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언제라도봄 Apr 17. 2024

사춘기도 햇살 같은 너에게

중2 아들과 나누는 마음

이름만 불러도 따뜻해지는 아들, 강이에게,


중2, 사춘기, 아들


이 세 단어의 교집합 한가운데 속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정하고 따뜻하고 명랑한 아들!

사춘기와 급성장기로 몸도 마음도 정신없고, 인생 첫 내신시험의 부담까지 느끼는 요즘이지? 그럼에도 엄마, 아빠 또 동생 별이랑 사이좋게 잘 지내줘서 정말 고마워.


지난 일요일에도 엄마랑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나서면서 “별이는 5학년인데 왜 아직 다섯 살처럼 귀엽지?”라고 말해서 엄마가 또 한 번 심쿵했어. 남들이 사춘기 절정이라고 하는 중2에도 강이는 엄마한테, 그리고 별이에게 햇살 같아서 마음이 따뜻해졌어.


오래된 팝송 중에 'You are my sunshine.'이란 노래가 있어. 엄마는 옛날에 이 노래를 들으면서 가사가 오글 거렸거든. 애인이 아무리 좋아도 햇살 같다니 오버라고 생각했지. 근데 너를 낳고 키우면서 알게 되었어. 엄마가 그런 눈부신 연애는 못해봤을지 모르지만 너와 별이를 낳고 그 가사가 너무도 와닿는 햇살 가득한 사랑을 해보게 된 거지. 엄마의 온라인상의 첫 닉네임 '햇살같은 너'는 그렇게 너를 떠올리며 만들었단다.


강아, 엄마는 네 덕에 이번에도 한 뼘 자란 거 같다. 네가 아니었으면 그리스 로마 전시나 폼페이유물전은 관심도 없었을 거야. 박물관이 그저 '옛날 유물들을 모아둔 조용하고 지루한 곳'에서 '조용한 유물이 전하는 수많은 옛날이야기가 있는 곳'이 된 계기도 네가 한국사에 깊은 관심을 보여서 신청한 가이드투어가 시작이었으니까. 강이 덕에 엄마 유식해지는 중이야.



집에 돌아와서 약 한 달 즘 남은 중간고사를 어찌 준비할까 이렇게 저렇게 고민하는 너와 이야기 나누며 엄마는 많은 생각이 들더라. 과연 초등학생때와 중학교 1학년때 시험을 보지 않는 것이 학생들을 위한 것인가 하는 생각부터 지금의 대학은 이렇게 꽃 같은 청소년기를 다 바쳐서 갈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인가 하는 생각까지 말이야. 너희가 살아갈 시대에 입시의 의미와 가치는 엄마가 감히 판단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라는 것은 시대와 공간에 상관없이 노력해 볼만한 가치가 있기에 첫 내신을 잘 해내고 싶은 널 응원해.


엄마는 강이가 실패도 성공도 다 해봤으면 좋겠어.

혼자도 해보고, 방법을 바꾸어도 보고, 학원도 다녀보고, 인강도 경험해 보고,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고 다시 혼자도 해보고, 그 모든 과정을 겪어보고 다시 되돌아보고 하는 그런 시행착오의 모든 과정에서 분명 네가 얻는 것이 있을 거야.


너의 공부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거고, 너에게 맞는 교재나 학원, 선생님을 알아보는 눈도 생길 거야. 학원이 언제 도움이 되는지 알 수도 있고, 혼자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도 있어. 또 학원에서 뭘 대단한 걸 배우는 게 아니라 혼자서는 꾸준히 하기가 어려워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다는 걸 알게 될지도 몰라.  


사실 긴 인생에서 보면 지금의 크고 작은 성공도 실패도 사실은 성공과 실패가 아니고 그저 성장을 위한 마디가 아닐까 싶어. 대나무가 자라면서 더 높이 자라기 위해 맺는 마디말이야. 성공경험도 실패경험도 성장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니까! 엄마 경험으로는 실패하고 실수했을 때 배우는 게 더 크더라. 그러니 쫄지 말고 마음껏 부딪혀봐.


얼마 전 엄마가 강이를 믿고 있다는 말이 좀 부담스럽다고 엄마에게 말했던 것 기억나니? 엄마가 너를 믿는다는 것은 공부를 잘해서 좋은 성적을 잘 받아와서 좋은 입시결과를 내어줄 거라는 믿음이 아니야. 엄마와 아빠가 충분히 사랑해 주었고 우리 가족 행복하게 지내고 있으니, 강이도 스스로를 사랑하고 너의 삶을 귀하게 여기면 너의 길을 열심히 찾을테고, 또 그 길에서 행복할 거라는 믿음이야. 그러니 너답게 자신 있게 나아가렴.


강이를 많이 사랑하는 엄마가.





사랑하는 엄마께


엄마, 안농?

요즘 내 첫 내신시험으로

나도 떨리고 엄마도 떨리는 거 같아.

그래도 내가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 느끼는 이유는

우리 가족 분위기 덕분인 거 같아요.

우리 가족의 화목하고 좋은 분위기덕에

도 더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거 같아.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엄마가 있다고 생각해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해요.


내가 이번 학년 학기를 처음 시작할 때는

첫 시험이라는 부담감이 아주 컸어요.

내 멘탈을 집어삼키는 듯한 불안감이 있었어.


그런데 막상 내신 준비를 시작하면서

이왕 이렇게 시작한 거

정말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끝장을 보고 싶다는 오기가 생긴 거 같아.

그런 마음으로 잘 해낼 자신 있으니깐 너무 걱정하진 말아요.

그리고 언제나 나를 도와주려고 해 줘서 고마워요.

또 엄마추천으로 작년부터 수학학원에 다니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인 거 같아요.

초등학생 때는 수학학원 안 다니는 것이 괜찮았는데

중학교 와서 이미 선행을 많이 나간 주변 친구들 보면서 마음이 좀 불안해졌었어요.

그런데 작년에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고

또 수학만 열심히 하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 덕분에 수학에 대한 걱정은 덜어졌고

수학이 너무 재밌어진 거 같아요.

항상 우리를 뒷바라지해주고

우리 집을 위해서 희생해 줘서 고마워요.

엄마의 남은 인생은 언제라도 봄이 되길!!!


엄마를 사랑하는 강이 올림.


매거진의 이전글 모험과 환상의 나라, 그게 너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