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만 불친절한 나
반려견과의 산책길에 처음으로 사건이 있었다.
친구처럼 다가온 시추 한 마리가 처음엔 살랑살랑하더니
이내 나의 반려견에게 크앙 하고 덤비며 물기를 시도했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매우 당황하며 급하게 나의 푸들을 끌어당겼다.
어디 물린 데는 없나 살펴보는데
곧 시추의 견주가 대수롭지 않게 한마디 하며 개를 끌고 갔다.
"얘는 안 물어요"
그런데 그다음 나의 행동이 돌아서는 순간부터 내내 이해가 되지 않고 황당했다.
나는 왜
"아, 네..."
라고 대답하며 고개까지 꾸벅하며 인사하듯 한 걸까.
나의 사고가 첨가되지 않은 너무 짧은 순간의 행동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억울했다.
나는 왜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을까.
모든 개는 물어요, 안무는 개는 없답니다. 허락 없이 다른 개에게 접근하게 하지 마세요.
라고 왜 말하지 못했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무척 길었다.
떠오르는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넘겼던 수많은 일들이 수도 없이 떠올랐다.
뜨거운 커피를 주문했으나 실수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내어줄 때도
아, 괜찮아요. 그냥 마실게요(웃음도 함께)
내가 누른 엘리베이터 층을 누군가 꺼버려 한층 더 올라가고도
괜찮아요, 걸어 내려가죠 뭐(친절한 눈인사와 함께)
조금 전의 사건으로 주눅이 들어버린 나의 반려견과 나는
단 30분의 산책길을 마치 하루 종일 걸어온 것 같은 기분으로 어깨가 축 쳐저 돌아왔다.
나는 이제 세상 누구보다 나에게 가장 친절한 내가 되고 싶다.
친절하고 예의 바른 호구보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