무 강요와 그 맥을 같이 한다. 그래. 그럼... 누가 할까. 내가.... 해야 하나? 이젠 일을 시키기도 겁난다.


H자동차의 부문장이 된 그는, 퇴근이 제일 늦다. Z세대의 칼퇴근은, 오히려 그가 부러워할 정도다.


저에게 욕했어요


A와 B가 말하는 것을, C가 우연히 옆에서 듣는데, 마치 그 얘기가 자신을 욕한다고 생각했나 보다. 해서, C가 회사에 신고했다. A와 B가 자기를 욕했다고. A와 B는 황당 그 자체. C랑은 전혀 상관없는 얘기라고 했고 싸움은 일단락 됐지만, 이 일을 계기로 그 회사에서는 뒷담화 문화가 사라졌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뒷담화도 처벌된다. 꼭 당사자 앞에서 말하지 않더라고, 그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당사자를 욕한 후, 참석자 중 한 명이 신고하면 처벌된다. 이건 법적으로도 그렇다(명예훼손 혹은 모욕). 그러니 예전처럼 저녁 술자리에 단골처럼 등장하던 상사에 대한 불만도 조심해서 말해야 한다. 혹시 아나? 그 믿었던 동료가 나를 찌를지........ 단톡방은 이용은 절대 안 된다. '저 팀장 미친거 같아...와~ 완전 X똘아이아냐?'라고 했던 한 직원은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사실 여기 글 이외에도 많지만, 말하면 말할수록 뭔가 젊은 직원들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는  같아 조심스럽다. 그렇지 않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분명 회사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예전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던 상사들도, 이젠 그저 회사의 일원으로서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 사람이  것이라고 본다. 회사로부터 주어진 지위를 등에 업고 부하직원에게 있는  없는 욕하면서 서류 집어던지던 쌍팔년도 시대는  얘기가 되었고, 어떻게 하면 민주적이며 인격적으로 사람들을 대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분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다만 과도기를 제대로 거치지 못한 급박한 변화는 아직 어르신들에게는 낯선 풍경이 될 수도 있고, 신입사원들에게 ~님, ~씨라고 부르는 것조차도 어색해 할 수 있는 것에는 공감한다. 어색해도 어쩔 것인가? 오히려 자기 힘들었던 시기를 생각하며 뭔가 보상심리를 바라는 것 자체가 사실은 문제였던 것을. 그런 생각들이 불필요한 오해를 낳으며, 사람들 간의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고, 서로의 신뢰 형성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없어져야 하는 회사 문화"가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합리적인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 결과적으로 살기 좋은 세상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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