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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라도봄 Jan 04. 2024

다이어트-마음의 허들을 넘다.

다이어트 (1) - 25년 만에 첫 다이어트 성공기

스무 살부터 그랬다. 뚱뚱하지도 날씬하지도 않았다.

누군가는 딱 보기 좋다고 했고, 누군가는 조금만 빼면 예쁠 거라고 했다. 전자는 대부분 시골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조금만 빼라는 후자는 나를 진심으로 아끼는 측근들이었다. 그러나 20대에도 성공 못한 다이어트를 2022년 40대 중반에 성공했다. 7개월간 체지방만 7kg 를 감량하고 근육이 1kg 늘어난 그 즐거웠던 여정을 풀어본다.


161cm의 54kg.

스무 살부터 마흔다섯까지 두어 번의 다이어트 기간과 임신출산기간을 제외하면 체중의 숫자로만 보면 매우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신경 쓰는 일이 있어 아무리 못 먹거나 아파도 52kg 이하로 내려가긴 어려웠고 식욕이 오르는 과식기가 와도 56kg을 찍는 일은 거의 없었다. 물론 그것도 문제가 해결되면 바로 원래 체중으로 돌아온다. 이른바 세팅포인트가 매우 정확히 맞춰져 있는 것이다. 대학생 때도 아이를 낳고도 두어 번 다이어트를 해서 3~4kg 즘 빠지고 나도 금세 다시 원상복구가 되는 요요를 겪은 이후로는 다이어트 시도가 두려워졌다. 시지프스처럼 계속 굴러 떨어질 돌을 힘들여 올리기 싫었다.


검색창에 표준체중을 검색하면 161cm에 54kg은 표준 중에서도 정가운데즘 있다. 의학계가 인정하는 표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의학계의 표준일 뿐 의사들을 찾아가 살을 빼고 싶다고 했을 때 "딱 표준이신데 빼실 필요 절대 없습니다!"라고 말할 의사는 드물 것이다. 사회적 미의 기준과 의학적 적절함의 기준사이의 차이는 엄마들의 교육열과 아이들의 학구열정도의 차이 정도 되는 듯하다. 그렇게 그 갭을 메우지 못한 채로 코로나가 터지고 '확찐자'가 되는 것을 '확진'되는 것보다 더 경계했었는데 막판 고삐가 풀린 건지 지친 건지 나의 범위 내 최고치를 찍었다.



54kg와  56kg은 비록 2kg 차이이지만 매우 큰 차이이다. 옷의 사이즈를 가르는 체중인 것이다. 남자들은 공감할지 모르지만 여자들의 옷 사이즈의 시작은 55다. 아래로 44가 있고 위로 66, 77, 88로 간다. 66을 입는 것까진 그래도 괜찮다. 아가씨들이 입는 영브랜드의 옷도 66까지는 나오니깐. (너무 근본 없는 기준이지만 날씬한 적 없는 사람의 오랜 기준이니 양해해 주시길.) 그런데 66 바지들이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물론 이 사이즈도 브랜드마다 들쭉날쭉해서 어떤 브랜드 66은 어떤 브랜드의 55보다 작기도 하다. 그런데 가격도 합리적이고 신축성이 좋아 매우 편한 어느 인터넷몰의 슬랙스를 겨우 찾았는데, 다른 브랜드를 찾아 나설 에너지도 없고 그렇다고 77로 넘어갈 스스로에 대한 너그러움도 싫다. 물론 이 두루뭉술하고 근거를 알기 힘든 옷사이즈를 세세히 나누고 싶은 우리 여자들은 55도 날씬 혹은 마른55와 정55, 그리고 통통55로 구별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세분화는 논리적이지 않아서 통통55 이후엔 다시 날씬66이 된다. (우리 동네 맘카페의 재미있는 닉네임 1등으로 마른 88이 꼽히기도 했다. 통통44는 통통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마른 88은 마른 것인가? 조상님들의 해학을 이어받은 듯한 표현들이다.)


