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놀라운 통찰력에 감동하다
고등학교 윤리 시간이었던가. 그리스의 철학이라던지, 소피스트라던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얘기를 들으면서, 사실 크게 공감 가는 부분은 없었던 것 같다. 그냥 시험에 출제되는 부분에 대해서만 적당히 이해하고 넘어갈 뿐이지, 그게 어떻게 나의 삶과 맞아떨어지는지는 알지 못했다.
혹 그때 그 내용을 완벽히 이해했다 하더라도, 나는 그 내용을 이해만 했을 뿐, [그래서 뭐 어떻다는 것인가]라고 쉬이 지나가 버렸을 것이다. 아무래도 고등학교 때이고, 부모님들의 그늘 아래서, 공부만 하고 있었을 때 인지라, 그때 사회를 알아봐야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한다.
최근에 우연한 기회에 소크라테스의 사상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왜,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싫어했으며, 왜 그는 당시 소피스트와 싸우고, 프라타고라스라는 당대 최고의 변론가의 말에도 의문을 제기했던 것일까. 왜 사형선고에 대해 반항하지 않았고, 많은 제자들이 안타까워하는 가운데서도 최후를 맞이했던 것일까 하고 말이다.
또한, 이 2500년 전의 성인은, 지금 현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무엇을 전해 줄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민주주의는 좋은 것인가
이에 소크라테스는 말한다.
"배가 전복될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이 배를 운전할 사람을 어떻게 뽑는가]. 즉, 배에 대해 잘 알고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지, 배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르는 일반인이, 그저 뭔가 믿음직하다는 이유만으로, 착하다는 이유만으로, 잘생기고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선장으로 뽑힌다면 배는 어떻게 될 것인가?"
뭔가 믿음직하지만, 착하지만, 잘생기고 예쁘지만, 배는 침몰할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우리 손으로 뽑은 지금의 민주주의 속 정치를 보면, 그렇다. 서로 간에 맞는 것을 맞다고 얘기하지 못한 채, 매번 서로 싸우기에만 바쁘다. 경력도 능력도 없을 법한 사람들이 대중의 인기와 지역주의에 의해 국회의원이 되어, 권력을 휘두르고 있지 않는가. 변호사가, 교수가, 의사가, 연예인이, 기업인이 현실정치에 대해 자세히 알까 하는 의심과 자신들의 의견은 묵살된 채, 그저 당의 방침에만 따라 허수아비처럼 움직이고 있는 건 아닌지, 상당히 걱정스럽기까지 한다. 언젠가부터 정치는 그렇게 대중으로부터 멀어지고, 자기들의 기득권만 챙기려는 정치쇼로 가는 게 아닌가 한다.
또한 언젠가부터, 정의로움은 그저 그들의 입에서 말하는 것으로 치부되었으며, 전적으로 그들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정의롭다는 말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 않을까 싶다. 대한민국의 아이들을 보호하고자 해도, 자신들의 이익을 철저히 계산한 채로 움직이는 것이 정의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이러한 민주주의가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과연 정치 속에서 정의란 무언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통해, 사회의 정의로움을 찾을 수 있을까, 강한 의문이 든다.
이러한 부분을 그 옛날 소크라테스는 걱정했던 것이며, 인간은 이러한 성인의 말에서, 단 한걸음도 진보하지 못하지 않았나 싶어, 씁쓸하기만 하다.
너는 그래도 네가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구나
악한 사람들은 선한 것을 모르기 때문에 악한 것이다. 또한 사람은 선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악을 저지르는 건, 그들이 알고 있는 선은 진정한 선이 아니며, 아직 진정한 선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상당히 멋진 말이다. 그들은, 그들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다들 공부도 많이 하시고, 사회적으로도 덕망 있는 위치에도 있었던 사람들이라, 잘못되어 있다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그들은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즉, 자신이 알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 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소크라테스는 말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서로가 말도 안 되는 것들을 주장한다. 마치 그가 알고 있는 것이 진실인 것 마냥 얘기하며,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한다. 그 자신이 모른다는 말은 하지 않은 채 말이다.
그러한 궤변, 즉 상대편과의 논쟁에서 이기기 위해, 거짓을 참인 것처럼 꾸며대며 말하는 사람들은 지금 이 시대에 넘쳐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서 확실하지도 않은 사실을 퍼뜨리며 사람들을 혼란시키는 것들, 소위 말해 [가짜 뉴스]들이 판을 치게 되는 것을, 소크라테스도 걱정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폴리스에서 정해진 내용을 따르지 않는다면, 폴리스의 존재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우리에게 "악법도 법이다"라고 잘 못 알려진 대목이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 않을까 한다. 단지, 이 말이 사용되던 그 시기에, 이 말로 말미암아 이득을 보는 집단, 즉, [악법이지만, 너희들은 지켜야 한다]를 강조했었어야 하는 집단의 사람들이 만들어 낸 말이라는 것쯤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소크라테스가 감옥에 들어가고, 그의 제자들은 그에게 탈출을 권한다.
사실, 그의 사형 판결은 그에게 죄를 씌어 없애고자 했던, 당시 소피스트들에 의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며, 실제, 청년들을 선동하거나, 신을 모독한다는 행위 자체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와 같이, 그냥 가져다 붙이면 되는 죄목이 아니었을까 한다. 예수 그리스토도 신성모독으로 십자가에서 돌아가셨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도망가지 않는다.
사실 그 자체도 완벽한 인간은 아녔을 것이며, 끊임없이 광장(아고라)에 모인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그 들 내면에 있는 지식을 밖으로 꺼내려고 노력했던 인물이다. 그도 잘 알지 못함을 인정했던 셈이기도 했다.
다만, 무엇이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랄까, 신념은 명확했었다. 물론, 당시의 판결 자체에 대한 불만은 있었을지 모르지만, 모두가 폴리스의 판단에 불만을 가지고, 판결 이후에 불복하거나 도망치거나 한다면, 폴리스의 존재 의미가 없다는 생각은 했을 것이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악법도 지켜야 한다]라고 보이겠지만, 속 뜻은 그런 표면적인 뜻으로만 해석되기에, 그 깊이의 차이는 현저하게 다르다.
나는 잘 모르지만, 또한 그때의 소크라테스 생각을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어떠한 시스템이 있다면, 우리는 그에 대해 부정하기보다는 끝없는 질문을 통해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개선활동이 없이는 발전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우리는 지금, 눈앞의 이익만을 본채,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당장 나에게만 문제없으면 말이다.
그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나에게, 아직도 많은 질문을 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