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와 급성장기로 몸도 마음도 정신없고, 인생 첫 내신시험의 부담까지 느끼는 요즘이지? 그럼에도 엄마, 아빠 또 동생 별이랑 사이좋게 잘 지내줘서 정말 고마워.
지난 일요일에도 엄마랑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나서면서 “별이는 5학년인데 왜 아직 다섯 살처럼 귀엽지?”라고 말해서 엄마가 또 한 번 심쿵했어. 남들이 사춘기 절정이라고 하는 중2에도 강이는 엄마한테, 그리고 별이에게 햇살 같아서 마음이 따뜻해졌어.
오래된 팝송 중에 'You are my sunshine.'이란 노래가 있어. 엄마는 옛날에 이 노래를 들으면서 가사가 오글 거렸거든. 애인이 아무리 좋아도 햇살 같다니 오버라고 생각했지. 근데 너를 낳고 키우면서 알게 되었어. 엄마가 그런 눈부신 연애는 못해봤을지 모르지만 너와 별이를 낳고 그 가사가 너무도 와닿는 햇살 가득한 사랑을 해보게 된 거지. 엄마의 온라인상의 첫 닉네임 '햇살같은 너'는 그렇게 너를 떠올리며 만들었단다.
강아, 엄마는 네 덕에 이번에도 한 뼘 자란 거 같다. 네가 아니었으면 그리스 로마 전시나 폼페이유물전은 관심도 없었을 거야. 박물관이 그저 '옛날 유물들을 모아둔 조용하고 지루한 곳'에서 '조용한 유물이 전하는 수많은 옛날이야기가 있는 곳'이 된 계기도 네가 한국사에 깊은 관심을 보여서 신청한 가이드투어가 시작이었으니까. 강이 덕에 엄마 유식해지는 중이야.
집에 돌아와서 약 한 달 즘 남은 중간고사를 어찌 준비할까 이렇게 저렇게 고민하는 너와 이야기 나누며 엄마는 많은 생각이 들더라. 과연 초등학생때와 중학교 1학년때 시험을 보지 않는 것이 학생들을 위한 것인가 하는 생각부터 지금의 대학은 이렇게 꽃 같은 청소년기를 다 바쳐서 갈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인가 하는 생각까지 말이야. 너희가 살아갈 시대에 입시의 의미와 가치는 엄마가 감히 판단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라는 것은 시대와 공간에 상관없이 노력해 볼만한 가치가 있기에 첫 내신을 잘 해내고 싶은 널 응원해.
엄마는 강이가 실패도 성공도 다 해봤으면 좋겠어.
혼자도 해보고, 방법을 바꾸어도 보고, 학원도 다녀보고, 인강도 경험해 보고,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고 다시 혼자도 해보고, 그 모든 과정을 겪어보고 다시 되돌아보고 하는 그런 시행착오의 모든 과정에서 분명 네가 얻는 것이 있을 거야.
너의 공부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거고, 너에게 맞는 교재나 학원, 선생님을 알아보는 눈도 생길 거야. 학원이 언제 도움이 되는지 알 수도 있고, 혼자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도 있어. 또 학원에서 뭘 대단한 걸 배우는 게 아니라 혼자서는 꾸준히 하기가 어려워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다는 걸 알게 될지도 몰라.
사실 긴 인생에서 보면 지금의 크고 작은 성공도 실패도 사실은 성공과 실패가 아니고 그저 성장을 위한 마디가 아닐까 싶어. 대나무가 자라면서 더 높이 자라기 위해 맺는 마디말이야. 성공경험도 실패경험도 성장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니까! 엄마 경험으로는 실패하고 실수했을 때 배우는 게 더 크더라. 그러니 쫄지 말고 마음껏 부딪혀봐.
얼마 전 엄마가 강이를 믿고 있다는 말이 좀 부담스럽다고 엄마에게 말했던 것 기억나니? 엄마가 너를 믿는다는 것은 공부를 잘해서 좋은 성적을 잘 받아와서 좋은 입시결과를 내어줄 거라는 믿음이 아니야. 엄마와 아빠가 충분히 사랑해 주었고 우리 가족 행복하게 지내고 있으니, 강이도 스스로를 사랑하고 너의 삶을 귀하게 여기면 너의 길을 열심히 찾을테고, 또 그 길에서 행복할 거라는 믿음이야. 그러니 너답게 자신 있게 나아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