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과 결혼 후, 이름이 주는 다른 느낌에 대한 이야기
우리는 이름과 함께 살아간다. 사람들은 나를 다양한 이름으로 불렀고, 그 이름들은 각기 다른 나의 모습들을 담고 있었다. 결혼 전과 후의 이름이 그리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나는 그 이름들을 전혀 다르게 느낀다. 왜일까?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금의 이름들이 가진 무게와 의미가, 그리고 나에게 주는 느낌이 근본적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결혼 전 나는 누구의 "딸"이었고, "누나"였으며, 친구들에게는 내 이름 자체로 불렸다. 또한 학교에서는 "학생"으로, 직장에서는 "직원"이나 "매니저"로 불렸다. 교회에서는 나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선생님"이라고도 불렸다. 그 이름들은 모두 나를 중심으로 한 역할이었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일부분이었다. 각 이름들이 가벼웠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 이름들 속에는 성장하고 성취하며, 관계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기쁨과 자유로움이 있었다. 나는 여러 이름들을 통해 나라는 사람을 하나씩 찾아갔고, 내 안에 다양한 역할을 쌓아가며 스스로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을 즐겼다.
결혼 후 불리는 이름들은 결혼 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나는 이제 누구의 "아내"이며, 누구의 "엄마"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교회에서는 "집사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그 의미와 역할이 달라진 이름들에 무언가 묵직한 무게가 느껴진다. 이 이름들은 더 이상 내 개인적인 성취나 기쁨만을 담고 있지 않다. 나는 이 이름들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다른 사람들의 삶과 마음에 깊숙이 연결된 책임을 느낀다.
"아내"라는 이름은 그저 한 남자와 함께하는 삶을 넘어, 서로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며 세상에 대한 공동의 목표를 세우는 파트너십을 상징한다. 나는 이 이름을 통해 하나의 팀으로서 살아가며, 나 자신만을 바라보던 시선이 조금씩 넓어지고 깊어짐을 느낀다. "엄마"라는 이름은 또 다른 차원에서 나를 새롭게 만든다. 나는 나의 삶을 넘어 누군가의 성장을 책임지고, 그 아이에게 안전과 사랑을 주어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 "엄마"라는 이름은 내가 무엇을 이루는가보다, 내 사랑과 보호가 어떻게 자라나는가에 무게가 있다.
"집사님"이라는 이름도 결혼 전의 교회에서의 역할과는 다르다. 이전에는 선생님으로 가르치고 함께 성장하는 위치에 있었다면, 지금은 공동체를 섬기고 신앙 안에서 본이 되는 위치에 서 있다. 나는 이제 누군가에게 길잡이가 되어야 하고, 내 신앙의 깊이를 삶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결혼 전과 후, 내가 불리는 이름들은 비슷할 수도 있다. 가족 안에서도 여전히 "딸"이자 "누나"이며, 교회에서도 이전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신앙의 모델이 되어야 하는 위치에 있다. 그러나 그 이름들이 주는 감각은 달라졌다. 나라는 존재를 넘어, 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 그 관계 안에서 나라는 이름이 가져야 하는 책임과 의미가 더 크고, 그만큼 무게가 깊다.
결혼 후 내가 불리는 이름들에는 사랑과 책임, 관계와 헌신이라는 단어들이 더 짙게 새겨져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이름들 속에서 나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고, 그 무게를 통해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더 넓고 깊게 바라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