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릿 우먼 파이터: 브랜딩

나를 다르게 보이게 하는 방법

by Julian

댄스 관련 TV 프로그램은 많지 않습니다. 기억에 있는 댄스 프로그램은 '댄싱 9', '댄스 위드 더 스타' 정도입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스우파)'는 상대적으로 그늘에 있던 댄서를 중앙에 놓은 프로그램입니다. 그래서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기대하며 봤습니다.


LACHICA, WANT, WAYB, Coca N Butter, PROWDMON, HolyBang, HooK, YGX 등 총 8개 크루가 참했습니다. WANT는 '스우파' 참여를 위해 특별히 결성된 프로젝트 크루이며, 그 외 7개 팀은 기존에 활동하던 크루입니다. 기존부터 있던 7개 팀 중 일부는 '스우파' 참여를 멤버를 보강했습니다. 10/19일 방송 이후 LACHICA, Coca N Butter, HolyBang, HooK 4개 팀이 파이널에 진출했습니다.


'스우파'는 악마의 편집 때문에 말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춤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까지 댄서들을 알릴 좋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처음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봤을 때 모르는 댄서들이 많았습니다. 일반 댄서뿐만 아니라 유명하다는 각 크루의 수장들도 대부분 몰랐습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시작할 때는 아이키, 허니제이 정도만 알고 있었습니다. 아이키는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놀면 뭐 하니?'의 '환불원정대' 편에서 본 기억이 있었고, 허니제이는 박재범과 함께 한 무대 때문에 알게 됐습니다.


지금은 전부는 아니지만 '스우파'에 출연 중인 많은 사람을 알게 됐습니다. 각 크루의 수장들과 더불어 립제이, 예리가 기억에 남습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기 위해서는 남과 다른 요소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춤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스트릿 댄스도 왁킹, 브레이킹, 팝핀, 힙합, 하우스, 크럼프 등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모든 참가자의 주 댄스 장르가 소개되진 않았지만, 왁킹 여제 립제이, 유일한 비걸 예리와 같이 몇몇은 특정 장르와 함께 소개됐습니다. 어떤 장르에서 최고 거나 유일하면, 그 장르는 그 댄서를 나타내는 단어가 됩니다.


'프라우드먼'의 립제이는 1, 2위를 다투는 왁킹 댄서입니다. '왁킹 여제'라는 수식어가 과하지 않습니다. 왁킹 하면 립제이, 립제이 하면 왁킹을 떠오르게 됩니다. 최고는 기억에 남습니다.


최고가 기억되는 사례는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나라에 수많은 마라토너가 있지만 기억하는 마라토너는 손에 꼽힙니다. 사람들은 대한민국 마라토너 하면 손기정 선생님, 황영조 정도를 떠올리실 겁니다. 대다수 사람은 그 외 선수들을 잘 기억 못 합니다. 이 세분의 공통점은 마라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입니다.


YGX의 유리는 201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유스 올림픽 브레이킹 비걸 부문에서 동메달을 딸만큼 실력자입니다. 하지만, 스우파에 참가한 댄서 중에서 가장 춤을 잘 춘다고 단언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브레이킹 댄스에서는 유일하면서도 최고입니다.


최고가 기억에 남는 건 맞지만 최고가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분야를 세분화한 뒤 좁혀 최고가 되거나 유일 해지는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기억되는 좋은 방법입니다.


댄서 제이블랙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홀리뱅의 허니제이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지금 스트릿씬에서 성행하고 있는 걸스힙합 스타일은 걸스힙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것은 허니제이 스타일이에요. 허니제이가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낸 거예요. 다른 걸스힙합 댄서들 허니제이한테 리스펙 하고 감사해야 해요'


즉, 홀리뱅의 허니제이는 지금 사람들이 추고 있는 걸스힙합을 가장 먼저 춘 사람입니다. 최고, 유일에 이어 최초도 사람들이 기억하는 요소가 됩니다. 허니제이보다 걸스힙합을 더 잘 추는 사람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허니제이가 최초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최고가 아니더라도 최초여서 기억에 남는 사례는 많이 있습니다. 쿠바 남쪽에 있는 자메이카에서는 눈(Snow)을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자메이카는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종목에 선수를 내보냈습니다. 열대 지방에서 온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은 여러모로 화재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봅슬레이팀을 소재로 한 영화 '쿨러닝'도 제작됐습니다.

08 스트릿우먼파이터 03.png 손기정 선생님(좌), 황영조(중),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우)

앞서 말했듯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기 위해서는 남과 다른 요소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남과 다른 요소가 최고, 최초, 유일처럼 강력한 단 하나의 요소가 있다면 정말 유리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최고, 최초, 유일이라는 지위를 차지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은 남과 다른 요소는 여러 가지 요소와 혼합되어 만들어집니다.


