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두번째 이야기
- 토할거 같아
먹은게 없어도, 냄새만 맡아도 역겨운 기운이 올라온다는 토덧. 그 토덧으로 지금 6주차가 된, 내 아내는 힘들어 하고 있다. 남자로서 어떻게 해야할지를 사실은 모르겠다.
사람에게 위로라는건, 사실 아무짝에나 쓸모없는 것일지 모른다. "괜찮아" "잘될꺼야" 라는 형식적인 말들은 지금 이 사회에서는 서로에게 별 도움이 되는 말처럼 보이지 않는다.
- 얼음 좀 가져다 줘
그래서 그냥 아무말없이, 그냥 있는다. 그러다가 역겨움을 참아내기 위해, 아내가 쓰는 나름의 방법이 차가운 것을 먹거나, 마시는 것이다. 사실, 책이나 미디어를 통해, 이게 좋다더라 저게 좋다더라...하는 식의 말은, 지금 이순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그냥 가져다 달라는 걸, 아무말 없이 주고 있다.
- 뭐, 여자라면 누구나 하는 임신으로 무슨 호들갑이야. 남들은 말이지~~~~~.
그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남자라면 누구나 겪는 군대얘기에 항상 비유되면서, 사회가 그렇게 여성의 임신에 대한 가치를 "그저 누구나 다 하는 것"쯤으로 치부하려 했던것은 아닌가 한다.
그렇게 "별로 대단하지 않은 일" 쯤으로 바라보기에, 여성에서 임신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란 건, 지금쯤 되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며칠전에 검색에서 나름 무서운 글을 보았다. 임신으로 인해 사망하는 산모가, 대한민국에서 10만명당 7~8명이라는 것이다. 유방암이 10만명당 4.8명이라고 하는데, 그 두배가 되는 수치다. 이쯤되면, 여성의 임장에서 임신으로 인해, 자신의 목숨도 위태해 질 수 있다는, 무서운 생각을 가지게 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녀는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보고, 그런 의미에서 임신한 모든 여성들이 대단하거나 위대한 것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그냥 가만히 있는것이다. 해달라는 것만 잘 해주고, 필요한게 있으면 준비해주고 있다. 물론, 지금 그녀의 임신상태를 모르고 있는 초등학교 2학년의 엄마붙박이 딸은, 그런 엄마의 상태를 알리없이, 하루가 멀다하고 엄마한테만 붙어있으려 한다. 아무리 엄마가 힘들다 짜증을 내도, 그 내막을 알리없기에, 지금 그 아이는 엄마의 가장 힘든 존재가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제 방학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주말이나, 최대한의 연차휴가 활용을 통해, 아이와 엄마를 떼어놓는것. 그렇기 위해, 알찬 방학 스케줄을 내가 짜야하는 것이, 지금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이 아닌가 한다.
- 6.4미리. 심장소리 들음.
아내에게 문자가 왔다. 좋다고 호들갑떨면, 팔불출일까?. 얼른 나오거라. 기다리고 있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