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10 목요일
수영은 종종 나를 작아지게 만드는 존재였다
친구들과 바닷가를 놀러가도, 튜브 뿐만 아니라 구명조끼까지 단단하게 매야지 물에 들어갈 수 있었고,
호캉스를 가더라도 수영장이 아무리 좋아도 내가 누릴 수 있는 건 물 안에서 열심히 아장아장 걸어다니며 물장구치는 정도였다
사실 나는 살면서 꼭 배워야 되는 운동이 있다면, 수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테니스, 골프, 헬스 .. 건강에 도움이 될 수는 있어도 안한다고 못한다고해서 목숨에는 지장이 없지만 수영은 다르니까.
조금 극단적으로, 비행기가 폭파되서 바다 위에 떨어졌을 때 (는 이미 죽었다고 봐야겠지만), 수영을 할 줄 안다면 생존확률이 높아질테니까 수영은 생존운동이므로 꼭 배워야 된다고 생각했다
행동력이 좋은 편이라, 해야겠다고 마음 먹으면 바로 다음날 시작하지 않고는 못베기는 성격임에도 이상하게 수영은 계속 미루어왔다
언젠가 해야지 하는 인생의 숙제로 남겨두고 결코 숙제의 정답을 찾지 않고 책을 덮어버리고 싶었던 마음..
나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수영은 이상하게 .. 그랬다
백수기간을 맞이해, '하고 싶은 것들'과 '해야할 것들'의 목록 중 가장 첫번째는 수영이 되었다
이제는 더이상 물 앞에서 작아지고 싶지 않았다
내 마음 속 수영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오래된 핑계
염소물에 머릿결과 피부가 상하면 어쩌지
수영하면 입터져서 오히려 살찐다는데
비행기 사고 나서 물에 빠지면 어차피 그냥 죽지 않을까?
언젠가 기술이 발전해서 가볍게 목에 걸치기만 해도 물에 뜨게 될 수도 있어!
수영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은 이유
지금 아니면 언제 배울래? 시간 많을 때 배우자
솔직히 .. 걸어서 3분거리에 수영장이 있는 수세권인데 .. 이걸 못누리는 게 말이 돼?
여름이잖아! 더 추워지기 전에 배우자
나한테 그만 부끄럽고 싶다
수영장 좋은 호캉스 가서 자유형 할테야!
사실 거창하게 적었지만, 매년 반복되어오던 셀프 수영 기피현상에서 올해가 달랐던 건
배울 시간이 있었고
배울 돈이 있었고
...
우연히 유튜브에서 수린이 컨텐츠가 추천에 떴기 때문이었다
잊고 있던 수영에 대한 나의 자의식을 깨우쳐준 것이다
아.. 나 수영 ... 배우고 싶었었지?
결국 나를 움직이게 한 건 대기업의 AI였다
유튜브를 본 다음날 아침, 나는 <나도 물에 뜨는 사람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터벅터벅 천천히 아주 걸음으로 걸어서 5분만에 집 앞 수영장에 도착해 상담을 받고
화 목 아침 8:00 - 8:50분 한달에 135000인 초급반을 결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