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40대가 되고, 내 몸이 어느정도 나이들어감을 느끼는 시기가, 뭔가 안정적이 않은 나의 위치에서 다가옴을 느낀다. 철모르고 그냥 덤벼들기만 하던 20대에서, 이제 사회로 나오는 30대를 지나, 40대가 되면 안정이 되어야 할텐데, 어찌 나는 40대에 그런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걸까.
좀 더 창의적이고,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나의 40대를 애둘러 피해보려 하지만, 결국 남들 다 그러하듯 경제적인 부분과 양육의 굴레에 빠지는 것은 아닌가 한다. 이게 분명 전부는 아닐 것인데, 이 상황을 벗어난, 나를 번쩍 눈에 띄게 하는 심박한 방법은 없다.
나만의 삶을 살고자 하는 세상과, 그렇지 못하고 계속 나를 얽매고 있는 주변상황은 나를 지치게 한다. 뭔가 육체적으로 힘들게 하는 것은 내 경우에 없는데, 왠지모를 불안감, 위기감 같은 것이 심리적으로 나를 조여온다. 그럴바에 왜......라고 사실 아주 가끔식은 생각하면서도, 내 가족의 행복한 모습과 나에게 주는 웃음 하나로 아주 잘 버티고 있다고, 나는 나 자신에게 한번 더 칭찬을 한다.
그런 불안감, 위기감같은 심리적인 압박은, 내가 지금의 아빠라는 무게감이 어느정도 없어지고 나면, 그렇게 되면 같이 없어지게 될까. 그때쯤은 과연 언제쯤이 될 것인가. 내 딸아이가 결혼하는 30대 어느 즈음 되면 그렇게 되는 것일까. 그럼, 이제 20년이 남았을 것인데, 내 신체나이 무너지는 60대에나 가서, 나는 이제 두다리펴고 잘 쉴 수 있는 것인가...
은행에 다니는 친구하나가, 이번에 명예퇴직을 했다. 그에게 고민이 없었을지 모르지만, 돈 주고 내보낼때, 눈치봐서 나와야 한다고 말하던 그였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을 나와, 언젠가 건넨 그의 명함은 40대초입에 차장이였으니, 나는 그가 그 은행에서 잘 나간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의 말을 빌리면, [허드렛일]일만 한다했다.
그는 2억남짓한 돈을 받고 그 은행을 나왔다. 이제 그의 나의 42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물어봤지만, [일단 은 좀 쉬고, 뭐할지 생각해봐야지..]라고, 나름 태평한 말을 한다. 물론 계획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말을 하지 않고, 정말 아무생각이 없어 보였다. 2억이란돈이 결코 작은 돈은 아니겠지만, 또 모아둔 돈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지만, 그의 삶을 두고 봤을테, 절대 충분한 돈은 아니라 생각되었다.
작년에 들어, 이런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다. 내 주변에도 많다. 대부분 40대 초중반에 회사에서 쫒겨나듯 나와야 하는 고용불안이다. 그들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돈을 줄때 나가야 하는 것일까. 나중에는 그 돈도 안줄텐데...]라고 매일밤을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맘편히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도 못하고, 회사에 계속 있자니, 적잖은 압박이 밀려온다.
가장 가벼운 공격은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다. 부문장이나 팀장급 정도 되면, 어느정도 회사에서 뼈 좀 굵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데, 본부장은 그들의 일 하나하나를 사사껀건 참견한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 [일을 이딴 식으로 밖에 못해!!]등등의 짜증섞인 화는 내지 못할테니, 슬슬 건드리는 그런 공격들, 치졸하다.
A : 박팀장. 메일을 왜 이런씩으로 쓰나?
B : 네? 무슨 말씀이죠? 어제 거래처의 이과장에게, 진행사항을 확인한 내용에 뭔가 문제가 있나요?
A : 아니. 이렇게 쓰면, 박팀장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잖아?
B : 무슨일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다뇨? 2월초에 확인하고, 진행사항을 보고하는 거잖아요.
A : 이렇게 쓰면, 연말에 제대로 평가를 할 수 있겠어?
B : 뭐가 잘 못 됬는지 말씀을 하시면 좋을텐데요.
A : 암튼, 앞으로는 전화로 확인한 것도, 회의록을 제출하세요.
다만, 같이 회삿밥 먹으면서, 그 치졸한 본부장도, 그 위의 또 누군가에게 그러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세상 다 그런거. 나만 그런거 아니다]라고 애써 이해라려고, 불평없이 대하려고 추스려보지만, 사람이라 잘 안된다. 크게 한번 들이박아 볼까 싶어, 몇 차례 얘기해봐도 무슨 벽대고 얘기하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존버가 답일까. 지금의 이런 상황을 넘을 뭐가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좋은 방법은 없을까.
대한민국 평균수명에 이제 40년밖에 남지않은 내가, 참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다에 피씩 웃으면서도, 매순간이 그리 녹녹치 않아, 자꾸 하늘을 쳐다본다.
*PS : 재택근무 한달째. 말이 재택근무지 마음은 여전히 편하지 않다.
내 생활패턴이 있을것이데, 어떻게 보면 반강제적으로 패턴이 바뀌었다. 그리고 한달이 지났다. 처음에는 재택근무로 인한 출퇴근 교통지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장점이 너무 컸지만, 지금은 그 밸런스가 무너져, [다시 회사에 어떻게 나가지?]라고 걱정하고 있다.
이것도 나이가 들어서 인가, 빨리빨리 채널이 돌아가지 않는다. 돌아가는데 꽤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