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 수 있는 비결은 있는가
일본은 아시아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장수로서는 단연 최고의 나라이다.
물론, 장수국가라고 해도, 대한민국의 평균수명(약 79세)과 비교해, 4~5년 더 많은 수준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하면 장수국가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나는 당시 일본을 지역별로 나눠보면, 오키나와가 최장수 지역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오키나와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을 때, 80~90대 노인들이 아직도 밭을 갈고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 다소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는 크게 달랐다.
위의 표는 직접적으로 일본의 수명을 표시하진 않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강수명을 정리한 표이다.
보면, 남자는 야마나시현(일본 중부)이 1위이고, 여성은 아이치현(일본 중부)이 1위이다. 상위 5위까지 오키나와는 없는 것이 예외이다. 물론 그 차이가 엄청나게 있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참고로 오키나와현은 남자는 71.98세로 25위, 여자는 75.46세로 10위로 되어 있다. 오키나와가 장수도시라는 것은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일본이 세계에서 최장수 국가임은 명확하다. 실제 최장수 기록은 일본이 가지고 있고, 100세 이상의 장수노인들이 일본에 가장 많다.
오사카에서 1898년에 태어나신 오카와 씨는, 무려 117세까지 계시다, 2015년에 돌아가셨다.
장수의 비결에 대한 질문에 그녀는 "맛있게 먹는 것, 천천히 사는 것, 잘 자는 것"이라는, 너무나도 평범한 말을 했으며, 좋아하는 음식으로는 고등어회를 포함한 회와 커피를 꼽았다. 특별할 것도 없는 음식이다.
남자의 경우, 최고령 기록(113세)인 헨리 앨링엄과 비슷한 기록이 일본에 있는데, 다나베 토모지 씨로 2009년에 113세로 생을 마감하셨다. 이분의 비결은, 매일 새벽 3시에 먹는 우유와, 담배, 술을 안 하는 것이라고 한다.
2019년 일본 후생노동성이 경로의 날에 발표한 수치를 보면, 일본의 100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7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오카와 미사오 씨의 기록에 근접해오는 116세의 어르신들도 수백 명이 있다고 하니, 한국과의 차이는 실로 어마어마하다고 볼 수 있다.
남자 입장에서 보면 아쉽지만, 일본에서도 예외 없이 남자의 수명이 짧다. 한국자료를 찾아보진 못했지만, 2015년 보건복지부 발표로는, 한국에는 약 1만 5천 명의 100세 노인들이 계시고, 그중, 남자보다 여자가 3배 더 많다고 한다. 참고로 대한민국의 최장수 노인은 올해(2019년) 116세의 백경순 할머니시다.
뭐하나 특별할 것 없는 그들의 장수 비결은, 너무나 단순해서 별로 비결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뭔가 남들이 안 하는 특별한 운동이나, 특별히 잘 먹는 음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분들의 장수 비결을 들어봐도 뭐하나 특별한 건 찾아볼 수 없다.
아쉽게도 이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설명이 모아 지는 건, 우선은 장수 유전자에 대한 얘기이니, 이건 우리가 어떻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다음은 뭐든지 급하게 생활하지 말고, 천천히 하라는 것이고, 또,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계속해서 삶의 의지를 다잡는 것과, 스스로도 책을 통한 지식을 쌓는 것과 무리하지 않는 꾸준한 운동이라고 보겠다.
이런 당연한 결과들 앞에서 나는 왜, 유독 아시아에서 일본만 장수국가가 되었는지가 궁금했다. 이에 대한 자료를 찾아봐도, 단순히 섬 국가임으로 생선요리를 많이 먹었다는 것과, 건강식이라 알려진 낫또나 여주와 같은 독특하고 쓴 음식이 장수의 비결이라는 내용이 있지만, 혹, 이런 것들이 상업성과 연관된 결과이거나, 혹은 다른 무엇과 관련된 부분이 아닐까 해서, 의심이 가기도 한다.
그들은 왜 세계적으로 장수국가가 되었을까. 역사에 따른다면, 많은 민족이 중국을 거쳐, 한반도를 거쳐 넘어갔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즉, 대한민국과 일본은 분명 여러 의미에서 비슷한 유전자를 가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럴까를 생각해본다.
1. 도시보다는 농촌에 많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건강나이 기준, 남자는 24위, 여자는 38위로 도쿄의 순위가 떨어진다.
오사카는 남자는 39위, 여자는 34위이다. 대충 봐도, 일단 도심보다는 도심 외곽지역의 노인들 수명이 길다.
도시는, 교통이 발달하고, 편리한 의료서비스를 언제라도 받기 좋은 곳이라서, 오히려 높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그 반대다. 노인들이 건강하게 생활한다는 측면에서, 결코 도시는 그것을 충족시키지 않는다.
농촌의 경우, 당연하게도 계속해서 움직여야 하고, 스스로가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생활에 익숙해져있다 보니, [노동]을 한다는 것에 대해, 우리 몸이 뇌에게 [계속 움직여야 한다]라고 메세지를 주는게 아닐까 한다.
