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제주의 에메랄드 숲

여행

by Julian

5월 탄생석 에메랄드(Emerald)는 5월의 푸르름과 닮아있다. 푸르름은 싱그러움과 안정감을 준다. 새로운 시작에 희망을 주는 컬러다.


4월 8일 회사에서 퇴사 통보를 받은 뒤 5일 만에 아내에게 퇴사 이야기를 했다. 월요일 아침 일어나지 않고 꼼지락 대는 나를 보며, '무슨 일 있어?'라고 묻는 아내에게 '회사에서 퇴사하래'라고 답했다.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아내는 '오늘 놀러 가자'라는 한 마디를 건넸다.


4월 중순부터 집에서 가까운 곳을 돌아다녔다. 파주 마장 호수, 영종도, 안면도, 춘천, 서울숲, 계양 꽃마루, 홍대, 이태원 등 서울 및 서울 근교를 여행했다. 여행지에서 본 연한 나뭇잎은 시간이 지날수록 짙어졌다.

20200420_163013.jpg 안면도 한 카페에서

5월 말에는 근교에서 벗어나 제주도행 비행기를 탔다. 아내와 첫 제주도 여행이다. 제주의 바다와 숲을 다녔다. 물론 맛있는 식당이나 분위기 있는 카페도 찾아다녔다. 사전 계획 없이 2박 3일을 그때그때 검색을 해 가며 다녔다.


제주의 숲은 꽤 짙은 푸르름을 가지고 있었다. 에메랄드의 빛깔이다. 제주의 사려니숲을 가기 위해 걸었던 조릿대 숲길은 자연이 준 아름다움과 호흡할 수 있는 기쁨을 주었다. 에메랄드의 제주의 숲은 더할 나위 없이 완전하다. 제주의 숲은 흠을 잡으려면 잡을 수 있지만, 에메랄드의 약간의 내포물 1)처럼 의미 없는 일이다. 왕복 2시간의 숲길에서 생긴 숨차 오름은 완전한 자연 앞에서 별것 아니게 된다.


평생을 같이할 아내와 함께 걷는 숲길은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길이다. 미끄러운 길에서는 손을 잡아주며, 힘들 때는 뒤에서 밀어주는 그런 길이다. 힘들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 힘듦을 못 느끼는 것처럼 서로의 아름다움에 단점을 못 느끼는 되는 그런 길이다.


숲은 아무리 추운 겨울을 보냈어도 봄이 되면 한결 같이 푸르름을 낸다. 숲은 매해 조금씩 더 자라 몇십 년 뒤에 울창함을 뽐낸다. 한때 유럽에서 변치 않는 사랑의 징표로 연인에게 선물했던 에메랄드처럼 변하지 않고 자라나는 부부의 사랑을 에메랄드 숲길에서 배우게 된다.


아내와 함께한 자연은 퇴사로 인한 부정적인 생각을 옅어지게 한다. 겨울을 지나 새로운 푸르름을 얻은 숲처럼 내 삶에도 새로운 푸르름이 시작될 것이다. 매년 자라는 나무처럼 조금이라도 더 자란 나를 보게 될 것이다. 에메랄드의 아름다움을 가진 숲처럼, 나의 삶도 에메랄드빛의 아름다움이 빛날 것이다.

제주.jpg 제주 조릿대 숲길

5월의 탄생석 에메랄드는 행복과 행운을 의미한다. 5월의 제주의 숲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행운과 그 행운을 아내와 함께할 수 있는 행복을 경험했다. 나의 상황은 제주 여행 전후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에메랄드의 숲은 나에게 행복과 행운을 알게 했다.


5월 제주의 에메랄드 숲은 '필요한 것들을 이미 소유하고 있다'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에메랄드의 행복과 행운이 함께 한다. 두려울 것도 없고, 화가 날 필요도 없다. 새로운 곳으로 나아갈 뿐이다. 5월은 싱그런 초록이 더 짙어지는 여름의 초입이다. 내 삶도 더 짙어질 것이다. 에메랄드처럼 불순물이 좀 있다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전히 아름답고 귀하다.




1) 내포물이 없는 진한 녹색의 투명한 에메랄드는 희귀하다. 그러기에 약간의 내포물은 보석 가치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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