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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찌네형 Dec 02. 2019

40대에 불쑥불쑥 생겨나는 고민들

나만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지 모르겠다.

생각이 많아졌다.

그 생각이란게 나를 발전시키는 생각이라기 보다는, 남아 있는 것들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더 많은것 같다.

당연히 10~20대는 뭔가를 배우는 것에 많은 시간을 쏟아왔고, 30대에는 결혼과 사회적인 경제활동에 많은 시간을 보내오다가, 문득 돌아보니, 40대가 되었다.


분명 40대는, 내가 느꼈던 30대의 속도보다 빠르게 지나갈 것이고, 50대초반이 되었을때, 나는 40대에 뭘 했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그저 [시간이 정말 빠르더라]라고 사람들에게 말할 것임은 분명하다.


혹자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단순히 환경의 변화없이 하루하루를 똑같이 살다보니, 그런거라고 한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시간에 회사에 가며, 같은 자리에 앉자 일을 하고, 같은 방식으로 퇴근후에 집으로 가는, 아주 지극히도 단순한 일상이 지속되니, 내 머리곳에서 어제가 오늘같고, 일주일 전의 그날도 오늘과 비교해, 별로 차이가 없이 느끼는 것이라는 거다.


동의한다.

이걸 누굴 탓해야 하는 걸까. 사회의 구조를 탓해야 하나, 아니면, 도전정신없고, 항상 안락만을 추구하는 내 자신을 탓해야 하는 것일까. 뭔가 버라이어티하고 매일매일이 새로우며, 일을 하고 나서도 만족감이 커서, 어서빨리 내일이 왔으면 하고, 오늘의 퇴근을 아쉬워하는 그런 뭔가는 없는 것을까라고 생각해 본다.


아쉽게도 그런일을 찾기에는 쉽지가 않다. 또한, 내 주변의 환경이 나를 그렇게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주변탓을 해본다. 집안의 가장이고, 노후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은 쉽게 내쳐지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또 같은 오늘을 살고 있는 것이다.


죽음의 에티켓.

책에서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다른이를 위한 삶이 아닌 자신만의 삶을 살라고 한다. 너무 일만 열심히한 자신을 죽음의 앞에서 보면, 한없이 원망하며 후회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분명히 나도 똑같을 것이다. 나도 그렇게 못해 본것을 엄청나게 후회할 것이다. 그런 것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현실을 부정할 수 없는건, 현실에서 도망쳐 나올 수 없는건, 그냥 다들 그렇게 살고 있으니깐, 하고 푸념하듯 떠오르는 나약한 내 정신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보물처럼 선사받은 나의 생명에 대해, 비록 짧은 시간을 보내고 사라질 존재이지만, 진정으로 내가 살아야 하는 방식이란건 어떤 것일까 끊임없이 고민해본다.

생각에 정답은 없고, 사람마다 그들이 생각하는 가치가 전부 다르지만, 적어도 내가 죽기전에, 후회는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은 한다. 그래서, 뭔가를 하고자 할때 망설여진다면, 그건 하라는 뜻이라는 세간의 말을 진심으로 생각한다. 싫으면 딱 잘라 싫을텐데, 그렇지 않고 미련이 남거나, 그 좋은 점이 조금이라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러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가장 좋은 길로 가는 것이, 더 좋은 인생의 목표가 될 수 있는 합리적이고도 효과적인 것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건, 우리에게 주어진 이 시간에 대해서 좀 더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고, 그 길이 아니면, 다시 돌아나와서 다른 길로 갈 수도 있는 것이기에, 너무 초초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고, 내 자신을 타일러 본다. 눈 앞에서 버스나 전철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서둘러 뛸 수 있겠지만, 굳히 뛰지 않아도, 버스나 전철을 금방 다시 내 앞에 오더라, 그런 거구나 인생이란건...이라고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도 분명, 후회할 것이다. 세상의 모든것을 전부 누려도, 남들이 하지 못한 엄청난 경험을 할지라도 후회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 후회의 크기는 많이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를 안심시켜본다.

그런 노력조차도 하지 않는다면, 내 인생의 작아지며, 삶의 의미나 태어난 값어치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살다 없어지는 미약한 인간존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너가 살만하구나..]라고.

삶이 팍팍하고, 쥐꼬리만한 월급에 매달 나가는 대출금에, 쌓이지 않는 재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런 삶의 의미를 논하는 것 조차 사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내일 당장 내가 회사에서 짤릴까 안 짤릴까를 걱정하며 사는 40~50대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야~ 배부른 소리하고 있네]라고 푸념을 들을지도 모른다.


맞는 말이다.

근데, 생각한 것보다 시간이 빠르더라. 그리고 이제는 그 시간감이 무섭기까지 하더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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