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어린 시절 유명한 만화들을 보고난 뒤
그것들에 대하여 실시간으로 글을 쓰고
댓글을 달며 소통하던 커뮤니티를 자주
들락날락 거렸었다.
시간이 지나 머리가 여물어가면서
차츰차츰 접속하는 횟수가 줄어들더니
어느샌가는 거의 방문하지 않게 된 그 곳을
그래도 특정시기마다 방문하곤 하였는데
지금에서야 왜 다 큰 지금에 와서도
가끔 그곳을 방문하는지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사람이 그리울 때
아무것도 남은게 없을 때
허무할 때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시기마다
그곳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글들과
그 게시글에 달리는 빠른 댓글들을 통해
서로간에 소통하는 모습들을
멍하니 화면으로 바라보며
잠시나마 주위에 사람들이 둘러쌓인듯한
싸구려 최면에 휩싸여
작은 안도감을 찾고 싶을 때마다
그 곳을 방문하게 되었던 것이다.
참으로 나라는 사람은 잘못된 삶을 살았나보다.
참으로 나라는 사람에겐 남은 것이 없는가보다.
홀로이 서기 힘든 아릿한 상황에서
누구하나 속 털어놓고 얘기할
잠시간의 유예로라도
등을 기댈 누군가를
단 한명조차 만들지 못한 나는
참으로 덧없는 사람인가보다.
알맹이 없이 허옇게 뜬 묽은 국과 같이
참 보잘것 없이 초라한 사람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