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게 한아름 쥐어주고 싶어
유난히 오늘은 하늘이 예뻤다. 요즘은 두세시간씩 정처없이 걷는다. 오늘 풍경들은 절망적이기도 희망적이기도 하고. 그냥 생각이 나서 딱 일년전 이맘때 쓴 글을 찾아봤다. 일년전이네 벌써. 자라기도 전에 늙어간다는 문장이 되게 강렬하게 파고들었다.
그런 저녁이 좋았다.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서로의 긴 숨을 내뱉으며, 네가 느끼는 감정이 곧 내 감정일 때. 말하지 않아도 그 침묵 사이에 서려있는 촘촘한 마음이. 함께 나누는 고민의 끝에 어느 쯤에 서있는 것일까. 잘 걷다가 우리는 자꾸만 서성이며 서로를 확인한다.
미소가 가득해져 똘망똘망하게 서로 바라볼 때, 개구장이처럼 입꼬리가 말려 올라갈 때, 반짝거리는 두 눈으로 한참 신나서 떠들 때, 그 눈을 바라보면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나란히 걷는 그 새벽 공기가 전혀 차지 않아서 우리는 조금 걸었다. 장난이 오고가고 붙잡아오는 팔목과 감싸는 손에 마음을 자꾸만 쥐어다주고 싶었다. 가까워진 거리 사이로 어둠을 뚫고 바라보는 눈동자가 너무 예뻐서. 왠지 모를 마음이 자꾸만 비집고 나와서 번져서 말이야. 편안하게 가득히 퍼진 공기가 참으로 따뜻하단 말이지.
먼지인지 마음인지 모를 그걸 나는 또 부지런히 느릿하게 닦아내고, 차곡차곡 쌓아두고,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두고. 한 아름 가득 쥐어주고.
일년 사이에 가득하게 쌓여버린 먼지가 온 상처를 곪게 만들고 말이다. 저물어가고 시들어버린 모든 것들에 다시금 다정하게 한아름 쥐어주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