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억의 부자 되기-연결로 구조를 만들고 질문하라

장기기억 학습법 심리 교육 공부법 청소년

by 주윤

반복은 공부의 클래식입니다. 밑줄 긋기와 형광펜도 영원한 공부의 단짝입니다. 다만, 수동적인 반복 읽기와 하이라이팅은 공부했다는 착각만 남기곤 합니다. 단기기억에는 잠깐 기억되지만, 장기기억에 뿌리내리지는 못합니다. 이젠 제대로 된 반복의 기본기를 알고, 읽고 하이라이팅을 할 때입니다.


밑줄과 형광펜을 연결하여 지식의 구조를 만들자


앞서 새로운 정보가 장기기억에서 의미 있게 부호화되는 방법으로 ‘연결하기’를 소개했습니다. 이 개념을 밑줄과 형광펜에 적용하면, 형광펜과 밑줄로 지식의 위계나 전후, 인과 관계를 규칙에 따라 표기할 수 있습니다. 이때 형광펜과 밑줄은 지식의 의미 있는 연결과 구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사용을 위해 2~4 색 이내의 형광펜을 준비합니다. 자신만의 기준으로 내용마다 다른 색상으로 구분합니다. 예를 들면 노란색은 중요한 내용, 주황색은 2번 학습해도 이해가 안 되었거나 틀린 부분, 하늘색은 보조설명이나 예시를 표시할 수 있습니다.



과목별로 보면 키워드의 종류에 따라 다른 색을 사용합니다. 역사의 경우 연도 및 시기는 하늘색, 주요 사건은 노란색, 사건의 원인은 주황색, 사건의 결과는 분홍색으로 표기할 수 있습니다. 생명과학의 경우 각 개념의 위치를 구조화하여 학습하는 것이 유용합니다. 뇌의 대뇌피질의 각 영역을 공부한다고 할 때 대뇌피질은 하늘색, 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후두엽은 노란색으로 표기하며 상하관계를 시각적으로 구분하며 구조화합니다. 책을 읽을 때 단원명은 노란색, 소단원은 하늘색, 소단원 내 핵심 키워드는 분홍색으로 표시합니다.



키워드를 각기 다른 색으로 표시했다면 강조한 핵심 키워드를 화살표나 선으로 연결해 줍니다. 관련 있는 내용끼리 연결하는 부호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죠. 범주끼리 분류할 수도 있고, 비교와 대조 관계를 맺을 수도 있습니다. 키워드가 섬처럼 동동 떠다니지 않고 서로 관련된 내용들이 서로 연결될 때 지식은 제 위치에 자리 잡게 됩니다. 종류별로 정리된 옷장에 정리된 개념들은 필요한 순간 관련 지식이 서로를 잡아당겨 필요한 순간 적절하게 인출할 수 있습니다.



강조하는 것으로 그칠 때 집중은 되지만 기억을 남기지 못합니다. 강조했으면 활용해야 합니다. 핵심내용들을 연결 짓고 구조화할 때 학습은 의미와 기억을 남깁니다.



‘왜?’ 질문하며 읽자



중요한 내용을 표시했다면 우리는 당연히 반복 읽기를 합니다. 시냅스 간 연결을 이루기 위해서도, 장기기억으로 기억을 저장할 때도 반복이 중요합니다. 충분한 양이 모였을 때 질이 변하니까요.



다만 반복 읽기에서 중요한 것은 횟수가 아닙니다. ‘어떻게’ 반복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단순한 반복은 공부라는 노동은 했으나 의미 있는 학습을 이루지는 못합니다. 더 큰 문제는 ‘나는 해도 안 돼.’하는 무기력을 학습하게 되는 것입니다. 착각과 무기력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하면 되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앞서 존 던로스키와 연구자들은 많은 연구 논문을 검토하면서 반복 읽기가 단기기억에 정보를 남길 수 있고, 즉각적인 인출에 효과적이라는 결과도 제시했습니다. 우리도 시험 보기 바로 직전에 봤던 내용이 시험에 나오면 바로 쓸 수 있었을 거예요. 또 여러 번 단어를 외우면 다음날 단어 시험을 잘 볼 수 있었죠. 그럼에도 반복 읽기의 효과를 낮음으로 판단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일주일이나 한 달 후에 학습내용 으를 테스트했을 때 깊이 읽기를 한 그룹에 비해 기억량이 적었고, 학습내용을 깊이 있게 처리하는 수준이 낮았기 때문입니다. 즉 단순한 반복 읽기는 즉각적인 회상이나 암기에는 효과적이나 기억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지식을 활용하여 깊은 이해를 이루는 데에는 한계를 가진 방법입니다.



반복 읽기로 깊이 있는 이해와 장기적인 기억을 만드는 비결은 ‘질문’입니다. 수학이나 과학에서 개념을 배울 때, 사회 과목에서 현상에 대한 사실을 읽을 때에도 ‘왜?’라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수학 과목에서 소인수분해를 이용하는 방법에 관한 아래 내용을 읽어보세요.



‘각 수의 공통인 소인수를 찾아 모두 곱한다. 이때 지수가 같은 것은 그대로, 다른 것은 작은 것을 택한다.’

아, 그렇구나. 하며 읽었다면 수동적 반복 읽기입니다. 이런 경우 실제 최대공약수를 구하는 문제를 풀 때 ‘최대’라는 말의 함정에 빠져서 2의 제곱을 써야 할지, 2를 써야 할지 당황하게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능동적 읽기를 하는 사람은 ‘지수가 다른 것은 작은 것을 택한다? 왜?’하고 밑줄을 긋고 질문합니다. 최대공약수는 공통된 약수 중 가장 큰 수이므로 2의 제곱과 2가 있다면 공통된 약수는 2이므로 2x5=10으로 올바른 답을 구할 수 있게 됩니다.



사회과목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래 문장을 보며 생각해 봅시다.

‘산업혁명 이후 유럽의 인구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수동적 읽기를 하는 사람은 밑줄을 긋고 나서 여러 번 읽고 눈에 익힙니다. ‘산업혁명->인구증가->대도시 집중’과 같이 키워드에 형광펜으로 표시도 합니다.




능동적 읽기를 하는 사람은 한 번 더 나아가 질문합니다. ‘왜 그랬을까?’ 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배경지식을 동원해 나름의 추론을 시도합니다.

‘산업혁명 때 증기기관이 발달하면서 운송이 빨라졌을 것이고, 그러면 물자의 이동이 원활해져서 영양상태가 더 나아졌을 것이다. 더욱이 과학기술 발달은 의학발달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물론 이후 제시되는 텍스트에서 명료하게 정리된 답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아래에 설명되어 있다면 왜 번거로운 일을 하냐고요? 운동할 때를 생각해 보면, 아무 부담 없는 무게를 들 때는 편하지만 근육이 생기지 않습니다. 무겁다고 느끼는 무게를 들었을 때 우리 몸에 근육이 생기죠. 뇌도 마찬가지입니다. 쉽다고 여기는 일은 기억되지 않습니다. 뇌는 어렵고 번거로워서 애쓰고 노력한 흔적이 남은 일을 기억합니다.



텍스트는 읽은 것으로 이해되지 않습니다. 읽었다면(input) 중요한 내용을 연결 지어 의미를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또 ‘질문’을 통해 배경지식과 연결 지어보고, 추론으로 인출도 해보며 머리 지끈거리게 뇌를 사용해 주세요. 그때 뇌는 기억의 문을 보드랍게 열어 장기기억에 발자국을 찍을 수 있게 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