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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하 Oct 27. 2020

나를 바꿀 수 있는 최고의 방법

장은하의 정신건강 칼럼

대기업에 근무할 시절 나는 또 한 차례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버렸다. 누적된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신체화 반응으로 곧장 이어졌다. 건강검진 결과, 거의 모든 장기를 재검사해야 하는 상태였다. 몸은 마음만큼이나 심하게 망가져 버렸다. 그때 나이 28세. 내 신체나이는 50세라 했다. 


정신과 약과 심리상담은 ‘이 약만 먹으면 좀 나아지겠지’, ‘내일 상담 가니까 하루만 참자’ 등 일종의 플라시보와 같은 마음의 위안을 줄 수 있었지만, 나 자신의 한계 그 이상을 뛰어넘도록 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완전한 삶의 변화를 만들고 싶었다.


 정신적, 신체적 건강의 회복부터 현재 삶에 불만족하는 모든 영역, 인생의 비전까지도 새로운 나로 탈바꿈되길 원했다. 결국 ‘나 자신’이 스스로 바뀌어야 했다. 


그 무렵 나는 우연히 회사에서 마련한 특강으로 강수진 씨를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나이 50을 앞두고 세계적인 발레리나에서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으로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었다.  


그녀의 강의가 끝난 뒤 나는 용기내어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을 지금 이 자리에 오르게 한 건 무엇 때문이었나요?"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이 없이 말했다.


"그건 30년 넘게 단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짧게는 20분, 길게는 2시간 정도 했던 스트레칭이었어요. 제가 슬럼프에 빠졌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가장 큰 힘이었고, 매일 아침 그 짧은 시간이 절 이 자리에 오게 해줬죠" 


강수진 씨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실천했던 매일의 작은 습관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준 힘이자, 현재의 자신을 만들어주었다고 했다. 이어서 누군가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내년에 50세가 되는데, 어떤 기분이신가요?”


"저는 지금 49세, 이 나이가 너무 좋아요. 그리고 내년엔 50이 되는데 내년엔 아마 더 좋을 것 같아요. 왜냐면 내년엔 올해보다 더 건강하고 더 예뻐지고 지혜로워질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언제나 제 나이가 좋고 나이를 먹는다는 두려움 따위 없죠." 


내년엔 올해보다 더 건강해지고 아름다워질 거라고 말하는 그녀. 나는 그녀의 말에 뒷통수를 쾅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고작 나이 서른을 앞둔 내가 이젠 체력도 딸리고, 나이도 들었으니 무슨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겠냐고 스스로를 깎아내렸던 나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날로 매일 아침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말로는 인생을 변화시키고 싶다고 하면서 내 몸 하나도 원하는 대로 못 만드는 사람이 무슨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출근 전 매일 새벽 6시, 나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복싱을 배우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운동을 시작한 후 가장 큰 변화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죽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사라졌다기보단 그런 생각을 할 시간이 없어졌다는 게 더 맞는 말이겠다. 시간에 맞추어 운동 수업에 가야했기에 일어나 운동복을 갈아입고 체육관 가기에 바빴다. 침대에 누워 불행한 생각을 떠올릴 몇 초의 시간도 허용되지 않았다. 매일 아침 6시부터 7시. 이 한 시간은 온전히 내 몸에만 주의를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때부터였다. 내 삶은 상상 그 이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한바탕 땀을 흠뻑 흘리고 난 뒤 샤워를 할 때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영감이 떠올랐다.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자신감이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체력이 좋아질수록 운동의 강도 역시 올라갔기에 어제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도전이 매일 계속되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게 되니, 집-회사 뿐이던 내 하루의 24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달라졌다. 내가 변화하니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 역시 자연스럽게 달라졌다. 운동을 시작한 이후에는 출근길에서 졸거나, 기운 없이 출근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늘 생기가 넘쳤고 깨어있었다. 출근하여 동료들을 만나면 먼저 밝게 인사할 수 있었고 언제나 활력이 넘쳤고 기분이 좋았다. 그런 나를 보고 팀 동료들도 하나 둘 매일 아침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처음으로 나의 삶을 통해 타인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 경험이었다. 


그렇게 1년, 2년이 지났다. 나는 매일을 내 인생 최상의 컨디션으로 살고 있다는 기분 좋은 자신감과 건강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었다. 정신과 약물에서 그리고 상담에서는 얻을 수 없었던 삶에 대한 강한 의욕과 열정, 용기, 자신감, 설렘,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샘솟기 시작했다. 


운동이 나에게 준 최대 유익은 새로운 삶을 위한 ‘용기’였다. 나와 같이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과 함께 하겠다는 소명에 용기를 더해 대기업 퇴사와 함께 사회적 기업 창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다. 높은 연봉의 안정적인 회사를 퇴사하고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것은 큰 결단이 필요했다. 운동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나는 그곳에서 ‘언젠가’만 외치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4시간」의 저자 티모시 페리스는 ‘언젠가’라는 말은 당신의 꿈을 무덤까지 가지고 가서 당신과 함께 묻어버리는 질병이라 말한다. ‘언젠간 내 사업을 해야지. 언젠간 멋진 몸매를 만들어야지. 언젠간 멋진 곳으로 맘껏 여행을 해야지’ 나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언젠가’만 말하는 삶이었다. 어쩌면 그것이 그저 평범한 삶, 나에게 맞는 삶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바꿔준 것이 바로 ‘운동’이었다. 운동은 내 안의 이미 강력한 힘이 있음을 일깨워주고, 내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게 해주었다. 몸이 다시 건강해지면서 내 안에 자신감이 다시 샘솟고, 다시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운동은 강력한 항우울제이자 새로운 삶을 창조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직접적인 수단이다. 건강해지면 사람은 변화할 수 있다. 


내 인생이 실패한 느낌이라면. 희망도 없고 다시 시작할 힘도 남아있지 않다면. 모든 것이 절망스러워 죽으려고 해봤으나 죽는 것 역시 쉽지 않다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실패해서 무너졌을 때, 정신적, 육체적, 재정적으로 완전히 피폐해지고 바닥을 쳤을 때, 이것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현명한 방법이 있다. 만약 현재 내 삶의 모든 측면이 불만족스럽고 악순환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모든 것을 선순환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열쇠가 여기에 있다.

도저히 운동할 에너지가 없다면, 하루 단 10분 걷기부터 시작하자. 


 운동은 인간을 가장 빨리 변화시킬 수 있는 최고의 라이프 리부트 솔루션이다.

아직도 운동을 신체건강 증진과 다이어트를 위한 수단 정도로 여기고 ‘바빠서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가. 운동이 우리 인생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우울이 다시 찾아와도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나는 운동할 것이고, 살아남을 것이다. 내 인생을 변화시키고 충만한 삶을 살고 있는 지금을 만들어 준 건은 바로 하루도 빼먹지 않고 죽기살기로 했던 아침 1시간의 운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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