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기

케케묵은 낡은 것들로부터 해방하기

by 하찌네형

쓸데없이 영원을 바라는 사람처럼 오랜 내 주변을 보물처럼 지켜왔다. 좋게 말해 그런 것을, 사실은 하나하나 차곡차곡 버리지 않고 내 주변에 쌓아두고 있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어리석게도 본인의 삶이 영원할 것이라고, 소싯적에는 그렇게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너무나도 짧은 인생이 변곡점에 맞닿게 되면 그제야 후회하며, 자신의 젊은 날의 철없음을 후회하곤 한다. 그런 후회들로 나의 후반기를 맞이하는 것은 너무나도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후회하게 만들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것들로부터 해방되지 못한 것일까. 지금에도 내가 이 모든 것을 안고 더 가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이제 놓아주거나 버려야 하는 것일까를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


주변을 정리했다. 너무나 많은 유무형의 쓰레기들이 내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정해진 공간 안에 버리지 않으면 새것을 들이지 못하는 너무나 당연한 이치를 나는 쉬이 받아들이지 못했다. 또 후회할 것이 뻔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왠지 아까웠기 때문이다.


과거의 다이어리를 버렸다. 물론 전부 버리진 못했지만, 책장에 있는 다이어리만도 5개나 있었다. 그 옛날 다이어리에 나의 일상을 적는 것이 나름 재밌었다. 근데, 이젠 좀 그렇다. 이게 뭐라고 써놓나 싶다. 내가 그때 그 시절을 기억한다고 해서, 그게 나에게 얼마나 많은 기쁨을 줄지 의문이다. 혹은, 그런 것들이 오히려 나를 외롭고 슬프게 만드는 촉매제가 되기도 하는 걸 보면, 사실 별로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50대가 돼서, 20대의 짱짱한 나를 바라보는 게, 적어도 나에게는 썩 기분 좋지 않았고 되려 슬프기 했다. 그러려고 이런 기록과 사진을 남겨놓은 게 아닌데 말이다. 기억의 파편은 꽤 아프게 다가왔다. 그래서 결혼사진을 안보나 싶기도 했다.


옷도 버리기 시작했다. 조금 값비싸게 주고 산 옷들은 한번 더 생각하게 되긴 하지만, 그래도 버린다. 신기한 건, 버리고 나면, 나중에 내가 버린 것조차도 잊어버린다. 나에게 이 옷의 가치는, 구매할 때의 기쁨과 입었을 때의 설렘으로 충분했고, 이제 그 역할을 다 한 옷이었다. 입어주지도 않는데 걸어만 놓는 건, 이 옷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혹 다른 사람이 입게 된다면, 그로서 기쁜 것이라 생각했다.


많이 버리면, 새로 담는 것에 신중하게 된다. 이 역시 언젠가 버려지는 것임을 알고 있으니, 쉽게 생각하지 않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마지막에 남는 것은 있겠지만, 50년을 모아놓은 것들을 너무 늦지 않게 하나씩 버려나가려 한다. 좀 떨어내야 한다. 좀 더 빨리 시작할 것을 후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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