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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찌네형 Feb 25. 2020

40대가 되면 몸이 아프다.

고혈압...고지혈...거기에 통풍... 내 몸에 대한 참회글

아프다.


40년간 몸을 마음대로 써 온, 나의 죄를 달겨받아야 하는 것일까 하는 죄책감과, 내가 나를 더 사랑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그런 건강검진표를 받아 본다. 


용케도 이 몸은, 40년을 굳건히 지켜와 준 것임으로 나름 대견하긴 하겠지만, 내 나이, 원빈과 동갑내기임에도 불구하고, 그와는 족히 10년은 차이나는 외모와 몸을 하고 있는 것이, 필시 나의 노력부족을 탓해야 하는가, 아님 직장생활에서, 그것도 영업으로서 어쩔 수 없었다는 체념과 내 주변 환경으로 위로를 받아야 하는 것일까, 복잡한 감정이 남는다.  


나름 운동을 좋아했다. 대학교때와 지금까지도 축구를 즐기고 있으며, 최근 25층 계단오르기를 꾸준히 해서, 허벅지 근육도 튼실<?>해 졌으며, 몸의 근육량도 전부 발달을 유지해 온 나였다. 시간날때마다 자전거를 탔으며, 뜀빡질의 재미를 느낀 후에, 퇴근길, 운동화로 갈아신고, 집 근처 2~3정류장 전에 내려 뛰어가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항상 머릿속은 건강해야지 했다. 왕년에 2마리는 거뜬히 먹었던 치킨과, 세상 제일 맛있는 음식이 라면이라고 할 만큼의 광신자였던 나는, 언젠가 부터 치킨과 라면도 연중행사로 먹곤 했다. 1일 3식은 많다며, 오전은 굶는 경우가 많았으며, 저녁도 간편히 먹으려 애썼다. 


그래도 몸은 좀처럼 나의 노력에 비해, 눈에 띄는 좋은 회신을 주지 않았다. 그건, 나의 노력부족이라 탓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이라도 깨닫게 해 준, 이런 숫자들을 다행으로 이해해야 함은, 한편으로 감사하다.


고혈압이 왔다. 140중후반/90중후반.

부모님 두 분도 고혈압약을 복용중이라, 나도 언젠가는 올 것이라 생각은 하고 있었다. 다만, 마르디 마른 내 여동생은 저혈압임으로 혹시나 나에게도 그런 고협압의 유전자는 안올지도 모른다는 의미없는 기대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매일매일 한알씩 먹으면서, 다소 줄어든 고혈압 수치를 바라보면서도, 급격하게 낮아지는 것 없이, 약성능을 더 올려야 하나를 걱정하고 있자니, 내심 처량하게도 느껴진다. 


고지혈도 왔다.  LDL이 150을 넘는다.

정말 안믿겠지만, 대한민국 평균만큼의 고기를 먹었다. 자주먹지도 않았고, 그럴만큼의 여유도 없었으며, 집안식구가 별로 고기를 좋아하지 않았었다. 최근 저탄고지를 한다고 약 3개월간 진행해온 것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LDL수치는 매몰차게 올라, 이미 그 한계점을 지나고 있었으니, 약을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긴세월 그냥 놔뒀으니, 나 또한 무책임에서 벋어날 수 없다. 약을 한동안 먹고, 나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헌혈센터에서 콜레스테롤 수치를 측정해 받으니, 드라마틱하게 떨어져 있는 것이다. 진나라 시황제가 찾던 불로초는, 이런 간단한 약 한알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리고 최근 통풍이 왔다. 요산치는 7.5이다. 저탄고지한다고 삼겹살을 너무 많이 먹은게 원인일까 생각한다.

아침에... 일어 날 수가 없었다. 그것도 갑자기 말이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난 내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사람이 기본적으로 양 팔을 사용 못하거나, 양 다리를 사용 못하게 되었을때 느끼는 [평범한 삶]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한쪽다리가 아파, 화장실에서도 다리를 굽히지 못하는 고통과, 물한잔 떠먹으로 갈 수 없는 나의 나약함은, 이 필요없는 근육따위가 무슨 소용이냐는 자책감마저 일게 하였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로, 뭐가 소중한지, 그리고 뭐가 소중했는지 자꾸 잊어버린다. 아마도 나이가 들면서 그런 잊음은 더더욱 심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록, 나는 이러한 상태로 인해 많은 교훈을 얻었으리라 자신하며서도, 돌아서면 수많은 먹거리의 유혹에서 쉬이 빠져나올 수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의지가 박약하다. 


그래도 이렇게 글이라도 남겨놓으며 내 자신에게 참회하니, 소크라테스의 [그래도 너는, 너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고 있구나]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그래. 난 아주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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