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연구원으로 사는 삶에 대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란 책 제목을 카피했다
이 책도 아주 재미있게 본 책중 하나인데 소설가가 정말 힘든 직업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내가 마침 자동차 연구원이라서 좀 현실적인 내용을 적어 보고자 써본다. 종종 연구원을 지망하는 분들에게 질문을 받기도 하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자동차 연구원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고 무슨 일을 하는 것일까?
자동차연구원을 굳이 영어로 하자면 Automotive engineer / Mechanical engineer라고 부를 수 있지만 실제로 호칭을 이렇게 부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linkedin 같은 구직공고에나 쓰인다)
실제로 나와 동료들의 명함에는 research engineer라고 쓰여있다
Research라고 하면 마치 여론조사 관련 같아 보이지만 번역하면 R&D 하는 엔지니어 즉 '연구원' 정도의 느낌인 것이다.
구글 신께서는 Product/Biochemical/mechanical engineering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신다.
(사실 제대로 부르려면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를 붙이는 게 사실 더 어울린다. 에어로다이내믹 엔지니어, 파워트레인 엔지니어, 샤시엔지니어 같이 말이다)
통상 자동차 메이커나 자동차 부품업체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기술개발을 하는 사람들을 자동차 연구원이라고 부르고 있다
일단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대학교에서 이공계 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기계공학 전공이 많았던 것이 사실인데 과거부터 차는 덩치 큰 기계 덩어리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차가 점점 스마트폰처럼 되서 전기 전자처럼 IT분야의 전공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연구원을 지망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그 기계 덩어리에 대한 동경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기계공학 분야 전공자가 많은 것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연구원으로는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들이 들어오게 되는데 사실 학사/석사는 대우에 있어서 2년 정도의 경력 인정 이외에는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고 박사학위 정도 되어야 대우나 처우를 체감할 수 있다
자동차 관련 기업은 대부분 대기업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대기업 들어가는 것이 힘든 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하얀 가운을 입은 연구원은 자동차 분야에서는 절대 볼 수 없다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에서는 지급되는 근무복을 입기 때문인데 그래서 이 사람의 직군이 연구원인지 일반 사무원인지 기술직인지는 외관상으로 구분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하는 업무는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다
마치 군대처럼 처음 결정된 보직을 바꾸는 일은 사실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연구원은 20~30년을 자기 분야에서 계속 일하는 경우가 많고 그건 전문성에 있어서는 바람직하지만 반대로 원하는 일이 아니면 상당히 고달픈 상황이 된다
최근에는 공채가 없어지고 필요한 분야의 상시채용으로 바뀌여 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은 점점 적게 생기고 있지만 이런 구직자 입장에서는 준비를 더 해야 하는 부담감도 있을 것이다
자동차 연구원으로서의 보람은 자기가 아무리 작은 부분을 기여했다 하더라도 내가 개발에 참여한 차를 곧 길거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다
이것은 다른 연구직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것이며 연구원을 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반대로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개발에 참여하기 때문에 감히 내가 개발했다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단점도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디자인 전공을 해서 자동차 디자인 업무를 해도 자동차 회사에서는 디자이너라고 불리기보다는 연구원으로 불린다는 것이다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공부한 사람에게는 연구원으로 불려지게 되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나는 모르겠다
자동차 연구원이라는 직업에 관심이 많은 이유 중에는 아마도 어릴 때 가지고 노는 장난감 중에 자동차가 꼭 있는 이유도 있을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그래서 아무래도 남자 연구원이 절대다수고 여자연구원의 비율은 없지는 않지만 아주 낮다
미래 유망 엔지니어링 직업 전망에 mechanical engineer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전망은 괜찮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이 자동차연구원을 지망하는 꿈나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지망해서 독일처럼 언젠가 자동차 연구원의 수입이 의사랑 비슷한 직업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