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문화권에 따른 커피의 기원에 대한 신화와 전설
커피의 발견, 커피의 등장과 기원에 대해서는 수 많은 신화와 전설적인 이야기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아마도 국내에서 대표적으로 많이 아는 이야기는 '목동 칼디의 전설'일 것이다.
많은 커피 관련 포털사이트 글과(심지어 커피 관련 기업의 블로그 글마저) 일부 커피와 관련한 서적, 바리스타 학원, 커피 아카데미 등에서 칼디의 전설을 커피의 기원으로 알리고 있어 커피 애호가라면 한번쯤은 들어본 이야기일 것이다.
커피의 기원으로 알려진 목동 칼디의 전설은 이렇다.
에티오피아의 목동 칼디가 염소들이 목장 근처에서 처음 보는 열매를 먹은 뒤부터 이상할 정도로 흥분하며 날뛰는 것을 보고 이를 한 수도원 원장에게 알렸고, 이를 확인한 수도원장이 그 열매를 먹자 그 역시 활력을 느껴 자신의 수도사들에게 이 열매를 달인 즙을 마실 것을 명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수도사들은 각성하여 졸지 않고 예배를 드리며 오랜 시간 기도를 드릴 수 있었고, 커피가 점차 퍼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널리 알려진 칼디의 전설을 우리는 커피의 발견과 기원으로 타당하게 볼 수 있을까?
답은 '그렇지 않다' 이다. 칼디의 전설이 국내외에서 오래전부터 널리 퍼지기는 했지만, 오랜 시간을 거치며 구전 설화처럼 내려온 이야기는 많은 변형이 생겨나기도 했다.
우선 '칼디의 전설'의 기원지가 에티오피아(아비시니아)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집트 또는 예멘이라는 설도 있다. 또 어디서든 수도원 원장이 커피 열매를 보고 '악마의 열매'라 지칭하며 열매를 불에 던지자 타닥타닥 튀며 향기로운 향을 내어 사람들을 매혹하였고, 이것이 로스팅의 시초라고도 한다.
'칼디의 전설'과 같은 설화는 객관적인 자료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로는 인정하기가 어렵다. 그 출처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여러 문화에 따른 마케팅적 요소를 거치며 원래의 이야기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변형되기도 했다. 이러한 설화는 칼디의 전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커피와 종교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만큼 여러 문화권에 따라 종교적으로 내려오는 이야기도 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권에서는 커피의 기원을 슬픔과 두려움을 잊게 해주는 묘약 '네펜테(Nepenthe)'로 보기도 한다. 호메로스가 기원전 8세기에 쓴 '오딧세이' 속에서 헬렌이 이집트를 떠나며 갖고 온 슬픔을 잊게 해주는 묘약이 바로 커피와 와인을 섞은 음료라는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에 콘스탄티노플 등 아시아 전역을 여행한 이탈리아의 작곡가, 작가인 피에르토 델라 발레, De Constantinople a Bombay, 1615. 에 따른 주장)
카톨릭에서는 커피가 성경에 기록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성경 <사무엘상(1 Samuel)> 25장에 기록된, 다윗의 노염움을 풀기 위해 아비가일이 선물한 다섯 되의 볶은 곡물이 커피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1600년대 독일의 대학교수이자 언어학자였던 George Paschious의 라틴어 논문, The New discoveries made since the time of the ancients(고대 이후의 새로운 발견) 중, 1700.)
또한 파스치우스는 라틴어로 번역된 불가타(Vulgata) 성경과 히브리어 성경의 원본에 쓰인 단어를 분석한 결과 성경 속 '볶은곡물' 이란 불에 의해 볶거나 말린 곡물을 뜻하는 것임을 밝혔다. 불에 의해 볶은 콩이란 로스팅한 커피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커피의 기원이 이슬람이었던만큼,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커피와 관련한 더욱 다양한 종교적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커피의 기원은 '오마르 장로의 전설'이다.
오마르 장로 설화는 이렇다. 예멘의 모카 지역의 수호성인의 제자였던 오마르(Omar) 장로가 1258년 유배생활을 하던 중 먹을 것이 떨어졌는데, 우연히 커피나무를 발견해 그 열매의 즙을 끓여 먹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약재를 얻기 위해 유배지로 찾아 온 환자 몇명에게 이 열매를 달인 즙(커피)를 주었는데, 실로 놀라운 치료 효과를 보였고, 이 효능이 전해지며 오마르 장로는 유배를 끝내고 모카로 금의환향할 수 있었다.
커피로 유명한 예멘의 '모카'(이 모카는 과거 유명한 커피 산지 겸 무역지였고, 우리가 잘 아는 커피 메뉴인 '카페 모카'의 기원이 되기도 했다. 이는 추후에 카페 메뉴 이야기에서 다루어 볼 예정이다)와 관련한 가장 유명한 설화인 만큼 지역에 따라 이 오마르 장로의 이야기도 '알라딘' 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로 각색되어 전해지기도 한다.
율법학자 샤델리가 제자인 오마르와 성지 순례를 떠나던 중, 샤델리가 목숨을 거두며 제자에게 말하길 "내 영혼이 사라지면 베일에 싸인 누군가가 나타날 것이다. 그자가 무엇인가를 말하면, 실패 없이 그 명령을 따르라"고 했다. 스승이 숨을 거두고 난 후, 오마르는 정말로 꿈 속에서 흰 베일을 쓴 유령을 보게 된다. 유령은 갑자기 땅을 파 지하수를 솟구치게 하더니, 그릇에 물을 담아 오마르에게 주며 "이 그릇이 잠잠해지는곳까지 걸으라. 그곳에서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을 만나게 될 것이다"고 전한다. 오마르는 그릇을 들고 길을 나섰는데, 물이 잠잠해진 곳은 예멘의 모카 왕국 이었다. 그런데 이 모카 왕국에 역병이 돌아 공주마저 병에 걸렸고, 오마르가 이를 치료하게 된다. 공주에게 반해버리는 오마르는 국왕에게 교제를 허락받지 못하자 공주를 납치려하려다 실패하게 되고, 왕국에서 쫓겨나 유배를 가게 된다. 유배된 오마르는 한 산에 올라 슬픔에 울부짖게 되는데 갑자기 아름다운 새 한마리가 날아들게 된다. 오마르가 이를 쫓아가니 꽃과 열매가 가득한 나무가 있었고, 오마르가 이 나무의 열매를 따 달여 먹으니 향과 맛이 좋은 매혹적인 음료가 만들어지게 되어, 이것이 커피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커피의 기원과 관련한 전설과 신화는 문화권별, 종교별로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커피 또는 커피와 유사하게 보이는 음료의 역사에 대한 고대인들의 관심이 커피의 역사만큼이나 길었다는 것이다.
이제 전설과 신화는 잠시 접어두고, 보다 구체적으로 역사적 문헌과 기록에 따른 커피의 기원과 커피의 역사, 고대인들의 커피의 첫 음용법과 당시 커피의 용도에 대해서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