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길고 한 달은 짧다

2와 2.5의 사이

by 에브리B

2와 2.5의 사이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지점이다.

카페를 사랑하는 나로서는 국가의 2.5단계 조치들이 당연하지만 안타까웠다.

집에도 모든 종류의 커피가 있고

혼자 머물 수 있는 공간도 있지만,

카페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것도 쓸 수가 없었다.


머리를 맴도는 이야기의 시작들은 끝도 없이 발생했지만

그것을 내뱉기엔 머리와 손가락의 거리가 너무나 멀었다.

머리의 생각들이 입으로도 읊어지지가 않는데 손가락까지 도달하기는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래서

오늘도 머리가 필요 없는

가슴과 손가락만 필요한

케이크 만들기를 하기로 했다.


케이크를 만드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그 케이크에게 분명한 목적이 있고 기념할 만한 사건이 있을 때면 더욱 즐거운 작업이 된다.

만일 이번 주 금요일에 케이크를 선물할 이벤트가 있다면

나는 월요일부터 마음이 조금씩 설렌다.

어떤 디자인이 좋을까.

어떤 과일로 장식을 할까.

머릿속에서 디자인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어린 왕자를 기다리는 3시의 사막 여우처럼 조금씩 마음이 분주해진다.


3일쯤 전에는 시트를 구워놓아야 한다.

일단 크기를 정하고 1호 또는 2호 원형 팬을 꺼내서 제누아즈(시트)를 만든다.

카스텔라와도 비슷한 폭신하면서도 촉촉한 식감의 시트를 만들어 두는 것은 케이크 만들기의 시작이고 기본이다.

이번에는 1호도 2호도 아닌 미니케이크를 만들기로 했다.

왜냐하면 기념할 만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굳이 일을 만들자면 월요일부터 2단계로 완화된 거리두기 정책으로 이제 카페에 앉아 글을 쓸 수 있다는 기쁨의 소식 쯤으로 하자.

시트를 구워냈다면 바로 그날 케이크를 만드는 것은 좋지 않다.

밀봉된 시트를 하루 이틀 냉장 숙성하면 훨씬 더 촉촉한 식감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모든 종류의 케이크가 그렇다. 파운드케이크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한 번에 몇 개씩 제누아즈를 만들어 아예 냉동보관을 하고 케이크가 먹고 싶거나 만들고 싶은 날 꺼내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집에 있는 과일은 사과와 키위뿐이어서 이번엔 로투스 과자를 올린 심플한 미니케이크를 만들기로 했다.


사실 케이크 장식엔 딸기만 한 효과를 내는 과일이 없다.

그래서 딸기가 사라지는 철이 되면서 나는 몇 달을 딸기가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물론 할 알에 얼마씩 하는 이쁜 여름딸기가 있긴 하다. 그것은 맛이 겨울딸기를 따라가지는 못한다)


케이크 돌림판을 꺼내고

시트를 사이 사이 촉촉하게 만들어줄 시럽을 끓이고

생크림을 휘핑한다.

생각해둔 디자인으로 아이싱을 하고 과자 9개로 완성한 미니케이크.


오늘의 나를 위한 미니케이크 완성.

보고 있는 것 만으로 긴 하루를 위로해 주기에 충분하다.

솔직한 이야기로 케이크를 만들기 좋아하는 나는 케이크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딱 한 입. 한입만 먹기를 좋아한다.

이 이야기를 하면 모두들 이상한 눈으로 한번쯤 나를 바라본다.


이렇게 또 쏜살같이 일주일은 지나가겠지.

하루는 길고 일주일은 빠르다.


고마워, 케이크.










작가의 이전글고마워, 초코식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