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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찌네형 May 31. 2021

학연, 지연, 혈연의 사회

시간이 오래지나 조국의 이야기를 들춰보며.

공정한 경쟁에서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효과를 누린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


일단 모든 경쟁은 공정해야 한다. 내가 어디 출신에 어느대학을 나와 어떤 가족관계를 가지고 있는지가 나의 앞길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여, 그것과 손을 잡는다면, 그렇지 못한 다수에게 죄스러운 행동이다, 라는 것에 적극 동의한다.


아직 모든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의 섣부른 판단일 수 있겠으나, 나는 이러한 문제가 비단 한사람만의 잘못으로 되었다 보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학연, 지연, 혈연으로 만들어진 집단들이 존재하며, 그러한 집단들은 [우리가 남이가!]하는 정신으로 암암리에 서로를 돕는다. 돕고 사는 세상이야 얼마든지 건전한 사회일 수 있겠지만, 그로인해 다른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면,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하지만, 사회는 그렇게 건강하지 못했다. 나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사촌에 팔촌까지도 찾는다. 친구의 친구를 찾아 도움을 청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알음알음하여 어찌어찌하여, 나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 행동해 왔던 지난 날들을 되집어 본다면, 우리는 모두 조국의 사건에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본다.



내가 군대를 갔을 때였다.

당시 교육대로 의전행사로 나온 군악대에서 인원차출이 있었다. 어떤 부분의 경력자나 혹은 잘하는 사람은 선발하는게 목적이였다. 그 분야에 자신있었던 나는 손을 들었고, 몇 가지 시험을 본 뒤, '나중에 연락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그날 저녁.

전혀 일면식도 없는 장교가 나를 찾아와서는 다짜고짜 왜 손을 들었냐고 혼을 냈다. 전후사정을 모르는 나는 무슨말인가 처다만 보고 있었으나, 그 장교는 "아무튼 누가 뭐라고 하면, 손들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라고 언지해 두고 갔다. 정신없는 훈련으로 그러한 상황을 까먹고 있었고, 퇴소식에 나는 예정대로 군악대로 차출되어 나갔다.


꽤 시간이 지난 훗날 부모님께 이 이야기를 드리니, 뭔가 눈치는 채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딱히 자초지정은 듣지 못했다. 만약 부모님의 노림수였다면 결론적으로 실패했지만 그때 나의 부모님은 정의롭지 못했다.


하지만, 나의 10대~20대 시절, 그리고 지금도 그러하다고 생각하지만, 너무나 많은 불공정은 어디에서나 일어나고 있다. 추천서 하나 쯤이야 눈감고 몇 자 적어주는건 아무것도 아니다. 도장하나쯤, 아무런 제제없이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렇게 만든것은 사회의 구조와 시스템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게 만들어 논 것이다.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가 부여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사회, 공평하게 경쟁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놓고도, 그 안에서는 그럭저럭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들,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너희는 왜 못했니?]라고 묻는 꼴이 아닐 수 없다.


능력있는 부모와, 그보다 더 능력있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그늘속에서, 그저 무럭무럭 아무걱정없이 공부만 해온 사람들의 입장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간의 차이는, 어디에서나 불평등을 발생하고 여기저기서 삐집고 올라온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금 사라지고, 다시 그런 혈연, 지연, 학연의 연결고리는 스멀스멀 사회를 장악해 간다.




나는 그렇게 살지 않았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정의로운 사람들임에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나의 노력과 비례하여 나의 앞길이 정해지는 건강한 사회와는 달리, 사회가 만들어 놓은 기준이라는 것이, 어떤 집단에서는 너무나 달성하기 쉬운 기준이 되고, 어떤 집단에서는 그 기준조차 버거워 쉽게 포기해버리고 마는 상황은 어디서나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시간에도 그런일들이 너무나도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면, 그럴때마다 수월하게 달성한 집단들에게 돌맹이를 던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어른으로서 깊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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