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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것은 없다

익숙해지려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불편한 진실들.

by 하찌네형

나의 10대는 참 시간이 가지 않는 가장 길고 지루한 시간이였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그때는 시간이 안간다는 생각과 함께, 어서빨리 어른이 되어, 좀 더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던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생활까지의 시간이 많이 남아, 당시의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간다고 생각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맞이한 20대는 내 생애에 있어, 가장 활발한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하고, 불필요한 생각이지만, 지금 시간을 돌린다면, 20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때의 그 추억과 감성, 90년대 후반을 주름잡았던 발라드를 들을때면, 문득문득 나 자신이 매우 차분해짐을 느끼며, 잠시 옛추억에 빠지는 것은, 그만큼 그 시기가 나에 있어 많은 전환점을 준 시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0대에 결혼을 하고 나고 아이를 가졌을때, 나는 세상이 영원하지 않다는 단순한 진리를 뼈속까지 느껴야 했다. 물론 가족이 있었지만, 나 혼자만 생각해도 될 20대까지의 나의 인생이 있었다면, 이제 가족을 이룬 나와, 나와 아내로 인해 세상에 눈을 뜬 아이를 바로보고 있자니, 나의 영원하지 않을 삶에 대한 받아들이기 어려운 고통이 있었다. 그 고통은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한번은 가족들과 외국에 여행을 갔었다. 새벽에 문득 일어나 잠이 오지 않았는데, 문득 집어든 책이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였다. 책 초반에 수명연장을 위해 외국 유수기업의 CEO들이 투자하고 있다는, 실로 죽음과 관련된 굉장히 사실적인 내용이, 새벽시간의 남의 감성을 건들였다. 난 그날, 끝나지 않는 긴밤을 홀로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야 했다.


생각해보면, 내가 가장 힘든것은 내가 죽는다는것이 아니였다. 어차피 내가 죽는다는 것을 내가 인지하지 못하고, 나 하나 그냥 TV전원이 OFF가 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생각을 하는데도, 할 수 있는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가장 힘든건, 내 주변의 사람들, 특히 가족과 헤어진다는 그 고통이였다.

이제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생각은, 나로하여금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게 했었다. 미약한 나의 능력으로 이 모든 시간을 멈출 수 있는 꿈을 꾸는건, 순전히 그런 이유였다.


영원한 것은 없고, 생각보다 죽음은 빨리 찾아올 것임을 잘 알고있다. 지금 70줄을 넘어서신 아버지를 보더라도, 그의 인생은 힘들고 고단했겠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너무 시간이 빨랐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나도 분명이 수십년 후에 이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최대한 후회를 하지 말자

이런 생각들로 사실 나는 30대를 보냈고, 그 정답없는 해결책을 구하려 아직도 노력하고 있다. 쉬운 문제는 아니나, 자연스러운 것으로 어려운것도 아니다. 그래서 내가 찾은 내 나름의 답은, [최대한 후회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 후회에 이제 물질적인 것은 없다. 물질은 내가 사서 만지는 순간, 더 이상 나에게 행복을 주지 않는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런 물질은 끝이 없어, 가지면 더 가지고 싶은게, 인간의 심리라는 생각이 든다. 난 그런것에 내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 다만, 기억을 가지고 싶다. 가족들과 여행도 많이 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나의 시작은 가족에서 시작하여 가족에서 끝나기를 바란다. 그러한 많은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면, 나는 좀 더 행복하게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그리고, 좀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해보라, 지금의 젊은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망설이고 있다는 건, 하라는 것]이란 말이 있다. 망설임은 인간이 가진 몇가지 능력중에 신중하게 생각하고 판단하라는 것일텐데, 그렇게 신중하게 판단하기에, 우리의 인생은 너무 짧다. 물론,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난관이 있을지 모르지만, 본인의 생각만 조금 바꾸면, 충분히 가능한 부분들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후회하는 것 만큼, 바보같고 미련한것이 또 없다. 걱정은 잠깐 두고, 일단 한번 해보자. 세상은 절대 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과 함께 말이다. 그리고 세상을 너무 속단할 필요도 없다. 세상은 내가 본 것보다 보지 않은 무수히 많은 것들이 존재하는 미지의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못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세상은 지금의 상태로 영원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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