'스우파'에 출연한 각 크루 간의 실력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적어도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 눈에는 그렇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춘 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라운드마다 순위가 결정되고 그 결과에 따라 탈락팀도 생깁니다.


라운드마다 생기는 순위의 차이는 실력의 차이라고만 보기 힘듭니다. K-POP 4대 천왕 미션에서 진 홀리뱅은 메가 크루 미션에서는 우승했습니다. 메가 크루 미션에서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던 YGX는 제시 신곡 미션 때 제시와 싸이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지의 판단과 대중들의 판단도 달랐습니다. 등수나 승패는 뚜렷한 실력 차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저지나 대중들의 취향이 섞인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취향이 결과를 좌지우지한다면, 얼마나 남들과 다른 차별화를 잘 보여주느냐가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남들과 다른 차별화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하나는 다름이고 다른 하나는 경쟁자입니다. 혼자 다르다고 하는 게 아니라 경쟁자와 비교해서 달라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남들과 다른 요소를 잘 보여주는 팀 중 하나가 'HooK'입니다. 크루마다 춤 스타일이 다릅니다. 춤만으로도 자신의 크루를 차별화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Hook'은 춤 이외에도 다른 요소들로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습니다.


'Hook'은 아이키와 그녀의 제자들로 꾸며진 팀입니다. 게다가 성지연과 선윤경은 2003년생으로 '스우파' 참가자 중 가장 어립니다. 나머지 멤버들도 1999년생 2명과 2000년생 2명으로 나이가 어립니다. 경력도 짧고 어린 크루 멤버들을 아이키가 혼자 끌고 가는 모양새입니다. 개개인의 실력만 보면 전체 크루 중 가장 실력이 떨어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여러 장치로 이를 극복하고 그들만의 모습을 만들었습니다.


먼저 개인을 튀지 않고 전체가 보이게 만듭니다. K-POP 4대 천왕에서는 가발을 써서 의도적으로 아이키 본인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실력이 조금 미흡한 멤버를 가리고 전체가 한 팀처럼 보이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또한, 안무에 재미라는 요소를 꼭 넣습니다. 이를 위해 우산, 천 등의 소품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맨 오브 우먼 미션'에서는 웻보이를 등장시켜 웃음을 유발했습니다.


전체를 보이게 하는 안무는 멤버 구성 기준과도 결을 같이합니다. 아이키는 10월 10일 방영된 '전시적 참견 시점'에서 'Hook' 멤버 선발 조건 두 가지를 말했습니다. 하나는 '너무 예쁘면 안 된다'이고 다른 하나는 '너무 날씬하면 안 된다'였습니다. 댄서는 춤이 잘 보여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멤버 각자가 튀는 게 아니라 전체의 춤이 잘 보이게 하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재미를 주는 것 등이 'Hook'의 매력입니다. 그 매력을 이루는 각 개인도 그러한 선발기준에 맞게 뽑혔습니다. 이는 사소할지 몰라도 경쟁자 대비로 전체적인 춤이 더 잘 보이게 되는 이유가 됩니다.


아이키는 대중 혹은 저지들이 'HooK'의 춤에 집중할 수 있도록 멤버를 선발했습니다. 이는 댄서들의 외모로 더 좋은 평가나 호감을 받을 기회를 버렸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예쁘거나 너무 날씬하면 안 된다는 기준은 절대적이라기보다 상대적인 기준입니다. 이런 기준은 대중이나 저지에게 다른 팀과는 다르게 외모가 아닌 춤으로 보여주는 팀이라는 인식을 하게 만듭니다. 경쟁자 대비 나의 다름을 인식시킨 겁니다.


물론 다른 팀도 외모로 댄서를 선발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아이키가 'HooK'에 들어오려면 너무 예쁘거나 너무 날씬하면 안 된다고 공표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다른 크루에 예쁘거나 날씬한 사람들이 많아 보이는 효과를 얻습니다.


이처럼 나의 다름은 멤버의 구성, 주로 추는 춤의 장르, 안무의 성격 등 여러 가지 요소의 결합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그 다름은 경쟁자를 통해 더 크게 부각할 수 있습니다.


나의 다름은 기억시키는 또 다른 요소는 일관성입니다. 'HooK'은 팔을 접어드는 동작을 다 같이 합니다. 같은 행동을 계속해 그 동작은 'HooK'의 시그니처가 됐습니다. 만약, 'HooK'이 너무 예쁘거나 너무 날씬하면 안 된다는 기준을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면 'Hook'이 원하는 그림이 나오기 힘듭니다. 남들과 다르게 보이기 위한 원칙을 일관성 있게 지켜야 사람들이 인식하게 됩니다.


08 스트릿우먼파이터 02.png 'HooK'의 시그니처 동작

내 분야에서 최고, 최초 혹은 유일해지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나를 위치시키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최고, 최초, 유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요소로 나를 정의하고 그 요소를 일관성 있게 지켜가면 나만의 다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 다름은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기억시키는 중요한 무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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