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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찌네형 Feb 14. 2020

40대가 되면서 나타나는 변화

"그..누구더라.. 그 있잖아. 아나운서 출신에 요즘 한창 잘나가는 웃긴..그..."


전현무라는 사람을 떠올리는데, 나는 한참을 그렇게 망설여야 했다. 유재석급은 아닐지언정, 내가 TV를 많이 보진 않아도 그의 이름쯤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도 그 이름 석자가 떠오르지 않아, 발을 동동 굴렀다.


사람들 이름이 떠오르지 않게 되는건, 딱히 치매와 같은 심각한 질병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내 주변에서 흔히들 나오는 증상<?>이 아닐까 한다. 나 뿐만이 아니고, 내 주변에서도 비슷한 얘기들을 하는 걸 보면, 나도 점점 노화가 오면서 따라오는 일종에 당연한 것이라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된 내 자신이 안타갑다. 그렇게 기억력이 좋다고, 외우는거 하나는 자신있다고 떠들던 내가 아니였던가. 그 이름 석자가 떠오르지 않아 뭔가 답답함을 토로하는 내가 한심하게도 느껴진다. 


40대에 진입하면 노안이 온다고 한다. 

멀리있는건 잘 보여 시력이 나빠진것은 아니지만, 가까이 있는게 안보인다는 거다. 아직 나는 그런것에 불편을 느끼진 않지만, 뭔가 초점이 빨리빨리 맞춰지지 않는다는 느낌이 있다. 눈의 초점을 맞춰주는 근육의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라 들었지만, 나도 그런게 아닐까 생각한다. 가까이 안보이는건, 그래서 쓰고 있는 안경을 들어올려 보는것등은 참 슬픈일이 아닐 수 없다. 뭔가 내가 늙어간다는 하나의 증표가 될테니깐 말이다. 


몸이 아프다. 

어느날 갑자기 아프다. 걷다가 아프고, 잠을 잘 못자도 아프다. 그리고 몸이 쉽게 낫지 않는다. 몸이 상당히 튼튼하다고 생각했지만, 40이 넘으면서 그런 자신감은 건방짐으로 느껴진다. 내 동료는 버스에서 내리다가 아킬레스건이 끊어졌다. 또 다른 동료는 아침에 바지를 입다가 손가락이 골절되어, 3달 넘게 깁스를 해야했다. 아이를 앉아주다가 허리를 삐끗한 사람을 만나는 것도 낫설지 않다. 


[건강을 자신하지 말라]라는 선인들을 말씀은 100% 맞는 말이다. 지금 내가 건강하니, 설마 그렇게 되리라 생각하기 쉽지 않겠지만, 아니다. 그렇게 다치게 되면, 결국 전부 내 손해다. 아킬레스건이 끊어진 그 친구는, 2달이 넘는 병원생활과 6개월이 넘도록 그 발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으며, 1년이 넘도록 제대로 운동도 하지 못했다. 단지, 그는 버스에서 내렸을 뿐인데 말이다. 




그리고,

소신과 정의감의 불타올랐던 나의 젊은 시절은, 안정감을 최우선으로 비겁하게 돌아서는 순간들이 생긴다. 이태원 클라스에서 보여준 새로이의 소신과 패기가, 그런 생각이 부러워진다. 변명일지 모르지만, 나보다는 내 주변을 좀 더 생각하는 나로 변하는것 같다. 


무릅한번 꿇어서 세상이 편해진다면, 그것도 그 나름대로 현실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는 살을 깍는 번뇌가 동반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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