즉, 내가 편하다는 것은, 돌려서 말하면, "힘들게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것이 되고, 그러한 존재는 결국, "내가 필요한 것인가"로 귀결되지 않나 생각이 된다. 세간에 [가만히 있으면, 늙는다]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일전에 TV 프로그램에서, 장수와 지역 도서관의 상관관계에 대해 방영한 적이 있었는데, 도서관이라는 단순한 장소도 끊임없는 지식을 얻으려 노력한다는 측면에서 두뇌활동에 중요하지만, 그 책을 보기 위해, 자신의 몸을 움직이며 생각하는 일련의 행동들이, 노인들에게는 계속해서 몸속에 중요한 이벤트를 알려주는 좋은 메시지로 작용하는 게 아닐까 한다.
어떤 것이라도 내가 살아있다는 것에 만족함과 동시에, 내가 살아있어야 함에 대해, 내 몸에 계속해서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어떤 일이라고 지속해야 하며, 가능하면 내 몸을 계속 움직여주는 것이 좋다고 본다.
2. 먹는 것은 상관없어 보인다.
이건 뭔가 진리인 듯하다.
어느 날 갑자기, 인터넷 검색어에는 듣보잡의 열매나 식물들이 상위 랭크되는 경우가 있다. 보나 마나,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뭐가 몸에 좋다 하여, 그것을 검색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을 것이다.
그러한 신비의 명약은 해를 거듭하면서 바뀌며, 올해는 어떤 음식이 유행하다가, 내년은 또 다른 무언가가 유행하게 될 것이다. 일종의 건강보조식품도 유행을 따른다는 것이다. 카카오 닙스나 노니주스처럼 말이다.
홈쇼핑이 활발하지 않을 때, 당시 일본의 장수 비결로 "클로렐라"라는 녹색 영양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저거 한알이면, 나도 일본 사람들과 같이 건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 건강해졌을 수도 있지만, 사실 내 몸으로 아무런 변화도 느끼지 못했다. 그저, 남들이 좋다고 하나, 나도 한번 먹어보자는, 일종의 "군중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물론, 먹는 것이 많은 영향을 줄 것이며, 열거한 제품들이 몸에 좋은 작용을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 낫또나 여주 같은 지역특색이 뚜렷한 먹거리도, 분명 몸에는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러한 먹는 것이 진시황이 찾는 불로초와 같은 신비의 명약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장수노인이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고 해서, 오트밀을 매일 아침에 먹는다고 해서, 내가 따라먹는다고 장수가 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고 본다. 먹는 것은 종류에 상관없이, 조금씩 과하지 않게, 그리고 즐겁게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하다. 녹차는 카테킨 성분으로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개인적으로 녹차 그 자체보다도, 녹차를 마시면서 한숨 돌리며 쉬는 문화나, 녹차를 마심으로 인해 생겨나는 대화들, 그런 부수적인 행위가 노인들에게는 더 좋지 않을까 한다.
2015년 펜실베이니아에 사는 Pauline Spagnola 씨는 100세 생일에, 자신의 장수 비결로 술을 꼽았다. 그것도 많은 술(a lot of booze)이다. 따라 해 볼 것인가.......
3. 국가의 전폭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일본에는 수많은 장수센터가 있다. 장수를 연구하는 센터만 지역별로, 공공기관별로, 사기업들도 뛰어들어 있다. 이중에,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https://www.ncgg.go.jp/)도 그런 곳 중에 하나이다.
물론, 장수센터의 절대적인 목적이 "어떻게 하면 인간은 수명을 연장할 수 있을까"가 아니다. 만약, 아무런 준비 없이 수명이 연장되었다고 한다면, 인구증가는 전 지구적으로 큰 재앙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런 단체는 노인들의 건강한 삶을 유지함과 동시에 다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이다. 즉, 어떤 의미에서, 노인들의 건강수명을 늘리는 것이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러한 연구센터의 활동 및 논문은 많으며, 언제라도 내가 찾아볼 수 있게 사이트 운영도 여러방면으로 편리하게 해놨다. 실제 예로, 2018년에 골프가 건강에 좋다고 발표한 바가 있다.
근거에 대해, "몸을 움직이는 것은 기본이고, 점수를 계산하던지,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인지능력 개선에 도움이 된다"라고 발표했다. 이런 식의 연구들이 일본에서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실제로 국민들에게 적용되며, 그런 내용들을 언제라도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는 많은 기관들이 존재한다.
국내에도 많은 연구기관들이, 인간의 장수에 대해 연구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보건복지부의 할당된 연구비에 의한 1회성 결과보고로 끝나버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무조건 남의 나라의 제도가 좋고, 믿는것은 아니겠지만, 좀 더 체계성을 갖추고, 국가차원에서의 관심과 사회적인 포용이 있다면, 노인들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충분히 꾸준하게 활동할 수 있으며, 그로인한 건강한 삶의 연장도 같이 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노인들도 충분히 우리 사회에서 다시 움직일 수 있으며, 노인들 또한, 자신에 대한 긴장의 끈을 쉽게 놓아서는 안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어찌어찌하여 100살을 넘게 산다고 해도, 인간은 영원히 살지 못한다.
또한 나만 오래 산다고 해서, 내 가족들 모두 떠나 없는 빈자리에 혼자 덩그러니 남아, 나의 길고 끈질긴 삶을 탓하고 싶지도 않다.
이제 중년의 40살. 건강나이로 치더라도, 통계적으로 앞으로 30년 정도가, 내가 잘 걷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라고 한다면, 인생의 반환점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를 많이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