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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찌네형 Feb 17. 2020

감정을 억누르지 마세요

나오는대로 내뱉으란 말은 아니지만....

"내가 아까전에 말했지! 왜 아빠는 자꾸 엄마가 말하는걸 따라해? 난 듣기싫어!"


초등학교 3학년인 딸아이의 짜증이 부쩍 심해졌다. 사실 하루종일 회사에서 사람들과 시달리고 온 나에게, 아이의 짜증은 매번 익숙치 않다. 좋게 좋게 말해도 다 알아듣고, 또 좋은 말을 웃으면서 해주면, 되려 아빠의 입장에서 하나라도 더 잘해주려고 할텐데, 별일 아닌것으로 아이가 짜증을 내니, 순간 그렇게 해주고 싶지가 않은 화가 치밀어 오른다. 어른스럽지 않을 행동일 수 있겠지만, 내가 우리아이에게 화를 내었다면, 그건 전부 아이의 짜증을 받아들이지 못한 나의 참을성의 문제일 것이다. 


울때도 그렇다. 운다고 해결될 수 없는 것임을 오랜 경험에 따른 직감으로 잘 알고 있는 나는, 아이가 보채고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처음에는 달래도 보고, 좋은 말로 타일러도 보다가, 그게 한계에 오면 방법이 없다.  

"울려면 방에서 울어. 시끄러워"하고 방으로 쫒아본 들, 그 아이의 울음이 그치지 않는다는 것 쯤은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 순간을 어떻게 모면해 보려고 하는, 내 얄팍한 심상이었을 것이라 본다. 


나는 어렸을때 부터, 내 여동생이 내는 짜증이 싫었다. 좋게 말하면 될 것을, 늘상 그렇게 자기 마음에 안드는 것이 있으면, 그걸 짜증으로 풀어냈다. 그런 짜증섞인 말이 너무 싫어, 나 자신은 최대한 짜증나는 일이 있어도 그러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하면서 살아왔다. 


그러다 문득 아이가 짜증을 내는게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됬다. 인간으로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억누르고 산다는게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 일일까. 슬플때 울고, 화날때 화내는 것이 얼마나 당연한 것임에도, 그럴때마다, "울지마!" "화내지마"라고 으레 호통쳐 온 내가 더 이상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는 어른들이 "남을 좀 생각해야지, 너가 하고싶다고 다하면서 살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라는 말을 들으며, 오히려 내가 잘못된 것 마냥, 나의 화와 짜증을 억누르기 일쑤였다. 그게 맞는 말일 수 있다. 서로서로가 관계로 얽혀있는 세상에서, 나 하나 맘에 안든다고 화내고 짜증내는 것은, 공동체 의식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에서는 옳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연히 남을 위해서라도 좀 참고, 자신을 억누를 줄 알아야, 내가 성숙된 사람이 되는 것 같고, 어른이 되는 것이라, 그렇게 철이 드는 것이라 생각했을지 모른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다를 순 있지만, 나는 아닌일에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낸 적이 있는가를 본다면, 그걸 다 참아오는 방향으로 인생을 살아오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짜증을 낼 수도, 화를 낼 수도 있는 순간에, 남을 생각한다는 미명하에 그냥 참고 넘기진 않았나 말이다. 또한, 상대방에서 화나 짜증을 안냈을 뿐이지, 내 얼굴표정은 이미 말과 달리, 화나 짜증이 나 있는 얼굴이였다고, 그렇게 상대방에게 말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냥, 그때 깔끔하게 화내고 풀었다면, 그나마 마음속의 앙금이라도 쉬이 풀릴 수 있었을지 모르고, 그러한 나의 상태를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해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았을까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나쁘게 말하면,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였지 않을까 자책해본다. 


버릇이였을까. 생각해보면, 싫은것을 싫다고 말할 줄 아는 용기는, 그런 말을 할 줄 모르는, 하는 것이 아니라고 배워 온, 오랜 부모의 가르침이였지 않았나, 씁쓸하다. 


"울면 안돼. 울면 안돼.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안주신데요"

아이가 우는것 만큼 당연한 것이 없을진데, 이렇게 울면 안된다고 배워온 아이들이, 나중에 자신의 감장을 온전히 내세우는 방법을 익힐 수 있을까. 좋아도 싫은척, 슬퍼도 웃긴척하면서 나는 얼마나 내 감정을 숨기고 살아온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니, 괜히 그랬던 시간이 아까워진다. 


화(Anger)도, 내 몸에 쌓이면 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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