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이란 게 있었다.
한쪽 손에 야구공만 한 고무공을 들고, 살짝 공중에 띄운 후, 그 공이 내려올 때쯤, 다른 한쪽 손을 야구방방이처럼 후려치는 것이다. 단순하다. 항상 골목에서 했기 때문에, 1루와 홈을 왔다 갔다 하는 게 전부인 게임이다. 서로 2~3명만 있어도 충분히 재밌게 그날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놀이였다.
공을 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뒤에서 앞으로 치는 일반적인 야구와 같은 움직임이지만, 이보다 더 강력한 것은, 공을 높게 올려 위에서 아래로 치는 것이다. 흡사 배구의 서브와 같은 움직임이다.
규칙은 야구와 똑같다. 야구와 다른 한 가지는, 골목에서 하다 보니, 벽을 맞고 튀어나오는 공도 잡으면 아웃이다. 얼마나 재밌었는지, 깜깜해질 때까지 골목에서 놀곤 했었다.
1980년 초 당시에는 골목이 있었다.
지금처럼 아파트는 거의 없었던 기억이 있다. 적어도 내가 살던 서울 서초구의 방배동은 아파트가 없었다.
그런 골목을 중심으로 아이들은 모여들어 여러 가지 놀이를 하였다. 당연히 그 당시에는 차도 별로 없어서,
골목에 한대 있던, 스텔라 88이라는 차를 보고, 나도 나중에 저런 차를 꼭 몰겠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신기하게 쳐다보기만 했던 기억이 있다.
짬뽕 말고도 골목은 아이들이 놀기에 딱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그렇게 넓지도 않게, 폭이 2~3m쯤 되려나 하는 곳에서, 딱지치기, 팽이 돌리기, 구슬치기를 하고 놀았다.
생각해보니, 구슬치기는 골목보다는 운동장에서 많이 한 기억이 있다.
딱지치기는 박카스 박스가 제맛이다. 그래서, 약국 앞에서 박카스 박스를 발견하면, 항상 가져와서 딱지를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처음 만들면 좀 퉁퉁해서, 발로 밟거나, 앞면을 바닥에 비벼서 간다. 좀 더 폼나게 하려면,
네모서리도 바닥에 갈면, 얼추 깔끔한 딱지가 된다.
딱지치기를 한다고 모이면, 저마다 한 손에 4~5개씩의 딱지를 가져온다. 많은 아이는, 그 박카스 박스 안에 일렬로 잘 정돈된 딱지를 가져온다. 그럼, 그게 부럽기도 했다.
이와는 다른, 동그란 딱지가 있다. 이것도 딱지라고 했던 기억이 있는데, 아쉽게 이건 문방구에서 구입을 해야 한다. A3 정도 되는 크기에 만화가 인쇄되어 있는 동그란 종이인데, 일종의 도박과 같은 게임이라고 하겠다.
[야 접어]하면, 뒤로 접어서, 왼쪽이 많은지 오른쪽이 많은지, 또는 그 반대인지를 내가 가지고 있는 딱지로 건다. 맞추면, 그만큼 상대방에게 받는 거고, 틀리면, 그걸 다 잃는다.
이렇게 갑자기 옛날 놀이를 생각나게 한 것은, 우연히 아파트 놀이터에서 본, 정체불명의 고무딱지 때문이다.
여러 형광색으로 모양을 한 고무딱지를 쳐대며, 아이들이 놀길래, 내 눈에는 그게 참 부자연스럽게 보였다. 그러면서 그 옛날 나는 저 나이 때에 어떻게 놀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시, 내가 짬뽕이나 딱지치기를 할 때, 우리 부모님은, [나 때는 소 오줌통에 바람을 넣어서 차고 다녔다]라고 했을 것이다. 쥐불놀이를 했을 것이며, 자치기를 했을 것이다.
기억이란 게 참 신기하다.
적잖이 30년이 된 기억인데도, 그때의 그 재미남과 그 풍경,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엄마가 밥 먹으러 들어오라는 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