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지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들이 많다. 반복되는 풍경에 적응해 주변을 살피지 않게 되고 갈수록 무감각해진다. 그렇게 잊어버리고, 잃어버리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하면 무섭다.
자주 다니는 골목을 걸을 때면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지고, 시선은 점점 손에 든 작은 화면으로 향한다. 가까이 있어 늘 그곳에 존재한다는 걸 알기 때문인지 집 근처는 더더욱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일이 끝나는 순간 찾아오는 일상은 뭐가 그리 피곤한지 고개 한 번 내밀 틈 없이 곧바로 이불 속으로 뛰어들기 바쁘다. 집으로 숨어드는 시간만큼 하루가 침침해지는지도 모르고, 내일 또 일어나기 위해 길을 잃지 않고 빨리 가려고만 한다.
“이대로는 안 돼.”
더 이상 내 하루를 잃어버리기 싫었다. 사소한 행복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순간순간들을 꽉 붙잡고 싶어졌다. 더 많이 둘러보고, 듣고, 느끼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이리저리 살피며 걸어 다녀야지.
원래 나는 길을 잘 잃는 편이고, 길을 잘 찾는 편이다. 잃은 길 위를 걷는 여정은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바닥만 보고 달리는 시간보다 더 흥미롭다.
길을 잃어야만 길이 보인다는 발터 벤야민의 말을 참 좋아한다.
나는 그래서 종종 길을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