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따뜻하지만 냉정한 친구 사파이어

조언자

by Julian

9월 사파이어(Sapphire)는 따뜻하지만 냉정한 친구를 닮았다. 사파이어의 짙은 파란색은 루비같이 정열적이지는 않지만 따듯하고 차분하다. 사파이어는 쓴소리하는 친구다.


무조건 꼬투리를 잡거나 좋은 말만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장점보다 단점이 눈에 잘 보이는 인간은 쉽게 꼬투리를 잡을 수 있다. 좋은 말만 하는 것은 방청석의 리액션하는 것처럼 조금만 연습하면 할 수 있다.


쓴소리는 에너지가 들어간다. 에너지를 소비해가며 말해야 한다. 쓴소리는 상처를 주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말이다. 그래서 쓴소리는 고민이 필요하다. 직장에서는 진정한 쓴소리를 듣기가 힘들다. 상사에게는 꾸중을 부하에게는 칭찬을 듣는 경우가 많다. 일로서 만났기 때문에, 더 깊숙이 관여하기가 힘들다.


2007년 내가 속한 조직의 본부장이 출산 휴가를 들어갔다. 그 덕에 내가 본부장 대행을 맡게 되었다. 원래 과업도 하면서 본부장 대행의 일도 해야 했다. 정신없고,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어느 날 전산실에 프로그램 개발 의뢰를 하게 됐다. 전산실의 답변은 '개발하기 어렵습니다. 기존의 프로그램으로 잘 사용해보세요'였다. 나는 화가 나 '전산으로 안되는 게 어디 있나요?'라며 따졌다.


다음 날 나에게 조심스런 메일이 왔다. '김 대리님 원래 겸손하신 분인데, 본부장 대행을 맡으시더니 겸손이 없어지셨어요. 선배로서 꼭 이야기 해주고 싶어서 메일을 보냅니다. 언짢으시다면 다음부터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나에게 메일을 보내신 분은 전산실의 김 과장님이셨다. 부장급 기수지만, 선천적 장애로 인해 전산직에 머물면서 승진이 늦어진 경우였다. 평소 현업을 잘 서포트 해주시고, 후배들에게도 깍듯하신 분이었다. 과장님의 편지는 '나의 마음은 그게 아니었는데'라는 서운함과 '겸손함을 따질 만큼 내가 무례했나?'라는 어이없음과 화남의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그 메일이 나를 위한 쓴소리라는 것을 깨닫자 감사해졌다.


과장님은 '전산으로 안 되는 게 어디 있나요?'라는 나의 따짐에 업무적으로만 반응할 수 있었다. 로직을 설명하거나 공수를 설명해서, 나의 요구가 투입되는 에너지 대비 효용이 없다는 것을 설명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협업할 때의 내 모습을 걱정하며 메일로 쓴소리를 적어 보냈다.

office-2717014_1920.jpg Image by Goumbik from Pixabay


쓴소리는 감정적이지 않고 냉정해야 한다. 감정적이면 상대가 받아드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상대방을 진심으로 생각해야 한다. 김 과장님이 감정적으로 메일을 보냈거나, 나를 위하는 마음이 보이지 않았다면 나는 그 메일로 화만 났을 것이다.


이 메일 이후로 나는 겸손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이후 내가 김 과장님보다 더 직급과 직책이 높아졌지만, 김 과장님은 내가 고민이 생겼을 때 여쭤보는 소중한 사람이 되었다.


9월의 탄생석 사파이어는 성실과 진실을 의미한다. 내가 본 김 과장님은 성실했고 진실했다. 그러기에 그분의 쓴소리는 상처로 남지 않고, 영양가 높은 조언이 되었다. 나도 직급과 직책이 높아지면서 부하직원들에게 쓴소리를 한다. 과연 나의 쓴소리는 김 과장님의 쓴소리와 같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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