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 때 뇌는 질적으로 달라진다

발달 뇌과학 학습심리 교육

by 주윤

사람은 변합니다. 변해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변화가 선명하게 감각되는 건 아무래도 생물학적 시간표에 의해 이루어지는 신체적 성장과 성숙일 겁니다. 작년에 입던 옷 소매가 짧아졌던 순간에 느낀 뿌듯함, 2차 성징이 시작되어 더욱 여성스러워지고 남성스러운 몸으로 변하는 순간의 당혹스러움을 느낄 때 우리는 크고 있음을 감각합니다.


동전에 양면이 있듯 커간다는 것은 상승적인 변화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작은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눈에서 저 멀리 떨어트려 글씨를 읽어야 하는 갑작스러운 노화 역시 변화입니다. 상승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하강적인 변화를 겪고 적응하기를 반복하며 우리는 발달합니다.


신체뿐만 아니라 변화는 생각과 태도에서 보입니다. 작년에 끙끙댔던 문제를 다시 만났을 때, 내가 이걸 어려워했다는 게 어이가 없고 작년의 내가 귀여워지는 순간을 만나본 사람 있나요? 발표나 토의할 때 쿵쾅거리던 심장과 떨리던 목소리는 어디 가고 능숙해진 제스처까지 하게 된 사람은요? 불도 못 켜던 아이였던 내가 이젠 달걀프라이는 거뜬하고 라면도 곧잘 끓이게 된 사람도 있겠죠? 이런 변화는 공부와 연습을 통해 이루어지는 후천적 노력이 끌어낸 변화입니다.


우리는 신체적으로도 변하지만 학습을 통해서 변합니다. 좀 더 확실하게 말하자면 인간은 본능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것을 학습합니다. 마치 AI가 학습을 통해 알고리즘을 만들 듯 말이죠.


변화가 발달이라고 할 때 공부는 우리를 발달시킵니다. 공부는 생각과 행동을 달라지게 하니까요. 실제 덧셈과 뺄셈만 알았던 내가 곱셈구구를 외우면서 곱셈을 할 수 있게 되면, 더 이상 2개씩 5묶음을 계산할 때 2를 5번 더하지 않아요. 곱셈을 하죠. 워드 프로그램이나 파워포인트로 문서를 작성하는 법을 배우면 자를 대고 복잡한 표를 그리기보다 먼저 노트북 전원을 켭니다. 결국 공부를 통해 나는 배우기 전의 나와 질적으로 다른 사람이 됩니다.


뇌 과학에서는 생각의 변화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줍니다. 공부를 통해 뉴런이라는 신경세포들의 연결이 바뀌게 되면서 행동, 생각, 정보 처리에 변화가 일어난다고 말이죠. 우리가 공부할 때 우리 뇌에서는 실제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자세히 살펴볼까요?


공부할 때 뇌는 울창해진다


뉴런(neuron)은 뇌의 신경계를 구성하는 세포로 세포체(soma, cell body), 수상돌기(dendrite, 가지돌기), 축색(axon, 축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세포체는 신경세포의 중심이 되는 부분으로 세포핵을 포함합니다. 수상돌기는 나뭇가지처럼 사방으로 뻗어있는 모양이죠. 나무의 가지에 달린 잎이 햇빛을 흡수하듯 수상돌기는 다른 뉴런이 가져오는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입니다. 축색은 세포체에서 길게 뻗어 나온 부분으로 뉴런 내에서 정보가 이동하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즉, 수상돌기에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면 축색이라는 길을 거쳐 축색말단으로 이동하고 다른 뉴런의 수상돌기와 만나 시냅스를 형성합니다. 시냅스가 연결된 개수가 많고 촘촘할수록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속도와 질이 높아집니다.


우리가 공부할 때, 이미 배경지식이 있는 분야는 빠르게 받아들이죠? 그건 그 분야에 대한 시냅스가 정교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임진왜란이 배경인 드라마나 영화를 보았다면 역사 시간에 임진왜란을 공부할 때 임진왜란에 대한 배경지식을 담은 뉴런들이 빠르게 불이 켜져 시냅스가 어려움 없이 연결되며 임진왜란을 풍성하게 이해하게 됩니다. 영화 속 장면과 교과서 문장이 연결되고, 영화에서 재미를 위해 과장했던 부분은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며 뇌의 임진왜란 시냅스가 보다 정교해집니다. 공부를 통해 시냅스 연결이 보다 울창하고 정교해질수록 우리의 이해의 속도와 질은 높아집니다.


