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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장역사쟁이 Oct 17. 2016

경복궁, 일상이 되다.

역사쟁이 일상

 



일요일에 뭐 해? 경복궁 가지!


나의 공부와 딸의 청소년영어해설사 과정을 위해 일요일 아침 경복궁을 찾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딸의 경복궁 일정을 마치고 인근에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옥상에 올랐다. 경복궁 전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옥상이기 때문이다.




경복궁 전경


정문인 광화문부터 흥례문, 근정문, 근정전이 보인다. 왼쪽 옆으로 경회루가 있고, 오른쪽으로 최근 지어진 자선당과 비현각까지 웬만한 전각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뒤편의 우뚝 솟은 산은 백악산(북악산)이다. 더 멀리 보이는 것은 북한산이다. 모두 사방신 중 북쪽의 현무에 해당하는 산이다.


경복궁 전경


광화문 앞으로 쭉 뻗어 있는 도로와 광장은 조선시대 6조 거리에 해당하는 곳이다. 오른쪽의 공사현장이 의정부가 있던 자리다. 의정부 옆으로 예조, 이조, 호조, 한성부 기로소가 있었다. 맞은편은 삼군부, 중추부, 사헌부, 병조, 형조, 공조가 있어 현재의 광장을 사이에 두고 수많은 관청들이 서로 마주 보고 배치가 되어 있었다. 이 전체 공간을 궐외각사(궁궐 밖에 있는 관청)라고 부른다. 광화문 옆에 서 있는 해치 상은 사헌부 앞에 놓여 있었다. 궁궐 영역이 축소되면서 옮겨졌다.


인왕산


인왕산은 경복궁 서쪽에 위치해 있고 사방신 중 백호에 해당된다. 인왕산 자락을 따라 내려오면 응봉이라고 부르는 작은 산자락이 있고 그 밑에 지어진 궁궐이 경운궁(덕수궁)이다.


경복궁 전경


백악산에 가장 가깝게 자리 잡은 건물은 청와대이다. 청와대.. 청와대... 청기와.... 청기와..... 청기와...... 청와대는 청기와 건물이다. 
조선시대에도 청기와 건물이 있었다. 현재 창덕궁 편전(왕이 일상의 공적 업무를 보는 곳)인 선정전이 청기와 건물로 남아있다. 선정전은 광해군에 의해 지어진 건물이다. 광해군은 청기와뿐만 아니라 황기와도 좋아했다. 
청기와를 좋아했던 군주가 더 있다. 바로 연산군이다. 연산군은 창덕궁 후원에 경회루 보다 크고 화려한 서총대라는 청기와를 올린 건물을 지었다. 서총대는 광해군이 폐위되면서 헐어버렸다.
조선의 쫓겨난 두 군주가 청기와를 좋아한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또 있다. '불통'이라는 점이다. 많은 신하들이 사치와 향락적인 생활을 줄이고 군주임을 일깨우려 했지만 듣지 않았다. 참언을 하는 신하들은 내쫓거나 죽여버렸고, 일부 간사한 무리를 주위에 두었다. 군주제 국가였던 조선에서 자신이 군주임을 망각한 결과는 폐위였다.
청와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살고 있는 곳이다. 현재 대통령의 모습에 쫓겨난 조선의 두 군주의 모습이 겹쳐진다. 닮은 점이 많다고 생각된다. 
비선 실세라는 말이 현 정부만큼 많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일부 측근에 의지하고 여론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을 공주나 군주에 빗대어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대통령임을 잊고 군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를 통해 배운다는 말은 너무 거창하다. 가정사를 통해 배우기만 하더라도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가족사진
가족사진


경복궁 전경을 감상하고 있는 데 누군가 다가와 사진을 찍어주었다. ㅋㅋㅋ






윗 물이 맑아야 꼭 아랫 물이 맑을까?


현직 대통령의 실정은 입과 손이 수고스러워 논하고 싶지도 않다. 일부 국회의원의 망언은 인간이기를 포기했기에 패스~~~한다.
얼마 전 임명된 경찰청장은 과거 음주운전 경력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명백한 위법사항이다. 경찰 신분으로 음주운전을 하고 단속에 걸렸는데도 자신의 신분을 속였는지 알았는데 무마시켰는지 모르나 자신의 승진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다. 경찰청장이 도덕적으로 법적으로 깨끗하지 못한 것이다. 그럼, 그 아래의 경찰들도 다 같을까? 그렇지 않다. 윗 물이 썩었을지언정 아랫물은 맑았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옥상에서 경복궁을 바라보는 우리 가족에게 따뜻한 미소로 다가온 사람은 다름 아닌 경찰이었다. 최고의 포토존까지 안내하면서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사진을 찍어주는 고마운, 말 그대로 경찰 아저씨였다. 
광화문 앞 광장을 걸을 때면 약간의 긴장감을 느끼곤 한다. 각종 집회가 열리고, 미국 대사관이 자리 잡고 있어 항상 경찰들이 도열해 있기 때문이다. 말단 경찰들이 무슨 죄가 있어 하면서도 일반 시민들의 통행에 방해가 되기도 하고 길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주시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옥상에서 만난 경찰 아저씨는 "그래도 희망은 있구나"라는 생각을 심어주었다. 윗 물이 썩었다면 아랫 물이 오염되기 전에 윗 물을 퍼내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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