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문득 떠오르는 놀람과 슬픔의 기억
이제 초등학교 2학년. 아직은 아무생각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 즐거운 것만 가지고 살게 하고 싶고, 또한 그런 나의 기대에 부응하는지, 언제나 아이같은 생각과 아이같은 행동으로 나를 대해주는 나의 딸아이가, 어느날 식탁에서 꺼낸 말이다.
순간 밥먹고 있던 나는 뭔가에 크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아이로만 바라보이던 딸의 성숙한 말도 그랬지만, 아쉽게도 나는 이 아이가 할머니가 되는 그 모습을 볼 수 없다는, 불가능한 영역에 대한 가슴아픈 애뜻함이 같이 몰려왔는지 모르겠다.
그렇다. 나는 이 아이가 할머니가 되는것을 보지 못할 것이다. 불로장생의 명약이 있다 하더라고 그건 불가능할 것임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말들 하나하나가 자꾸 내게 비수같이 꽃힌다. 그러고 며칠을 내 머리속에서 뱅뱅 돌면서 다시금 이 별난것도 없는 인생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만든다.
내가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내 아이의 존재에 대해, 너무 미약하게만 생각하고 어리게만 생각해, 혹시 이 아이를 하나의 성장한 인격체로 보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도 들게 한다. 더 넓게 보면, 이 아이는 이제 아빠의 품을 떠나도 전혀 문제 없을 만큼, 모든 것이 자라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에게는 분명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아니 생각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지만, 실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심오한 세계가 있다. 그 심오한 세계를 어른의 시각으로 자꾸 막으려고, 고치려고, 그게 아니라고 호통침으로 인해, 역으로 단순하고 항상 정해져있는 가치관이나 세계관으로 변하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하늘을 바라보고, [하늘이 참 파랗다]라고 할 수 있지만, [하늘에 바다가 있다]라고 표현하는 아이들에게, 어찌 세간에 찌들고 정답만을 고집해 살아 온 우리들이 [그건 틀렸다. 이상하다]고 어떻게 호통을 칠 수 있는가......하는 문제이다.
아이들이 하는 말을 하나하나 들어가며, 내 기준에서 엉뚱하고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어도, 그들의 시각에서 받아들이려 노력해야 함을 다시금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생각해보면, 굳히 이해하려고 할 필요까지는 없다. 그냥 [그래? 그렇구나] 하고 방해하지 않고 같은 공감대만 형성해 주더라도, 아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잘 자라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딸아이가 무심하게 던 진 한마디로 인해, 여러가지 생각이 많아지겠지만, 백전백패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는 한 하루라도 빨리 포기하고, 이기려고 하는 노력하는 시간에 좀 더 유의미한 일을 찾아보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런 것은 그냥 재미있는 상상속으로만으로도 충분하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할머니가 된 딸을 만나는 주인공의 마음이 잠시 되어보는것도 나쁘지 않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