문제는 어려운 문제, 새로운 문제예요. 낯설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매번 틀리는 문제들이죠. 혹시 이런 경험 있나요? 처음 풀어본 수학문제를 두 번째엔 정답으로 간신히 고쳤어요. 시간이 지나서 다시 그 수학문제를 풀 때 처음 오답을 그대로 써서 또 틀렸던 경험! 외우고 또 외웠다고 생각했지만 단어시험을 볼 때 또 틀리는 영어단어! 정말 답답할 노릇이죠. 왜 우린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걸까요?


이런 어려움의 원인을 뇌 과학으로 설명하면, 배경지식이 부족해서 뉴런 내에서 새로운 정보가 축색을 통과하는 과정에 어려움이 있거나, 연결된 시냅스가 빈약하기 때문입니다. 내 눈앞에 저 섬이 보이지만 닿을 수 있는 다리가 없기 때문에 보여도 갈 수가 없는 것과 같아요. 연결된 시냅스가 없을 때 우리는 보이는 문제도 해결방법을 떠올리기가 어렵습니다.


결국 내가 잘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다시 말하면 뉴런과 뉴런 간 시냅스라고 하는 생각의 다리가 정교하게 만들어진 문제를 말합니다. 반대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이 생각의 다리가 놓여 있지 않거나 놓여있어도 부실하다는 뜻입니다.


생각의 다리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갈 수 있는 곳의 가능성이 달라집니다. 더 중요한 것은, 생각의 다리를 연결해 본 사람은 또 다른 어려움을 만나도 새로운 생각의 다리를 연결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이내 포기하기 쉽습니다. 생각의 섬끼리의 연결이 많아질수록 내가 가진 생각의 숲은 울창해집니다. 울창한 숲이 가진 문제해결력이 결국 내 삶을 살아가는 능력이 되어줍니다.


생각의 다리를 울창하게 연결하려면? - 피복감기


생각의 섬을 연결하는 다리, 어떻게 놓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 새로운 내용을 잘 이해해서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요? 그 방법을 뉴런 안에서, 그리고 뉴런과 뉴런 간의 시냅스 연결에서 찾아봅시다.


먼저 생각의 섬을 연결하는 다리인 시냅스를 이루기 위해서는 뉴런 내에서 노력이 필요합니다. 바로 수상돌기에서 받아들인 새로운 정보를 축색 말단으로 오류 없이 매끄럽게 보내줘야 합니다.


수상돌기에서 받아들인 정보는 전기적인 신호로 바뀌어 축색이라는 통로를 거쳐 축색 말단으로 이동합니다. 이때 축색은 전기가 통하는 전선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때 축색은 피복이 입혀지지 않은 전선의 상태예요. 당연히 합선이 일어나는 경우가 생기게 되고, 수상돌기에서 받아들인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서 누락되거나 끊기는 경우가 생깁니다. 바로 우리가 아무리 해도 이해가 안 되는, 분명히 새로운 글을 읽었는데 이게 무슨 소리지? 하고 여기는 순간입니다. 우리가 수상돌기에서 받아들인 새로운 정보를 잘 전달하려면 필요한 건 바로 절연물질인 피복입니다.


 피복은 어떻게 감아줄 수 있을까요? 반복을 통해 배경지식을 쌓아갈 때 피복이 감깁니다. 실제 익숙한 분야에는 피복이 단단히 감겨 있어 새롭더라도 관련된 분야에 대한 정보라면 빠르게 이해가 됩니다. 낯선 분야는 그 반대겠지요. 피복이 헐겁거나 감싸있지 않다 보니 읽고 설명을 들어도 누락되는 게 많아 이해되지 않습니다. 영어단어를 외울 때를 떠올려보세요. 낯선 단어는 처음 볼 때는 외워지지 않지만 반복해서 말하고 손으로 쓰면 외워지죠. 우리에겐 그런 반복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돈을 저축하듯 배경지식을 저축해 주는 겁니다.


글을 여러 번 읽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또 읽어보는 노력을 할 때마다 우리 뇌에서는 슈반세포의 세포막이 노출된 전선인 축색에 피복을 감아주게 되고, 결국 새로운 정보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게 됩니다. 이 과정은 수초화(myelinization)입니다. 많이 경험한 영역은 수초화가 잘 진행되어 이해도 쉽고 재미있게 여겨집니다. 반면 수초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영역이라면 한글로 쓰여있지만 이해하기 어렵게 여겨집니다. 나에게 중요한 영역이지만 낯설다면, 자신을 위해 수초화를 일으켜봐야겠죠! 우리가 시간과 노력을 들일수록 우리 뇌도 함께 변하며 우리를 돕고 있으니까요.


