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고령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요 며칠 모대기업 행정팀과 화상회의를 하는데, 처음 보는, 나이는 대략 50대 조금 넘은 분이 계셨다. 해서, 누구시냐 여쭈니, 이제 팀으로 온 지 2개월 되었다 했다. 아직 행정에 대해 모르는지, 나에게는 너무나 기초적인 부분을 질문하는 걸 보면, 본래 이쪽에 계시던 분은 아니었겠거니, 모르긴 몰라도 연차가 찼음에도 퇴사를 하지 않으니, 이곳저곳을 헤매는 분인가 싶어, 나름 짠하기도 했다.
내가 담당하는 분야의 대기업에 신입사원들을 거의 보기 어렵게 된 건, 요 근래일이 아니다. 2020년에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이런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회사는 신입사원을 공개채용하지 않고, 산학지원으로 필요인원을 보충하거나, 상시채용제도를 이용해 필요한 만큼만 채워 넣은 지 오래되었다. 그리고, 요즘은 쉽게 퇴직을 시키지도 못하니 회사의 평균연령은 높아지고, 거의 매년 회사는 비상경영을 강조하며 허리띠를 줄이니, 결과적으로 신입사원을 뽑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회사입장에서만 본다면 건강한 생태계가 아닌 것이다. 물론, 회사원 입장에서만 본다면, 정년을 보장하는 게 되니 이보다 더 안정적일 수 없다.
혹자는, 적당히 회사에서 눈칫밥 주면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겠지만, 회사에서 지원되는 그 많은 복지가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것에 책임감 높으신 지금의 가장들은 걱정보다도 두려움이 앞선다 한다. 30대 결혼해서 아이 낳고, 그 아이가 대학을 간다면 대략 50대 초반일 텐데, 몇몇 대기업에서는 자녀의 대학학자금을 전액 지원해 주기 때문에, 이 엄청난 복지를 놓을 수 없어, 50대 넘어 이제는 팀장이나 부서장에서 평사원급으로 좌천되었을지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회사에 남아 있는 것이다. 참고로 이분들의 팀 내평점은 거의 최하점에 가깝지 않을까 한다.
사실 젊은 부서장이나 팀장은 사실 곤욕이지 않을 수 없고, 웬만하면 받기 싫었을 것이다. 소싯적에 자신의 상사이기도 한 사람들이었기에, 과중한 업무를 주지도 못할뿐더러, 준다 하더라도 해결능력은 뛰어나지 않다. 그들 역시도 불타는 열정은 이미 식어, 그냥 주어진 업무만 충실히 하려고 노력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점들이 돌고 돌고 돌아, 안정적 고용이라는 선순환의 역할보다는 그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회사의 전체 분위기가 가라앉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여, 그들의 식지 않는 노력과 열정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주관적으로 봤을 때 회사 내 어르신들은 그리 열정적이지 않다. 나는 그들이 과거를 생각하지 말고, 그냥 회사원이라는 점에 변함없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있는 이 외국회사에는 종신고용이나 연공서열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것과 상관없이, 나이가 들어도 자신의 일에는 변함없이 잘하는 분들이 많고, 나 또한 그들의 열정을 응원하는 입장이다.
그들은, 젊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지 않는 엄청난 노하우가 있다고 항상 믿고 있다. 그 노하우를 바탕으로 업무를 노련하게 처리했을 때, 비로소 그들의 가치가 빛이 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니, 다들 힘들지만 노력하시길 바란다. 그리고 이또한 어느정도 대기업에서나 있을법 한 일이라, 그렇지 않는, 더 다니고 싶어도 다닐 수 없는 처지에 놓인 분들에게는 먼나라 이야기일 수 있어 조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