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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를 어디까지 사용하시나요

한글이 어려워지고 있다

by 하찌네형

신조어는 그시대의 시대상을 반영한다고들 했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내가 한참 젊던 1990년대에는

사실 그렇다할 신조어가 있진 않았다. 또한 그러한 신조어도 한두번 들으면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는 X세대정도로, 신조어라기 보다는 그냥 있는 단어의 조함정도가 아닐까 한다.


물론 신조어라는건, 단순한 말줄임이 아닌, 새롭게 만들어진 단어나 그렇게 통용되는 말들을 의미하며, 단순히 말을 줄인것을 신조어라 칭하는건 어색함이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결국 줄인말도 한번에 알아듣지 못하면, 나에게 새로운 [신조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내가 젊었을때, 어르신들은, "요즘 애들말은 들어도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라고 하는 소리를 많이 들었었다. 다만 내가 생각하기에 그건 신조어의 영향이 아니고,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문물이 전파되면서 자연스럽게 나온 전문용어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휴대폰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휴대폰에 대해 아무리 설명해도, "잘 모르겠다"라고 쉬이 말해버리곤 하신다. 아무리 친절하게 천천히 가르치려해도, 도통 진척은 없다.




빠바

사실 이정도 신조어는 귀엽다 칭하겠다. 단어를 축약하는 것으로 인해, 새로운 신조어를 만들려고 한다면, 지금같은 스피드한 세상에서 나름 효율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한때 이러한 현상에 대해, 메시지가 발달된 사회에서, 긴글자를 짧게 줄여 사용하는 것이 필요했고 그래서 일상화 되었다는 설명을 봤다. 영어의 ASAP도 그렇고, 일본에서도 엄청나게 많은 축약어들이 많다. 또는 '마상'과 같이, 나름 귀여게 들리는 신조어들은, 지금 내나이에 쉬이 쓰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들으면 귀여운 말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문제는 단어가 가지는 뜻 자체가 너무 험해, 쉬이 그 말을 말하는건 물론이고, 듣는것조차 거북한 단어들이 요즘이들 가운데서는 너무나 쉽게 오고가고 있다는 말이다. 또한, 도데체 말을 봐도, 그게 뭘 뜻하는건지도 쉽게 떠오르지 않다.


최근, 트와이스의 지효가 '웅앵웅'이라고 했다고 하자, 이런말이 답글에 있었는데, 사실 한번에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지효가 말한, [관종이 웅앵웅한다]라는 뜻도 한번에 와닿진 않았다.


- 한남 웅앵웅 아닥하자

(한국남자들, 웅얼웅얼 주저리주저리 말하지 말고, 아가리 닥쳐라) ...뭐 이 정도 뜻이다.


한남이니, 여초니 남초니 페미니 하는, 남녀의 진영논리로 번지는 단어들을 보면, 그 속은 세종대왕께서도 울고 가실만큼, 단어사용이 오염되어 있다. 서로를 욕하고 비난하는 것은 기본으로, 절대 서로 섞일 수 없는 상황들이 표현들이 너무 깊이 녹아있는게 아닌가 한다.

그러다 보니,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공격하게 되고, 자기 자신이 다치면 안된다는 소위 [자기애나 자존감]이 높아지고, 몇몇 사회문제로도 번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말이란것이, 모든사람에게 보편적일 것인데, 이런 특정집단에만 특이하게 통용되는 말들이 많은건 어떻게 이해하는게 좋을지 잘 모르겠다. 온라인게임에서 오고가는 정체불명의 말들이니, 특정 커뮤니티에서 특정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그런 단어들에 대해, 좀 더 조심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고, 공인들도 적극 동참하여, 좋은 말로 순화하는 것이 시급하지 않나 싶다.




나도 그런 글들이 올라오는 사이트를 자주 들어가지는 않지만, 현재 젊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무엇이며, 또 그런 흐름은 어떤식일까를 볼때, 가끔씩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 영갤리젠봐봐.

(영갤러리에 글이 올라오는 속도?)

- 치킨빌런

(빌런은 악당이란 영어지만, 뭔가에 굉장히 심취해 있는 사람. 덕후같은 것을 말함. 덕후..도 일본어군..)


뭐, 그들사이에서 아무문제없이 통용된다고 한다면, 우리 세대가 이해못하는 것을 두고 문제라고 할 건 아니라는 생각도 있다. 다소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나의 기성세대가 더욱 분발하여, 요즘 문화에 맞춰가는 것도, 지금 동시대를 살고있는 나에게 필요한 가치관이라고 본다. 쇼미더머니의 랩배틀을 보고,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어. 뭐라고 하는거야??]라고 생각하다면, 그 옛날 서태지와 아이들과 DJ DOC같은 음악을 들은 당시 기성세대들이 했던 말들과 무엇이 다를까 한다.


그 말이 가지고 있는 참뜻이 일반 시각으로 바라봤을때, 특별히 이상하며 거북하지 않는 표현이라면, 사용은 안할지언정, 뭐, 그대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




- 딸, 우리 베라갈까?

- 아...짜증나. 아빠. 학교에서 선생님이 말 줄여서 사용하지 말라고 했거든?. 아빠 지금 말 줄인거지?


어제 밥을 먹고, 산책겸해서 나갈까 했는데, 문득 딸이 짜증을 낸다.

6단어를 단 2자로 줄인 이 말은 참으로 유용하고 효과적이지 않나 싶지만, 나부터 조심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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