생각의 다리를 울창하게 연결하려면? - 반복으로 친해지기


뉴런 안에서 수초화를 이루었다면 이제 뉴런 간의 관계를 만들어줘야겠죠. 생각의 섬을 연결하는 두 번째 비결은 시냅스를 정교하고 울창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뉴런과 뉴런은 정보를 화학적 반응으로 소통합니다. 뉴런 안에서 전기적인 신호로 수상돌기에서 축색을 거쳐 축색말단으로 전달된 정보는 신경전달물질에 담겨 화학적 신호로 변합니다. 축색말단에서 화학적 신호를 보내면 관련된 뉴런의 수상돌기가 받아들이며 대화하는 것, 바로 시냅스의 연결입니다. 이때 다른 뉴런과 대화를 하며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수상돌기는 부풀어 오릅니다. 이 순간이 바로 기억이 저장되는 순간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시냅스 연결을 잘 이루어 기억의 부자가 될 수 있을까요? 시냅스가 연결되는 과정에 비밀이 있습니다. 축색 말단과 수상돌기 간의 화학적 대화는 우리가 낯선 사람을 만나 친해지는 과정과 닮았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어떤가요? 어색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툭 터놓고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 여러 번 만나 대화를 하다 보면 점차 익숙해지며 대화가 시작되죠.


뇌에서 뉴런과 뉴런의 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더욱이 뉴런은 매우 수줍은 편이에요. 한 번 만나서는 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여러 번 만나 여러 번의 시도를 했을 때 서로 대화가 시작됩니다.


충분한 양이 모일 때 질이 달라집니다. 새로운 화학적 정보를 받는 수상돌기는 낯을 많이 가리는 탓에 낯선 축색말단에서 보내는 화학적 신호 중 Na+만을 겨우 받아줍니다. 다른 수용체는 단단히 문이 잠겨져 있어요. 그 Na+가 시간을 들여 반복해서 전달되어 충분한 양이 채워지면 Mg++이온을 받아들이는 수용체의 문이 드디어 열립니다. 그때부터 축색말단과 수상돌기는 봇물 터지듯 서로 활발한 대화를 하게 됩니다. 이때 우리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잘 알려져 있는 Ca++(칼슘) 이온은 기억을 잘할 수 있는 물질을 많이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Ca++는 신체적 키뿐만 아니라 우리 기억의 키도 키우고 있었습니다.


시간과 노력, 반복은 우리 뇌를 변화시킵니다. 뉴런 안의 수초화를 일으켜 새로운 정보를 빠짐없이 신속하게 전달하는 힘도, 뉴런과 뉴런 간의 대화인 시냅스를 활발히 이루는 것도 결국 시간과 노력을 들인 반복이 가져옵니다. 참 고단한 일이지만, 동시에 편안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세상을 이해하는 나만의 지문,

생각 다리를 만들어가는 근사함


단단하고 정교한 시냅스 연결은 그 분야에 대한 입체적인 사고력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하나를 알면 열을 안다는 말처럼 새로운 정보를 가져왔을 때 관련된 수십 개의 정보들이 동시에 손을 흔들고 반짝이며 나도! 나도! 하며 그 생각을 꽉 쥐여주기도 하고 넓고 깊게 확장해 주며 이해를 돕습니다.


우리는 경험한 만큼의 세계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경험과 공부는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입체의 면을 더 많이 만드는 과정입니다. 반복적인 경험의 면이 육면체인 사람보다는 이십면체의 사람이 더 많은 생각을 이해하고 타인의 입장에 공감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공부로 연결한 생각의 다리는 나만의 독창적인 생각, 창의성을 만들어줍니다. 한 가지 문제에 대한 여러 개의 풀이방법을 알고 있으니 신속하게 해결할 수도, 그 방법들을 연결 지으며 나만의 방법을 제안할 수도 있는 거죠. 나만의 철학으로 단단하게 서 있으면서도 세상을 날카롭게 볼 줄 알고, 주변 사람을 너그럽게 볼 수 있는 삶은 입체적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사람이 가진 근사한 능력입니다.


세상을 이해하는 나만의 지문, 바로 시냅스입니다. 내 삶이 만들고 있는, 만들어 갈 나만의 생각의 지문은 어떤 모양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