77 사이즈로는 가기 싫었다. 이 벽을 허무는 순간 88까지도 허락하게 될 것 같은 불안이 밀려왔다. 아직 새 바지였던 바지 몇 개를 버리게 되는 것도 아깝고 77 사이즈로의 이동은 자존심은 물론 자만심도 허락해주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건강검진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마른 비만이라고 한다. 혼란스러웠다. 아무리 내 몸을 살펴봐도 마르지도 않았고 비만까지도 아니었다. 체중은 얼추 유지했는지 몰라도 체지방율이 나이와 함께 스멀스멀 올라갔고 근육량은 자신감처럼 조금씩 줄어든 것이다. 이제 다이어트를 시작할 동기는 충분해졌다.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늘려야 한다. 그런데 경험상 의지를 쥐어짜서는 한계가 있고, 흔히들 하는 섭취 칼로리제한으로는 장기간 유지하기 힘들다. 한약이나 보조제등은 나 같은 쫄보에게는 어떤 마케팅으로도 통하지 않는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tvN 유퀴즈온더블록 중

이 세상에 무언가를 하는 방법이 다이어트만큼 많은 것이 있을까?

유퀴즈에 나온 오상우비만전문의는 전 세계 다이어트 방법이 10만 개나 된다고 했다. 역설적으로 그 말은 좋은 방법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전문의도 유효한 방법은 10개즘이라고 했다. 삼척동자도 다이어트를 위한 행동은 알고 있다. 덜 먹고 더 움직이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운 것일까? 신기하게도 뇌와 관련된 책 '인스타브레인'의 1장에서 답을 보았다. 굶주림이 큰 사망원인이었던 인간은 생존을 위해 더 먹어야 했고 더 먹어서 넘치는 칼로리는 뱃살의 형태로 저장되어 생존을 도왔다. 배부르면 안 먹는 인간보다 배가 불러도 계속 먹는 인간들이 생존에 유리하고 후대를 남겨왔다는 것이다.


대략 윤곽이 나왔다. 소모품인 의지에 기대지 않고,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나는 의식하지 못하는 뇌를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 여기까지 오니 다이어트에 대한 마음가짐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이어트에 대한 마음속 허들이 꽤 깊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았다.

- 나는 이제 나이 들어서 안 빠져.

- 난 애를 둘이나 낳았잖아.

- 난 근육이 안 생기는 체질이야.

- 힘들여 빼면 뭐 해 유지가 힘들어서 요요가 올 텐데.

이런 생각이 마음 밑바닥에 깔려 있는데 다이어트가 앞으로 나갈 리 없다. 성적이 비슷하게 우수하고 성실한 두 학생이 있다. 둘 다 서울대를 목표로 하면서도 한 명은 '서울대가 어디 쉬워? 아무나 못 갈 텐데. 대치동으로 학원도 못 다니고. 나정도가 갈 수 있으려나.'라고 생각하는 학생과 '누군가 했다면 나도 할 수 있어. 열심히 하고 있잖아. 내년엔 과잠을 입고 캠퍼스를 누벼야지.'라고 하는 학생 중 누가 더 서울대에 갈 확률이 높을까?

학생으로 바꿔서 생각하니 스스로가 매우 설득이 되었다.


- 나이 들어서 다이어트에도 성공하고 더 건강해진 사람들은 무수히 많아.

- 애가 둘이 아니라 셋, 넷을 낳고도 다이어트에 성공해.

- 근육이 안 생기니 더더 근력운동을 해야 해.

- 유지를 잘하고 있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아. 방법을 찾아보자.


돌이켜보니 이렇게 마음을 바꾼 순간이 성공적 다이어트의 시작이었다. 이렇게 내 마음 바닥 깊숙이 자리 잡은 의심과 부정적인 마음을 걷어내자 다이어트가 가벼워지고 나를 위해 기꺼이 감사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아직도 의심이 드신다면 애 낳고도, 중년에도, 고도비만이었던 분들도 살을 빼고 유지하는 무수한 예가 유튜브와 sns에 널려있다. ) 누군가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다!  

지금은 돌아가신 정말 존경하고 사랑했던 대학때 교수님이 내게 남겨주신 책과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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